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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이토록 인간적인 PD라니
기사입력 :[ 2011-05-24 13:23 ]


-'1박2일' 나영석 PD의 진짜 매력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별자리 스토리] "100% 이상을 기획하지만, 50% 정도만 기획을 충족시킬 때 '1박2일'만의 재미가 만들어진다." 나영석 PD의 이 말은 '1박2일'만이 가진 재미의 핵심을 말해준다. 즉 이 말은 '1박2일'이 아무 준비 없이 우연히 만들어지는 재미를 기대하는 '날방'이 아니며, 그렇다고 100% 기획한대로 방송이 흘러가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야생과 날것의 느낌, 즉 의외성이란 '1박2일'만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획한 것의 반 정도가 기대대로 움직이고, 나머지 반이 의외의 상황으로 흘러갈 때 '1박2일'은 완전한 재미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나영석 PD의 이 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박2일'의 전체 흐름 속에서 PD는 사실상 모든 걸 쥐고 흔들 수 있는 존재다. 연기자들을 속여 제주도 한 음식점에 내버려두고 모두 도망치거나, 각각의 단계마다 특정한 미션을 부여해 그들의 동선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즉 아무리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고 해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PD는 이 모든 흐름을 통제하는 '신적인(스토리를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존재다.

이것은 나영석 PD 스스로도 잘 인식하고 있는 일이다.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서 "리얼 버라이어티는 계속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하고 그 동력이 꺼지지 않게 해주는 게 포인트"라며 그래서 "과거에는 프로그램 포맷에 그러한 것들을 집어넣었다면 요즘은 PD가 전면에 나서 그 일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과거에 이러한 외부적 개입을 프로그램 포맷 속에 넣은 이유는 당연하다. 그 개입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너무 인위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흔히 우리가 극작에서 최악의 방식으로 지목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신의 강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늘 신적인 존재로서의 작가는 작품 뒤쪽으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그가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 보는 이들은 맥이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이제 대중들은 아무리 작가가 뒤쪽으로 빠져 있어도 그 숨겨진 개입을 눈으로 읽는다. 그래서 오히려 이것이 너무 짜여진 연출이라는 것을 발견해낸다. 그러니 리얼리티를 부르짖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의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이제 PD들이 카메라 속으로 들어와 즉석에서 연기자들에게 미션을 부여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심지어는 연기자들과 대결구도를 갖기도 한다. 이것은 외부의 개입을 대중들에게 인정하는 대신, 모든 상황이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MBC처럼 PD 개개인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의 방송사라면 모를까, KBS처럼 시스템 중심으로 움직이는 방송사에서 PD가 카메라에 얼굴을 내미는 건 심지어 금기시되어 있다. 그래서 초창기 이명한 PD는 자신이 전면에 나선 것은 어쩔 수 없는 형식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 바톤을 이어받은 나영석 PD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나영석 PD는 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온전히 '1박2일'의 한 재미요소로까지 격상시켰다.



이렇게 된 것은 나영석 PD가 일종의 반전을 주었기 때문이다. 즉 어딘지 엄하고 모든 걸 통제하려는 완고함을 가질 것만 같은 PD가 사실은 이보다 더 수더분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이것은 서글서글한 외모에서부터 드러난다), 늘 "안됩니다!"를 외치면서도 연기자들을 걱정하는 선한 이미지에, 여기서 한 차원 더 나아가 귀엽기까지 한 장난기(그래서 그는 귀요미로 불린다), 인간적인 성정을 드러내는 욱하는 성미까지 보여주니 대중들로서는 이 완전한 반전 캐릭터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재간이 없다.

카메라 바깥에서 프로그램이라는 세계를 움직이는 신적인 존재로 자리하던 PD는 나영석 PD로 와서 카메라 속으로 들어온 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인간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자신이 연기자들에게 부여할 독한 미션 앞에 고민하고 흔들리기까지 하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러니 이제 나영석 PD 없는 '1박2일'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 되었다. 심지어 나영석 PD 보는 맛에 '1박2일' 본다는 얘기도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영석 PD가 했던 말을 뒤집어서 해보면, 이제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100% 완고한 PD'가 아니다. 어쩌면 50%의 PD 역할에 나머지 50%의 빈 자리를 남겨놓는 PD. 그래서 그 빈 자리를 여유와 온기로 채워주는 그런 PD가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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