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일본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인 <웃음의 대학>은 1940년대 제 2차 세계 대전, 모두가 웃음을 잃어버린 비극의 시대를 배경으로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모든 것을 건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담은 작품.

지난 14일, 초심으로 돌아간 진솔하고 진한 휴먼 코미디 <웃음의 대학> 연출가와 배우들이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 모여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먼저 <에쿠우스>, <맥베드>, <민들레 바람되어>로 주목 받은 극단 죽죽(竹竹)의 대표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인 김낙형이 <웃음의 대학>이란 제목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살면서 웃음이 중요하지 않나. 작가 또한 서민들의 웃음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게 하는 문화, 그 중에서도 웃음의 중요성을 담아내려고 했다. 시대상에 견주어 관료와 서민들의 관계 안에서 웃음이란 게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자기표현일 수도 있다. 웃기고 싶어서 웃기고 웃고 싶어서 웃는데도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상황 자체가 웃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 연출은 “기존 <웃음의 대학>과 다른 점은 초연과 기존 텍스트에 중점을 뒀다. 웃음의 중요성 역시 신경을 썼다. 그렇다고 단순히 웃음으로 끝나지 않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게 되는 ‘웃음’을 담아내려고 했다. 설교식이 아닌 객석에서 웃어봐야 그 의미가 전달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주제와 형식으로 웃음이 전파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연출의도를 전했다. 또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 웃음을 줄 수 있는 작품이지만, ‘날림이 아니야?’ 란 반응이 나오지 않도록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한 작품이다”고 말해 <웃음의 대학>이 단순히 가볍고 웃기는 작품이 아님을 강조했다.

<웃음의 대학> 속 검열관은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희극은 모두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선 작가는 고군분투하며 공연을 올리기 위해 대본을 수정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웃음을 지키기 위함이다.

검열관과 대결 구도를 펼칠 웃음을 사수하는 작가 역에는 현재 <요셉 어메이징>에 출연하고 있으며, <거미여인의 키스> 이후 두 번째 연극 무대에 서는 김승대, 군대 복귀 후 첫 무대를 연극으로 선택한 정태우,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우리동네>, 드라마 <신의>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한 연기로 소화해 변신의 귀재라 인정받는 류덕환이 캐스팅 됐다.



김승대 배우는 연기에 대한 갈증으로 <웃음의 대학>을 선택했다. 그는 “뮤지컬 무대에 주로 섰지만 ‘연기’란 건 다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서 다른 건 사실이다. 학창시절 연기 전공으로 열심히 배웠다. 뮤지컬을 하면서도 연극을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었다. 연극은 내 감성을 음악의 힘에 기대지 않고 육신만으로 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연극 <서툰 사람들> 이후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류덕환 배우는 무대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밝혔다. “빡빡한 드라마 일정 속에서도 무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시즌 <서툰 사람들> 중 하루 특별 공연을 내가 자청해서 할 만큼 무대를 좋아했다. 초연 때 황정민, 송영창 선배가 했던 걸 봤는데, 영창 선배님이 하는 검열관 앞에 서면 절대 이기지 못할 것 같아 엄두도 나지 않았다. 지금은 이길 수 있다는 건 의미가 아니라 선배들과 함께 설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가 역 배우 정태우도 무대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아 말했다. “군 복무 기간 동안 머리 쓸 일이 없다 보니 머리도 좀 나빠진 것 같고 연기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전역을 하고 작품 제의를 받고 감사한 마음이 컸는데, 솔직히 이렇게 대사가 많다는 건 몰랐다. <정글의 법칙> 촬영을 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쭉 읽었는데, 대사가 너무 많고 2인극이란 점이 부담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하면서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고 열심히 연습 하며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세 명 작가의 특징에 대해 김 연출이 한마디 했다. “김승대 배우는 연기 전공의 장점이 있고 비극적으로 처리하는 걸 싫어한다. 연기 선이 시원시원한 점이 장점이다. 정태우와 류덕환은 <에쿠우스>작업을 같이 해 이미 한차례씩 만나 본 배우들이다. 정태우는 진중하게 임할 뿐 아니라 이미 재능이 있지만 차근차근 쌓아가는 노력형 배우다. 류덕환은 다재다능한 재능이 있는 배우다. 뭐든지 빨리 파악하고 실행하는 것 역시 즉각적이고 깊이가 있어 함께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수월하다.”



웃음을 삭제하려는 검열관 역할에는 2008년 초연부터 지난 6번의 프로덕션에 모두 참여한 송영창과 <연극열전3> 여섯 번째 작품 <너와 함께라면> 초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코미디 연기의 달인 서현철, 최근 <추적자>에서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건달 ‘용식이’로 주목 받기 시작하며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활동을 펼치는 조재윤이 캐스팅 됐다.

2인극 특성상 배우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이다. 김 연출은 “연극 무대만 섰던 배우들이 아니라 방송도 넘나들고 있는 배우라 많은 분들이 다른 매체에서 봤던 인상과 비슷할 거다. 모든 배우들의 개성이 묻어난다. 송영창 배우는 초연 때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무대에 섰고 흥행 역시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분이다. 경험이 많지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는 분이다. 서현철 배우는 부드럽게 하지만 짚을 건 다 짚으면서 할 이야기는 다 하는 검열관이다. 조재윤 배우는 방송에서 했던 힘을 연극 무대로 끌고 와서 잘 해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013년 현재 <웃음의 대학>이 다시 돌아온 이유는 뭘까. 연극열전 허지혜 대표는 “제작자들은 이 작품을 꼭 해야 하기 때문에 올리는 것도 있지만, 역으로 ‘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란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초연에 이어 재공연 앙코르 공연들을 되돌아보며, ‘이 작품이 지금 하기에 무리가 있나’를 먼저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웃음의 대학>은 ‘SNS가 발달해서 오히려 검열 당하고 있는 현 세태에서 던지는 메시지도 있다’. 허 대표는 “극중 검열문제가 1940년대 문제라고도 볼 수 있지만, 최근 SNS 발달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보면 오히려 검열이 더 심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인상도 준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관객들과 통하는 지점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연극열전,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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