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10년의 내공을 말하다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칼을 갈았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Something’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칼은 부진이나 부침에 못 이겨 갈아대는 칼이 아니다. 우리가 이 정도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완성도의 칼날이다. 이런 생각을 한 건 필자 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나서 온갖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가 ‘동방신기’라는 단어로 도배되었으니 말이다. 대부분 입이 쩍 벌어지는 뮤직비디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이다.

이미 이들은 지난해 말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당연히 이번 앨범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앨범 첫 트랙 제목이 ‘TEN(10 Years)’이다. 지난 10년의 시간을 앨범 머리에 두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동안 이들이 활동해 온 화려함에 대한 기억들이 앨범 안에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건 이들이 케이팝의 해외 진출 역사에 남긴 족적도 있겠지만, 10년이 넘게 최고 수준의 남자 그룹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에 관해서도 반드시 짚어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단 1년만 있어도 강산이 변하는 시대다. 실시간 음원 차트는 찰나에 1위가 바뀐다. 이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추세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는 동방신기의 존재감은 당연히 눈에 들어오는 이슈일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TENSE’라는 제목의 새 앨범을 뜯어보면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히 알 수 있다.

동방신기가 활약을 펼친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남자 그룹들이 등장해 정상을 탈환하려는 싸움을 벌였고, 이 싸움 속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형국이 벌어졌다. 이 상황 속에서 동방신기는 이 싸움에 휘말리기 보단 ‘성공적인 보이 그룹의 전형’으로 남는 분위기였다. 원동력은 기본적으로 음악에서 나왔다. 데뷔 순간부터 ‘Something’까지, 동방신기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내며 음악성 있는 그룹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실제로도 보컬 능력 면에서 탁월한 색깔을 내는 게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트렌디한 음악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룹은 당연히 역할 분담이 존재한다. 그룹을 만들 때도 당연히 역할에 따른 책임이 우선시 된다. 동방신기도 물론 맡은 역할이 있다. 하지만 동방신기는 이 역할을 지속적으로 나눠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 보단 동방신기라는 정체성과 음악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당연히 어떤 파트를 맡겨놔도 완성도 있게 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건 물론이고 음악적 완성도가 더 높아지는 결과가 눈앞에 펼쳐졌다. 대중적인 터치가 가미된 스윙까지 시도할 수 있었던 건 기존 그룹 구성의 틀에 맞추지 않고 발전을 추구한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음악적 측면을 중요시하면서도 퍼포먼스를 놓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시대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들이 인상적으로 느꼈던 수많은 순간들이 나올 수 있었고, ‘Something’에서 보여주는 창의적인 퍼포먼스도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니 듣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함께 충족시켰다는 게 오래도록 대중들의 구미를 당겼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화제를 모은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다. 영상이라는 건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매체다. 비욘세(Beyonce)가 최근 시도한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 대중음악계에서 영상이 가지는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이제는 음악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뮤직비디오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정교한 구성은 스윙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조성했다. 영상에 대한 시도와 도전은 그동안의 동방신기 커리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확한 현실 인식과 트렌드 판단이 인기의 한 몫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 업계의 대부분은 현실 인식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딱히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과감한 마인드와 정확한 센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롱런이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지는 게 사실이다. 케이팝 열풍은 올해 들어 롱런을 놓고 날이 선 경쟁 상황에 노출 될 것이다. 변화하지 않는 콘텐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콘텐츠, 그리고 음악을 기본에 놓지 않는 콘텐츠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다. 동방신기가 보여주고 있는 10년의 내공이 지금 이런 사실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자체만으로도 훈훈하다. 10년의 시간이 준 수많은 교훈이 ‘TENSE’와 ‘Something’에 녹아있는 듯 하다. 이게 바로 음악을 듣는 재미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인상적으로 남을 순간이 또 하나 생겼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