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2’ 미국 애국심이나 고취하는 유치한 영화라고?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찬(贊)△.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는 <아이언 맨>, <어벤져스> 등이 속해 있는 ‘마블 영화세계’의 일원이다. 2011년 국내에서 개봉했던 <퍼스트 어벤져>의 원제목이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스>였는데, 이번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가 그 영화의 후속편인 셈이다. 1938년에 DC 코믹스에서 ‘슈퍼맨’ 캐릭터를 출시하자, 이에 대항하여 1941년 마블 코믹스에서는 ‘캡틴 아메리카’를 내놓는다. ‘캡틴 아메리카’는 마블 코믹스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슈퍼히어로로, 이후에 나온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어벤져스’로 묶이면서 ‘퍼스트 어벤져’라는 별명을 얻는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시절에 나온 ‘캡틴 아메리카’는 성조기가 그려진 쫄쫄이 옷과 방패를 들고 전장에서 나치군과 맞서 싸우는 참전용사의 캐릭터이다. 본래 왜소한 체구로 번번이 입대를 거절당하던 청년이, 미군의 생체개조프로젝트의 도움으로 ‘몸짱’으로 거듭나고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강인한 체력을 지니게 된다. <퍼스트 어벤져>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과정과 전장에서의 활약을 보여주었던 반면,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는 70년 만에 냉동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캡틴 아메리카’가 지금 미국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군과 싸우던 ‘캡틴 아메리카’는 지금 미국에서누구와 싸울 것인가?

◆ 세계안보를 위한 ‘쉴드’?

70년 만에 깨어난 ‘캡틴 아메리카’는 미군을 떠나 ‘쉴드’(전략적 국토 개입 및 집행 병참국)에 소속되어 있다. ‘쉴드’는 그동안 마블 히어로 무비에서 자주 언급되었지만,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난 것은 이번 영화가 처음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캡틴 아메리카’를 만든 하워드 스타크가 설립한 ‘쉴드’는 ‘어벤져스’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다가 국제안보기구로 전환됐다. 워싱턴DC 루즈벨트 섬 있는 엄청난 규모의 건물인 트리스켈리온이 쉴드의 본부이다. 그 안에는 초대형 군사작전기지와 세계평화위원회가 들어있다. 작전기지에는 우주함선 헬리케리어가 있어서, 유사시에 그것을 하늘에 띄우면 인공위성의 네트워크와 연결하여 지구전체를 사정권 안에 두게 된다.

어느 날 ‘어벤져스’를 결성한 핵심인물이자, ‘쉴드’에서 실질적인 책임자로 일 해왔던 닉 퓨리가 정체불명의 적에게 공격을 당한다. 부상을 입은 닉 퓨리는 ‘캡틴 아메리카’를 찾아가 USB 파일을 넘긴다. 세계평화위원회의 사무총장이자 ‘쉴드’의 고위간부인 알렉산더 피어스는 USB파일을 넘기라며 ‘캡틴 아메리카’를 체포한다. 겨우 도망친 ‘캡틴 아메리카’는 함께 ‘쉴드’의 요원으로 일하던 구소련 출신의 ‘블랙 위도우’와 퇴역한 파병용사 ‘팔콘’과 힘을 합쳐 ‘쉴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낸다. ‘쉴드’는 세계안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보의 취합을 통해 전 세계에서 선별된 2천만 명의 위험인물들을 일시에 제거하는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기 위해 세계평화위원회를 압박하고 있었다. 또한 ‘쉴드’ 안의 다수의 사람들이 나치의 잔당인 히드라에 의해 장악되어 있었다.



◆ ‘제국론’을 재현하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는 현실의 세계질서를 놀라운 시각으로 재현한다. 영화를 표면적으로만 보면,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을 내세워 미국의 애국심이나 고취하려는 유치한 영화로 보거나 아직까지 나치의 잔당이 암약하고 있다는 음모론이나 이야기하는 망상적인 영화로 보기 쉽다. 하지만 영화의 진정한 함의는 오늘날의 세계질서를 네그리의 ‘제국론’의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보여주는 데 있다. ‘제국론’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의 세계질서는 전지구의 안보와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하나의 ‘지구제국’이 전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을 적으로 삼아 내전을 펼치는 것에 가깝다. ‘제국’의 권력은 핵 항공우주기술 등 미국의 최첨단 군사력을 정점으로 삼고, UN이니 NATO니 IMF니 하는 국제기구를 하부조직으로 삼아, 전세계의 발달된 정보네트워크 시스템을 매개로 전 세계 다중들을 통치한다.

영화에서 ‘쉴드’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하며 국제기구의 외양을 띄고 있다. ‘쉴드’는 위성을 통해 전세계인들의 정보를 수집하여 안보에 위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추려서, 공중에 떠 있는 헬리케이터에서 그들을 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쉴드’에 맞서는 것이 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 ‘캡틴 아메리카’와 구소련에서 온 ‘블랙 위도우’와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로 회의감에 빠져있는 퇴역군인 ‘팔콘’이다. 이러한 인물의 설정은 현재의 제국적 질서가 미·소가 대립하던 냉전시대의 구도와도 완전히 다르고, 영화 초반에 슬쩍 등장한 알제리 반군이나 팔콘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제3세계 테러국과의 전쟁이라는 논리와도 전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 지금의 세계질서는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에도 반하는 것!

그런데 제국 권력의 핵심체인 ‘쉴드’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나치 잔당인 히드라이다. 이것은 히틀러의 잔당이 실제로 암약한다는 뜻이 아니라, 오늘날의 제국 질서와 그 질서의 정점에 서있는 미국정부가 파시즘의 논리에 깊이 침윤되어 있음을 말한다. 이것은 ‘캡틴 아메리카’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와 싸우면서 지키고 싶어 했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와도 완전히 위배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가치를 표상하는 ‘캡틴 아메리카’가 마지막에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쉴드’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그가 대적해야 할 적은 2차 세계대전 때 가장 사랑하였던 전우가 본래의 기억을 잊고 전쟁병기로 다시 태어난 ‘윈터 솔져’이다. 그는 친구이자 적이다. 즉 나와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였던 ‘나의 일부’이자, 과거를 잊은 채 이미 적의 가치가 장악해버린 조직을 맹목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적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자신을 베어버리는 심정으로 그를 이긴다. 그리고 ‘쉴드’에 스며있는 히드라를 적당히 색출해내고 ‘쉴드’를 보존하는 아니라, 아예 ‘쉴드’를 파괴해 버린다.

히드라와 ‘쉴드’는 이미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가 되어버렸으며, 견제할 수 없는 막강한 군사력이 집중된 ‘쉴드’는 그 자체가 악이기 때문이다. 즉 ‘쉴드’(미국)가 곧 히드라(파시즘)이기 때문에 가차 없이 파괴한다. 미국의 군사력을 정점으로 한 제국권력을 파시즘적인 것으로 보고,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것을 파괴해야 할 악으로 규정하는 이 영화의 전복적 시선이 진심으로 놀랍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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