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박중훈·하정우, 다시 감독에 도전한다면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2013년 한국 영화계의 두드러진 현상을 들라면 배우 감독들의 감독 데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세 명의 스타급 배우가 올해 장편 영화들을 내놓았다. 단편 영화들을 포함하면 배우의 감독 활동은 더 늘어날 것이고, 이들 중 몇 명은 실제로 장편 준비를 앞두고 있다.

나는 언제나 스타 배우들의 감독 작업에 관심을 갖는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독특한 위치에 있는 아마추어이며 종종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속도와 과정을 거쳐 전문 감독의 길로 빠진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예로 들 것이다. 하지만 케빈 코스트너에서부터 로버트 레드포드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성취를 거둔 배우 출신 감독들은 많으며 우리나라라고 그런 경력이 시작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가장 먼저 언급할 배우는 유지태이다. 그는 올해 <마이 라띠마>를 발표하기 전에 꾸준히 영화 작업을 해왔고, 이미 필모그래피에 상당히 많은 양의 단편 감독작을 올려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에 개성과 장단점을 가장 쉽게 예측할 수 있었던 감독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슨 예측을 했건 그 예측 대부분이 맞았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이건.

<마이 라띠마>는 절반의 성공이다. 일단 그는 박지수라는 훌륭한 신인 배우를 발굴했고 그 배우로부터 강렬한 연기를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 역할이 이주자 여성이라는 다소 특이하고 기교적인 역할이기 때문에 이 배우가 다음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올바른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그들로부터 최선의 연기를 끌어내는 능력은 좋은 배우 출신 감독에게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지태는 자기 역할을 확실하게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가 발전시키고 인정을 받으려 했던 영화감독과 스토리텔러의 위치는 아직도 불안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는 그 둘로서 인정받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한다. 자신이 그냥 취미로 감독을 선택한 아마추어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테크닉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이미 무겁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거의 꿀꿀해 보일 정도로 진한 멜로드라마의 감성으로 적셔놓는다. <마이 라띠마>는 그가 의무감과 자신감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영화이다.



박중훈의 <톱스타>에 대해서는 전에 이야기를 했었다.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면에서 <마이 라띠마>와 반대되는 작품이다. 박중훈은 유지태와는 달리 감독으로서의 자의식이 거의 없다. 단지 그가 알고 있는 매체를 통해 그가 알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을뿐이다. 하지만 그 방식이 너무 올드하고 투박해서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놓쳐버린다. 결국 남은 것은 이 세계에 대해 알만큼 안다고 주장하는 남자의 흔해빠진 연예계 뒷이야기다. 이것이 이 영화의 전부이니, 감독으로서의 그의 미래를 읽기는 힘들다. 유지태는 아마 계속 영화를 만들 것이고 아마도 하정우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톱스타>를 만들어버린 박중훈 감독에게는 무슨 할 이야기가 남았을까?



마지막으로 하정우가 만든 <롤러코스터>가 남았다. 이 작품은 평가하기가 가장 까다롭다. 어떻게 봐도 난장판인데, 거기서 완성도와 장단점을 골라내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롤러코스터>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리듬감이 나쁘지 않고 수많은 배우들 속에서 놀면서 앙상블을 끌어내는 실력이 상당히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이는 유머의 부재가 감독이 추구하는 유머의 일부인가"라는 빙빙 도는 말장난 같은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가장 난처한 것은 이 작품이 그가 차기 감독작으로 선택한 <허삼관 매혈기>와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내가 투자자라면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그가 어떤 감독인지를 온전하게 확인하려면 차기작을 봐야 한다.

요약하면 2013년은 한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발굴하는 해는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굴지는 말자. 이스트우드도 지금의 감독으로 인정받기 위해 수십 년에 걸친 시간을 보내야했다. 한두 편만으로는 이들의 진짜 가능성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제대로 만개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고.

아직도 감독에 도전하는 배우들은 많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이름은 정우성이다. 나는 얼마 전에 있었던 정우성 회고전에서 그의 뮤직 비디오와 단편들을 몇 편 보았는데, 솔직히 아직은 걱정이 된다. 반대로 충분히 장편영화 한 편 정도는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은데도 계속 주저하는 것처럼 보이는 예로는 류현경을 들겠다. 자신이 배우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면 이런 기대 자체가 참견이 되겠지만.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마이라띠마><톱스타><롤러코스터> 메이킹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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