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호불호 극명하게 갈리는 진짜 이유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최근 개봉한 <몬스터> 이야기를 하자. 이 작품의 감독 황인호는 2011년 <수상한 연애>로 감독 데뷔를 했고 이전엔 <두 얼굴의 여친>, <도마뱀>, <시실리 2km>의 각본을 썼다. 이들 모두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멜로드라마인데, 다른 장르가 이상한 비율로 섞여 있다. 성공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은 별로 없지만 모두 조금씩 괴상한 뒷맛을 남긴다.

<몬스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얼핏 보면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은 단순 명쾌해 보인다. "동생을 잃은 동네 미친X이 연쇄 살인범과 대결을 벌인다." 어이없게 들리지만 스릴러/호러 장르 안에서는 충분히 용납되는 '괴상한' 설정이다. 여름마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가보면 이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깨는 설정의 영화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재미있는 영화도 많다.

그런데 황인호는 엉뚱하게도 이 영화가 '아이디어가 어처구니 없지만 그래도 먹히는 재미있는 호러/서스펜스/코미디가 될 가능성을 스스로 제거해버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그의 이 엉뚱한 ‘뻘짓’이다. 어떤 관객들은 '재미있는'이 '재미없는'의 오타가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오타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써도 내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대놓고 기회를 망친 부분들을 보자. 일단 이 영화는 '동네 미친 X 대 연쇄살인마'라면서 이 두 주인공이 같이 나오는 장면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입부에 만나고 중간 중간에 만나기는 하는데, 계속 길이 엇갈린다. 마지막에 둘이 만났을 때 한 판 붙긴 하지만 이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한판 붙는 장면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한마디로 더 좋은 스릴러와 호러가 될 가능성을 계속 버리고 가는 것이다.



대신 그가 빈 러닝타임을 채우는 것은 코미디다. 이 역시 그리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코미디는 스릴러와 호러 모두에 어울린다. 하지만 영화는 이 장르에 어울리는 코미디를 모두 버리고 엉뚱한 종류의 코미디를 넣는다. 그건 (의사) 가족 관계를 다루는 신파조의 코미디다.

이게 의도적인 건가? 그건 맞나보다. 황인호는 시사회를 하고 얼마되지 않아 시나리오 마켓에 자기 영화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그 중 일부를 발췌해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몬스터는 혼합장르라고 할 수 있어요.
여러 가지 장르가 혼재 돼 있지요.
사람에 따라 이게 이상하게 혹은 재미없게 느껴질 수가 있을 거예요.
저도 당연히 알고 있고요, 제가 튀기 위해 이러는 건 아니고요,
다만 글 쓰는 방식이 좀 달라요.
저는 이런 질문을 해 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장르가 뭘까?'
이 세상에는 살인마도 살 것이고, 웃기는 사람도 살 것이고, 비리 경찰도 살 것이고, 천사 같은 아이도 살 것이고요,...
장르가............ 없다! 가 정답 아닐까요?
그러니까 제 영화는 혼합 장르가 아니라 장르가 없다! 입니다.”

하긴 그럴 거 같았다. 의도인 게 보였으니까. 이런 식으로 치고 빠지는 충돌과 배반이 괴이한 효과를 내기도 하며 그것이 전작에서 이어지는 감독 개성의 일부로 남는다. 그 결과물은 '재미없는 거 같은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이상한 모양의 괴물이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가 보인다고 해서 그 의도가 효과적으로 달성되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한 번 배배 꼬면서 시작하면 뒤를 감당하기가 이렇게 힘들다.

예를 들어 감독이 아무리 '장르가 없다!'라고 우겨도 관객들은 여전히 이 작품을 장르로 본다. 스릴러를 기대하고 찾은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충분한 스릴을 찾지 못해 실망했다고 해서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아무리 공식을 배반하려고 노력해도 영화의 설정은 여전히 스릴러에 속해 있고 이런 이야기들은 그 공식을 따를 때 가장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를 넘어서는 장르 파괴물을 만들려면 그 공식의 힘을 넘어서야 한다. 과연 <몬스터>가 그를 넘어섰는가?

둘째, 과연 영화는 관객들을 충분히 놀래키고 있는가? <몬스터>에는 깨는 장면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데, 솔직히 이 모든 것들은 튀기 위해 인위적으로 삽입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기적 흐름을 느끼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여전히 예측 가능한 장르 덩어리에 의해 움직인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관객이라도 나리가 등장하는 순간 그 아이가 동생 은정의 자리를 밀어내고 봉선의 옆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을 것이다. 영화 대부분 이야기가 이렇게 예측가능함 안에 머물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정말 괴상해보이지만 의외로 신선하지는 않은 이상한 영역에 머문다.



마지막으로 과연 이 영화의 완성도가 정말로 이런 감독의 실험에 있는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영화의 재미 상당수는 의외로 완성도가 보장된 영역, 그러니까 적절하게 캐스킹된 배우들에 의한 노련하고 효과적인 연기에서 나온다. 김고은, 이민기, 김부선, 김뢰하, 안서현에 이르는 배우들의 존재감과 연기력이야 말로 이 영화가 꾸준히 전진할 수 있도록 돕는 일등공신이다. 삐딱한 장르 파괴와 왜곡이 이 영화의 캐릭터와 연기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그 자체만으로 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금까진 그렇게 위태로운 실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통적으로 잘 만들어진 부분 때문에 영화가 살아남았다고 보는 게 맞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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