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2NE1 정도면 한 곡을 만들더라도 버스커버스커처럼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벚꽃엔딩’이 들리는 걸 보니 봄이 오긴 오나 보다. 재작년 발표되었던 노래가 2년 넘게 시즌을 타고 돌아온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벚꽃엔딩’은 지난 3일 음원 차트 20위권에 다시 진입했다. 이제 아예 봄의 전령으로 이 노래가 자리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간간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요즘 이 노랫가락은 누가 들려주지 않아도 귀에서 저절로 울려퍼진다. 봄을 재촉하는 마음은 벌써부터 벚꽃을 기다리게 만들고, 그 아래에서의 해피엔딩을 꿈꾸게 한다. 버스커버스커의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의 노래는 그저 한 때 스쳐지나가는 유행가가 아니라 때마다 생각나는 명곡이 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벚꽃엔딩’이 시즌을 알리는 노래라면 ‘여수밤바다’는 그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그래서 이제는 여수를 떠올리면 가본 적 없는 이들도 거기에 괜스레 넘실대는 밤바다를 떠올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귀에 버스커버스커의 음률이 흘러간다. 시공간을 담아내는 힘. 이것은 어쩌면 노래가 가진 본령의 힘일 지도 모른다. 우리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 노래가 나왔던 혹은 환기시키는 시간과 공간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다.

봄을 알리는 시점에 찾아온 또 다른 이들도 있다. 바로 걸 그룹의 대표라고도 할 수 있는 소녀시대와 2NE1이다. 비슷한 시기에 신곡을 발표했기 때문일까. 이들의 양자 대결구도는 가요계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누가 언제 곡을 발표하는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뮤직비디오 발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원 차트에서 누가 더 우위를 보일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꽤 시끄럽다.



현재까지의 결과를 보면 2NE1이 소녀시대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음악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빌리면 이번 발표된 2NE1의 곡은 초기 그네들의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이고, 소녀시대의 ‘미스터 미스터’는 지난 ‘아이 갓 어 보이’보다는 단순해져(아마도 당시의 논란을 염두에 둔 듯한 느낌이란다) 인상 깊은 멜로디가 잘 포착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들의 대결을 단순하게 비교해 누가 우위에 있다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음악이란 취향 아닌가.

하지만 신곡에 대한 자세한 평가를 차치하고라도 이들의 노래가 새롭다거나 그만한 명성에 맞게 실험적인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저 단순하게 내년 이 맘 때쯤 이들의 노래가 저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처럼 여전히 우리의 귓가를 울리고 있을까 하고 질문을 해본다면 그 답은 명백히 나오지 않을까.

너무 대결구도에만 몰두하고 있어서인지 정작 노래는 그다지 집중되지 않는 느낌이다. 소녀시대와 2NE1은 사실 아이돌 걸 그룹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성취한 바가 적지 않다.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팀들이 아닌가. 자신들만의 확실한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이제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넘어서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딘지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듯한 곡보다는 각자 멤버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제 이들은 아이돌에 갇혀있을 단계를 넘어섰다. 한 곡을 만들더라도 버스커버스커처럼 기억에 남을 만한 그런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괜한 대결구도로 시선만 끌게 아니고.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CJ E&M,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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