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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양 사람들은 족저근막염에 잘 걸릴까?
기사입력 :[ 2014-01-11 16:56 ]


맨발로 달리면 족저근막염 걱정 없다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맨발로 달리는 나를 보고 가장 전문적인 질문을 던진 사람은 미국인이었다. 마라톤 동호회 멤버였던 데이비드 브라이얼씨는 내게 “그렇게 뛰다간 00000에 걸릴 위험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달리면서 물었고, 나는 그의 질문을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손짓의 번역을 거쳐 그가 말하는 게 족저근막염임을 눈치챘다. 나중에 찾아보니 족저근막은 플랜터(plantar)고 근막염은 퍼시아이티스(fasciitis)다. 브라이얼씨는 맨발 주자를 보자 플랜터 퍼시아이티스가 걱정된 것이다.

맨발로 주로에 나서면서 발의 구조와 기능, 질병을 짧게 공부해 둔 덕분에 그에게 “오히려 그 반대”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내 영어는 짧았지만 데이비드는 이해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족저근막은 발바닥에서 뒤꿈치와 발가락 사이를 연결하는 탄력 있는 띠인데, 족저근막의 주요 기능은 발바닥활을 잡아주는 거지. 달리면서 착지할 때 충격으로 발바닥활이 펴지는데, 그걸 다시 오무려주는 거야. 맨발로 달리면 이 족저근막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제 기능을 많이 하게 되기 때문에 제대로 단련이 되고 그래서 튼튼하게 유지돼. 따라서 맨발로 달리면 족저근막염에 걸리기는커녕 걸릴 리가 없게 되지.”

족저근막은 활의 시위라고 보면 된다. 활은 궁사가 시위를 당겨 그 탄력에 화살을 실어 날리는 무기다. 발바닥활은 시위에 해당하는 족저근막을 당겨서 그 탄력을 저장하는 대신, 체중이 발바닥에 가해져 펴지면서 탄력을 갖게 된다. 이 탄력의 상당 부분은 발바닥활이 펴지면서 늘어났다가 줄어들려고 하는 족저근막에서 나온다. 디딘 발을 땅에서 떼면 족저근막은 원래 길이로 수축하면서 발바닥활을 복원시킨다.

족저근막염에 걸리면 대개 아침에 일어나 처음 발을 디딜 때 심한 통증이 온다. 가만히 있을 때에는 통증이 없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통증이 생기고 일정 시간 움직이면 통증이 줄어들곤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기준 족저근막염 환자는 2008년 5만812명에서 2012년 13만8492명으로 2.7배로 늘었다. 연평균 28.5% 급증한 것이다.

족저근막염은 발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발생한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장거리를 달렸을 때, 바닥이 딱딱한 장소에서 점프 후 착지 충격이 큰 농구나 배구를 했을 때 걸릴 수 있다. 또 발바닥 유연성이 떨어지는 중년층에게 퇴행성으로 생기는 경우도 잦다.

족부정형외과 의사들은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발바닥 스트레칭을 하고 발바닥에 오는 충격을 덜어주는 쿠션이 좋은 신발을 신으면 좋다고 권한다. 이 가운데 쿠션이 좋은 신발은 절반만 맞는 얘기다. 나는 족저근막염 초기 증세를 앓았다가 나은 경험이 있다. 기복이 심한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달리기 대회에 맨발로 참가했다가 내리막에서 뒤꿈치에 강하게 충격이 와서 한동안 통증에 시달렸다. 나는 중간발이나 앞발 착지를 주장하지만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에서는 뒤꿈치로 착지할 수밖에 없다. 뒤꿈치에 반복된 충격이 족저근막에 손상을 줘 염증이 생겼다. 다행히 달리기를 쉬면서 자연 치유됐다.

족저근막염에 걸린 뒤에는 쿠션이 좋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 하지만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에 쿠션 좋은 신발이 아니라 쿠션이 없는 신발을 신거나 맨발로 지내면서 족저근막을 단련해야 한다. 맨발로 뛰면 족저근막이 당겨져 늘어났다가 제 길이로 돌아오는 신축작용이 반복되고, 그러면서 족저근막이 탄력과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 같은 원리로 족저근막 건강에도 좋은 운동이 맨발 줄넘기다. 쿠션이 좋은 신발을 신고 달리거나 줄넘기를 하면 족저근막은 편하지만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발이 약해지고 족저근막의 탄력도 떨어진다.

맨발 달리기와 관련해 족저근막염을 걱정한 한국 사람은 없었다. 반면 미국인은 첫 질문이 족저근막염이었다. 이 대조는 사회문화적인 차이가 작용한 결과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는 족저근막염이 매우 흔하다. 왜 서양 사람들은 족저근막염에 잘 걸릴까?

일본 의사 이시쓰카 다다오(石塚忠雄)씨는 신발 탓이 크다고 설명한다. 그는 1950년대에 미국에서 외과‧정형외과 공부를 하면서 미국인에게 발의 장애가 매우 많음을 알게 된다. 당시 일본에서는 발의 장애는 정형외과 안에서도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발의 장애가 아니라 외상 위주로 치료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일본에서와 달리 집에서도 신발을 신고 지낸다는 데 주목했다. 일본에서는 집에 오면 신발을 벗어 발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반면 미국에선 집에서까지 발이 신발에 감싸여 과보호되거나 변형되기 때문에 탈이 나기 쉽다고 분석했다.

생소했던 질병인 족저근막염이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운동 부족과 과체중 외에 신발도 한몫 했다. 그 결과 정형외과에서 족부정형외과라는 새로운 진료 과목이 국내에도 생겨났다. 족부정형외과학은 2004년 ‘족부정형외과학’이 나오면서 처음 체계가 잡혔다. 족부정형외과는 2000년대 초반에는 국내에 을지병원 한 곳에 불과했지만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제 어느 곳을 택할지 고민할 정도로 많아졌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smitten@naver.com

[자료=이시쓰카다다오, 10년이 젊어지는 발 건강법, 하남출판사, 2000]
[사진=튼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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