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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 우리에겐 지금 사랑이 필요해
기사입력 :[ 2013-12-19 16:09 ]


‘어바웃 타임’ 극단을 치닫는 우리에게 제시한 해법

[엔터미디어=오동진의 이 영화는] 아버지(빌 나이히)는 이제 막, 그간 애지중지했던 아들 팀(돔놀 글리슨)을 다른 여자의 품으로 보내려 한다. 팀과 메리(레이첼 맥아담스)가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축사를 한다. 다들 엉망이다. 아들의 얼굴이 죽을 쑤는 표정이다. 이윽고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팀의 온갖 결점과 형편없는 탁구 실력은 나중에 말씀 드리고 이 자리에서 중요한 거 하나만 말씀 드리죠. 남자 중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딱 셋입니다. 쌀쌀맞았던 아버진 빼고 애들 삼촌 데스먼드와 소울 가수인 B.B.킹 그리고 제 아들 놈이죠. 전 결혼하는 부부들에게 딱 하나만 조언합니다. 누구나 비슷한 길을 간다. 결국 옛 얘기만 늘어놓는 노인이 될 뿐이다. 하지만 결혼만은 따뜻한 사람과 하도록 해라,라고 말이죠. 저 아이는 따뜻합니다. 심성이 착하죠.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제게 자랑스러운 게 하나 있다면 제 아들의 아버지라는 것이죠.”

팀과 메리의 러브 스토리 <어바웃 타임>은 멜로와 가족드라마를 오가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것만 가지고는 양념이 좀 부족하다는 듯 판타지의 요소까지 도입한다. 처음엔, 우리가 아는 리처드 커티스 감독, 곧 <러브 액츄어리>의 감독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게 좀 의외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커티스는 사랑에 대해 워낙 상상력이 남다른 인물이었다. 이상할 것도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영화를 죽 보다 보면 오히려 그 동안 얼마나 이런 식으로 영화를 꾸미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이 영화에서의 판타지적 요소란 아버지와 아들, 곧 팀의 가계(家系)에서는 남자들의 경우만 짧은 과거로 돌아갔다가 올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을 지녔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웬 타임머신 기법인가 싶지만 어쨌든 주인공 팀은, 좁든 넓든, 사방이 어두운 공간에서 주먹을 꼭 쥐기만 하면 마음먹은 시기로 갔다고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성년이 되는 날 아버지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게 된 팀은 이후 메리와 사랑을 이루는 과정에서 숱하게 자신의 능력을 써먹는다.

영화 도입부에서는 팀이 자유자재로 타임머신의 능력을 부리는 걸 보는 게 조금은 곤혹스럽게 느껴진다. 커티스 영화답지 않게 낯설고 무엇보다 낯간지럽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주인공의 그런 능력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마음이 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은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마음 속에서는 늘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게 되든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게 되든, 그 사람은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굉장히 애를 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럴 때일 수록 늘 실수에 실수가 연발이기 십상이다. 그래서 마음 속에서는 항상 경우 수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저렇게 했으면 여자, 혹은 남자가 더 만족했을 텐데 등등하며 안달이 난다. 그렇지 않은 남자, 그렇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영화에서 팀이 메리와 처음으로 잠자리를 가질 때의 상황이 바로 그 마음 속 태풍을 보여준다. 처음엔 팀이 어줍잖게, 주섬주섬, 머뭇머뭇 메리의 옷을 벗기는 모습이 반복해서 세 번이 나온다. 팀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잠시 실례하겠다는 말을 그녀에게 남기곤 화장실을 가는 척, 바로 그 직전의 과거로 돌아가 여자에게 새로운 시도를 펼친다. 팀은 점점 더 잘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에 이르러서는 진실로 훌륭하게 일을 마무리 한다. 메리는 그런 팀에게 푹 빠지게 된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바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팀이 갖고 있는 ‘과거 회귀 능력’같은 것이야말로 남자들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로망 같은 것이다. 리처드 커티스가 로맨틱 코미디에 판타지를 도입한 것은 바로 그 순수한 욕망을 실현시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짧은 순간이나마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리처드 커티스 역시 여전히 순수하고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있는 감독임을 보여준다.

<어바웃 타임>은 시종일관 지나치게 행복한 분위기인 것만은 사실이다. 못된 사람들이 별로 없다. 팀은 자신이 한때 빠졌던 여자 샬롯(마고 로비)의 뜨거운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다. 한번 정도의 외도는 용서받을 법도 한데 리처드 커티스는 그마저 허용하지 않는다. 그는 마치 정통의 행복론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속이는 일, 일탈을 하게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영화는 다소 보수적으로도 읽힌다. 그리고 둘의 행복을 향해 가능하면 직진 코스를 밟아가려 한다.



물론 팀의 동생 키트캐트(리디아 윌슨)가 밝고 경쾌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비열한 남자 때문에 다소 어려운 일을 겪긴 하지만, 그리고 이들 모두 궁극적으로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 보내야 하는 가슴아픈 일을 겪게 되긴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우리들이 꿈꾸는 행복한 삶의 접경으로 이야기를 몰아 간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게 그리 부담스럽거나, 아니면 억지스럽거나 하지를 않는다. 무엇보다 비교적 잘 사는 중상류층의 사람들의 얘기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는, 그게 리처드 커티스의 능력이자 매력인데, 결코 계급적 계층적 위화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이건 살아가는 수준의 차이를 떠나 다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얘기라는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을 떠나 가족 간의 사랑(남녀도 결국 가족을 이룬다)은 모든 차이를 극복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랑이 필요한 계절이다. 아니, 사랑이 필요한 시대다. 이념의 문제 따위로 극단적으로 양분돼 있는 세상에서 그것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진부한 논리지만, 사랑 밖에 없다. 그 말랑말랑한 느낌을 되살리는 것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어바웃 타임>은 그 행복한 순간을 복원하고 그것을 지켜내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드라마다. 꽤나 재미있고 눈물겨우며 무엇보다 워킹 타이틀의 영화답게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실로 중간중간, 누선(淚腺)을 많이 자극한다. <러브 액츄어리> 이후 이 영화는 다시 한번 한국의 연말을 후끈, 덥힐 것이다.

극중 아버지의 얘기처럼 사람들의 삶은 비슷한 길을 걸어가기 마련이다. 다들 늙고 지쳐서 잔소리꾼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따뜻한 사랑의 경험을 같이 나누는 것이다. 지금의 세상에는, 특히 한국의 사회에는 그 같은 경험을 나누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세상이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고 말한다. 왜 아니겠는가.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어바웃 타임>은 그 지고지순한 진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영화평론가 오동진 ohd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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