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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공짜로 뿌릴 자신 없는 작품 만들겠나?”
기사입력 :[ 2014-04-01 20:03 ]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혁신적인 ‘사랑의 묘약’ 맛보세요”
[인터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예술감독 겸 솔오페라단 단장 이소영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오는 3일~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솔 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은 도니제티가 중세의 전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나오는 사랑의 묘약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약장수 둘카마라에게 속아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착각한 순박한 시골 청년 네모리노가 우여곡절 끝에 여인 아디나와 맺어지는 과정이 유쾌하게 담겨있다. 시종일관 경쾌하고 활기찬 멜로디와, 도니제티 특유의 재치와 서정성을 겸비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 중 하나이다. 네모리노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유명하다.

솔 오페라단은 원작의 19세기 스페인 바스크 마을 농장에서 1950년대 도시로 시대적 배경을 바꾸고, 붉은색 대형 세트로 제작된 사랑의 묘약 병을 무대 가운데로 올린 신선하고 파격적인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들고 나왔다. 성악가이자 피아니스트, 그리고 오페라 코치인 솔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을 만났다.

■ 신선하고 재미있는 새로운 오페라 <사랑의 묘약>

-예전부터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좋아했나
“음악이 워낙 아름답잖아요. 그런데 한국이든 유럽이든 커다란 나무가 등장하고 성악가들은 농부 옷 입고 나와 늘 똑같아 보이는 오페라였던 점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도 극이 워낙 재미있어 연출적인 부분이 커버됐는데, 이번엔 완전 다른 버전이라 보는 순간 ‘이거다’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신선하다는 표현이 딱 맞아요.” (노이룸 부단장이 한 마디 거들었다) “<사랑의 묘약>은 한국에서 많이 공연 되는 오페라 중 하나인데, 한국 사람들은 봤던 거 또 안 보려고 하고 늘 새로운 걸 원해요. 직원들과 회의하면서 이번엔 좀 더 사랑스럽고 활달한 작품으로 가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솔 오페라단 <사랑의 묘약>의 특징이라면?
“국내에서 <사랑의 묘약>이 공연 된다고 하면, 늘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떠 올려요. 그런데 저희는 완전 분위기를 바꿔 재미있는 오페라를 만들고 싶었어요. 무대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붉은색 와인 병이 놓여 있고, 미니멀리즘을 기본으로 조명을 극대화 했어요. 처음엔 흰색 의상으로 시작해요. 빛이 바뀌면 다 다르게 보일 수 있도록 말이죠. 주역들은 톡톡 튀는 컬러의 의상을 입긴 해요. 의상과 세트가 일체감 있게 보일 수 있도록 약장수 둘카마라가 나타날 땐 또 의상이 바뀌어요. 색깔로 그 사람의 특징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죠.

어린이 관객도 흥미를 보일 수 있는 마술도 나와요. 둘카마라가 마술사랑 같이 등장해서 마술쇼를 해요. 가족이 함께 와서 봐도 좋을 오페라입니다. 루이지 피치, 프랑코 제피렐리 등 세계적인 연출가들과 함께 수십 편의 작품을 공동 작업한 베테랑 연출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인 빠올로 파니짜가 디자인한 무대로 혁신적인 <사랑의 묘약>이 공연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로마극장과 협업을 해서 선보인다고 들었다.
“연출진(연출가 안토니오 페트리스, 지휘자 잔카를로 데 로렌조)와 기술진, 세트 및 의상 모두 로마극장과 협의해서 작품을 올립니다. 한국에서 먼저 공연 한 뒤, 로마 극장에서 한 차례 더 공연이 올라가요. 성악가 캐스팅은 로마극장과 솔 오페라단 양쪽 모두가 실력을 인정한 성악가 분들로 결정 됐어요. 이탈리아 톱 소프라노 다니엘라 브루에라, 테너 카탈도 카푸토, 베이스 마테오 다폴리토, 국내 가수로는 테너 전병호 씨랑 소프라노 김희정 씨가 함께 합니다.”

-<사랑의 묘약>은 어떤 점을 잘 지켜야 재미 혹은 감동이 있을까?
“오페라가 감동을 줄 때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죠. 세트가 좋을 때, 연출이 기발할 때, 의상이 멋있을 때 등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일단 성악가가 노래를 잘 할 때 감동이 온다고 봐요. 그렇다고 그냥 노래를 잘 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와 가수의 궁합이 잘 맞는 캐스팅이 되야 하는거죠. 고성현 씨가 스카르피아 역을 했을 때랑, 고성현 씨가 둘카마라를 했을 때 궁합이 다르듯이요.

