“유기견 보호소는 아이들을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여러분 제발 강아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기부와 후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유기견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더욱 더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 <신화방송> 중에서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5개월여 만에 다시 시작된 JTBC <신화방송-신화가 찾은 작은 신화>. 신화가 첫 번째 선택한 ‘작은 신화’는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성심성의껏 돌보는 ‘산수천의 천사들’이었다. ‘산수천의 천사들’은 인간의 모진 학대와 외면으로 상처 받은 동물들이 안락사 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사설 기관. 정부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 보내지면 안타깝게도 10일 이후에는 안락사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데 ‘산수천의 천사들’은 그런 처지에 놓인 5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시한부 삶에서 구제해 돌봐주고 있는 곳이다. 물론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런데 SNS를 통해 제보를 받은 신화 멤버들이 찾아가도 되겠느냐고 전화를 드렸더니 보호소 운영자 이미자 씨가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이런 말을 전했다. “구경하러 오시면 안 돼요. 동물원이 아니니까.” 오는 손님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방송용 관심은 반갑지 않다는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다. 실제로 그간 구경하듯 다녀간 프로그램이며 방문자들이 오죽이나 많았겠나. 큰 고민 없이 유기견 보호소를 골랐던 멤버들도 순간 각오를 새로이 했지 싶다.

그리하여 1박 2일에 걸친 신화 멤버들의 유기견 보모 노릇이 시작됐는데 솔직히 초반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유기견 보호소가 방송에 나오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어야 말이지.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가 일을 도와준다며 수선이나 떨고 동물들의 기구한 사연이나 듣고, 빤한 그림이 그려졌었다.

그러나 웬걸, 방송이 끝난 뒤 머리와 가슴에 남는 그림과 말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호소 운영자 이미자, 데니 씨를 비롯한 봉사자들과 유기견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는 점, 그래서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가슴에 아로새길 화두 하나가 던져졌다는 점을 칭찬하련다. 흔히 인기 연예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면 연예인을 쫓기에 급급해 주객이 전도되기 마련이 아니던가. 시청률의 압박 때문일 텐데 그럼에도 굴치 않고 내내 흔들림 없이 본연의 목적을 잃지 않아줘서 참 다행이다.



특히나 높이 사고 싶은 건 신화 멤버들이 보여준 진심이다. 멤버 대부분이 반려견을 길러봐서인지 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그래서 수박 겉핥기식의 참여가 아닌 정성을 다한 노력이 엿보여서 좋았다. 모두 다 고맙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리더 에릭이 보여준 정성.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아리'라는 진돗개 혈통의 유기견이 유독 눈에 밟혔던지 그는 ‘아리’ 옆에 눕기까지 하면서 오랜 시간 애를 썼다. 한참을 밀고 당기던 끝에 ‘아리’가 조심스레 그의 품에 안기던 감격스런 장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뿐만 아니라 패션쇼 무대에 올라서는 예민한 ‘아리’를 계속 보듬어 안아줬고 춤을 출 때도 ‘아리’를 위해 동작 하나하나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니까. 그토록 어렵사리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아리’ 녀석이 신화가 떠난 이후에 다른 봉사자들과 잘 지내고 있을지 그도 참 궁금하다.

또한 그들의 진심 덕에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것도 뜻 깊다. 사료와 애완용품을 기꺼이 기증해주신 분들, 당일 공지를 보고 애견 패션쇼에 적극 동참해주신 분들, 부디 그 관심이 1회성이 아니기를.

‘작은 신화’를 찾는 첫 번째 방송은 훈훈하게 성공리에 마무리 되었지만 내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유기견 보호소는 아이들을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여러분 제발 강아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라는 데니 씨의 말과 “기부와 후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유기견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더욱 더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라는 에릭의 말 때문이다. 그런 감동스런 장면을 보고 듣고도 유기견을 선뜻 데려올 결심을 못하는 나, 나 같은 사람의 개화와 세뇌를 위해서라도 ‘작은 신화’를 찾는 방송은 더 많이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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