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원년멤버 최강창민의 눈물 남긴 것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BS 예능 <우리 동네 예체능>은 신기한 구석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강호동 이하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공중파 예능 방송이 제목 그대로 ‘동네화’를 지향한다. 이 동네 저 동네를 다니면서 우리 주변의 이웃들과 탁구, 배드민턴, 볼링, 농구 대결을 펼친다. 콘셉트와 스케일만 보면 어느 케이블 채널에서 제작했음직하다. 물론, 한 번씩 태릉 방문이나 해외촬영 등의 대형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신기한 것은 팀워크와 역할이다. 원래 생활체육 동호회는 운동에 대한 열정을 실현하는 장이자 생업과 상관없이 취미를 통해 맺어진 커뮤니티다. <우리 동네 예체능> 멤버들은 계약관계로 맺어진 출연자들이지만 동호회의 생리가 밴 커뮤니티를 보여준다. 인기나 인지도보다 철저하게 잘하느냐 못하느냐로 비중이 갈린다. ‘그깟 공놀이’ 앞에서 잘나가든 못나가든, 기획사 사장이든, 소속 연예인이든, 한류의 최고봉에 서 있는 슈퍼스타든 단역 배우이든, 일반 대중에겐 생소한 모델이든 신인이든 예체능 팀 안에서는 평등하게 관계를 맺고 기회를 갖는다. 멤버들이 수시로 드나들지만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또 뜨겁게 인사를 나누며 재회를 기약한다. 활동에 관해 강제된 바가 없는 동호회의 모습 그대로다.

‘something’으로 음반활동을 재개한 최강창민은 다음 주 마지막 농구 경기를 끝으로 예체능팀 유니폼을 벗는다. 그는 이 팀의 원년멤버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전신인 <달빛 프린스>에서부터 강호동의 부침을 함께 감내했으니 함께한 기간이 가장 오래된 멤버다. 최강창민은 강호동의 복귀에 발을 맞춰 본격적으로 예능에 발을 디뎠지만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원래 예능 방면으로 끼를 발산하는 타입도 아니거니와 에이스나 주전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서 동방신기 활동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는 성적표를 들고 떠나게 됐다.

장장 4개월간 계속해오는 농구 편에서 서지석, 줄리엔, JYP 등이 한 건씩 하고 김혁이란 걸출한 인물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할 동안 단 한 차례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무려 한류 열풍의 정점에 있는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이 이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벤치에 있는 후보였다. 하지만 그는 불만을 표출한 적이 없었다. 스타라는 자의식은 애초에 없었다는 듯(그는 자기 집안에 이렇게 사람 앞에 나서는 일을 하는 사람은 8촌까지 뒤져도 없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실력에 맞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할 줄 알았다. 다른 멤버와 팀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무대 안무 연습이 아닌 운동 연습에 매진했다. 그의 이런 노력은 넘어가는 화면에 걸린 그의 모습에서 읽을 수 있었다. 제작진이 그의 스토리를 부각하지 않아도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특히 일본으로 건너가 펼친 친선 경기에서 최강창민의 태도는 감동적이었다. 경기 전부터 국가대표팀 간의 경기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일찌감치 만원 관중이 들어찼고,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에 발걸음을 돌려야 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어마어마 했다. 이 열기는 강호동도 김혁도 아닌 오로지 100% 최강창민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강창민이 주목을 받은 건 입장한 그 순간뿐이었다.

경기가 일본 쪽으로 기울다 박빙으로 흐르는 추격전 양상을 띄자 최인선, 우지원 등의 코치진은 최강창민을 일본 관객들에게 보여줄 여유가 없었다. 제작진도 나름 용감한 선택을 했던 것이 철저하게 게임의 진행에만 집중했다. 최강창민은 자신을 보러온 팬들 앞에서 주로 벤치에 앉아 있어야 했고, 코트에 나가서도 에이스가 아닌 롤플레이어로서의 역할만 수행했다. 그런데 그에게서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동방신기와 예체능 팀 사이에서 역할갈등을 겪지 않았다. 누구보다 주목을 받고 살고 있으며, 누구보다 타인의 사랑을 발판삼아 살아가는 슈퍼스타의 놀라운 자기객관화이자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맥락에서 주장을 맞고 있는 박진영도 놀라운 인물이다. SBS <케이팝스타3>에서 심사위원을 맡는 등, 국내 최고의 기획사를 운영하는 인물이 여기서는 그냥 일본이든 대전이든 가라는 데로 가서 시합을 하는 선수일 뿐이다. 박진영이나 최강창민의 띄워주기는커녕 이런 편안하고 아무것도 아닌 위치로 돌려놓는 설정은 다른 데서는 결코 볼 수가 없는 것들이다.



특혜도 없고 선민의식도 없다. 최강창민은 동계전지훈련을 떠난 이번 주 방송에서 박진영이 스케줄 문제로 늦게 합류할 것이라 하자 “또요? 너무 하시네”라며 장난으로 어필했다. 그러자 강호동이 박진영은 늦게라도 오지 너는 스케줄 있다고 갑자기 없어질 때도 있잖냐고 핀잔을 주면서 웃음을 만들었다. 이래서 예능이 신기한 거다. 큰 무대에서 몇 천, 몇 만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일본 팬들은 그를 보기 위해 한국까지 오는데 정작 예능 안에서 그는 그냥 고창 지역의 미녀와 즉석만남과 같은 시덥잖은 스케줄을 제안하고 좋아하는 청년일 뿐이다. 딱히 부각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이런 모습들이 무대 위에서 써내려간 경력과 합쳐져 매력을 확장시킨다.

최강창민은 유노윤호에겐 미안하지만 이번 음반 준비를 하고 복귀 무대를 가질 때 단 한 번도 떨린 적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농구 경기에 나서면 잘 못할까봐 긴장되고 떨린다고 했다. 특히 농구는 열병처럼 빠져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그의 입장에선 그깟 공놀이일 수도 있다. 심지어 본업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 속의 세상이다. 불과 그 몇 분 안 되는 순간을 위해 투정 한 번 안 부리고 묵묵히 연습을 하고 또 연습을 했다. 돈이든 명예든, 이미지든 시간대비 효율로 따지면 최악이다. 그러나 원래 생활체육 동호회 활동이란 게 직업이나 자산이 별 상관없다. 이런 것처럼 최강창민도 예체능 팀 안에 한 멤버로 들어와 즐겁게 즐기고 열심히 연습했다.

볼링 편에서 함께한 이병진의 말대로 그는 최강창민이라기보다 최선창민이 더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이제 그가 유니폼을 입은 것을 볼 기회가 단 한 차례만 남았다. 아마 하차 프리미엄이 있긴 하겠지만 경기 중에는 많은 분량을 할당받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무대에서의 퍼포먼스와 스타로서의 위상과 달리 늘 보이지 않아도 성실히 땀 흘리고,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고자 긴장했던 그를 지켜본 순간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이는 스타와 시청자들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예능의 매력이기도 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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