성악가가 노래든 연기든 역할에 맞게 잘 하면 빨려 들어가는 듯한 흡입력을 받게 돼요. 소리만 좋은 게 아니라 진짜 그 사람으로서 음악적인 연기를 잘했을 때 감동을 주죠. 진짜 연기력을 갖춘 성악가가 노래를 잘했을 때 최고죠. 오페라 <나부코>의 파올로 코니가 감동을 준 것처럼요. <라 트라비아타>도 여러 버전을 봤는데, 그 중에서도 파올로코니가 진짜 아빠처럼 느껴질 정도로 잘 해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사랑의 묘약>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 인문학적 지식과 음악의 균형감각을 갖춘 오페라 코치 이소영

-이탈리아 베로나 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성악을 모두 전공했고, 오페라 전문코치로 활동했다.
“집에서 성악과 진학을 못 하게 해서 결국 피아노과로 갔어요. 영국의 제랄드 무어 같은 반주 전공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매일 성악 선생님을 쫓아다녔어요. 유명 선생님이 오시면 레슨도 받으면서요. 이태리로 유학 가서 성악 시험을 처음 봤어요. 연습 삼아 시험을 본 건데 합격했죠. 한국 사람을 안 뽑는 걸로도 유명해 들어가기도 어렵고 나오기도 어려운 곳이었거든요. 12명이 클래스인데 5명만 졸업을 했어요. 성악과에 합격 한 뒤 피아노과에 합격 해 성악과와 피아노과 두 개를 전공하며 학교를 다녔어요.

둘 다 하려니 정말 힘들었어요. 10년 과정을 3년에 하려고 했으니 스트레스가 정말 대단했어요. 한 여름에도 커튼을 친 채 빛을 차단시키고, 더우니 속옷만 입고, 발은 물에 담그고 하루 종일 죽도록 피아노만 쳤던 기억이 나요. 시험에서 떨어지면 안 되니까요. 그 때 마음 먹은 게 ‘죽어도 우리 딸은 음악 안 시킨다’ 였는데, 딸이 성악을 전공 중입니다. 그런데 그 어떤 악기보다 만족감이 가장 큰 게 자신의 목이 악기인 성악인 것 같아요. 성대를 울리며 내는 쾌감은 물론 관객과 훨씬 더 직접적 교감을 할 수 있잖아요.”

-예술가 집안일 것 같다. 남편 분도 성악가인가?
“네 성악가(바리톤 조현수)와 결혼했어요. 태어날 때부터 갓을 쓰고 나왔을 것 같은 사람이죠. 행동 하나 하나가 기질적으로 양반의 피가 흐른 분입니다. (남편 분은 솔 오페라단 무대에는 서지 않나?)남편은 솔오페란 무대는 서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철저하죠. 본인이 함께 하게 되면 가족 오페라단이 돼버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또 막상 공연하면 도와줄 일이 많이 생기는데, 본인이 연주하면 도와줄 수 없으니 우리 공연은 안 해요. 대신 사이드에서 도와주고 있어요.”

-유학 중엔 유럽 정상급 성악가인 Tenor Gianni Mastino교수와 함께 오페라 코치로 활약했다.
“유럽에선 뮤지컬 멘토, 즉 오페라 코치가 있어요. 세계적인 성악가들은 늘 오페라 코치랑 함께 해요. 악보를 드는 순간부터 오페라 코치랑 시작하죠. 죽을 때까지 평생 코치랑 일한다고 보면 돼요. 언어의 악센트를 일치하게 만드는 일, 작품에 맞는 프레이징을 만들어 주는 일 등을 해요. 예를 들어 <라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가 애절하게 ‘알 프 레 도, 알 프 레 도’ 를 부르는 이 부분에 다 쉼표가 있어요. 흐느끼듯 말하는 부분인데, 이걸 지키지 않으면 흐느끼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오페라 코치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죠. 성악가들은 오페라 뿐 아니라 가곡을 부를 때도 코치랑 일해요. 오페라 코치는 발성에 대한 지식은 물론 오페라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듣고 보니, 오페라 코치는 무대에 올라가는 전 과정 내내 문학적, 예술적 조언을 하는 연극의 드라마트루그 역할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네. 작품의 시대적 배경, 숨겨진 의미 등을 잡아준다는 점에서 드라마투르그와 비슷한 점이 있어요. <까발레리아 루스티까나>에 보면, 사전에도 안 나오는 ‘꼼빠르’란 단어가 나와요. 이태리에서 전통적으로 가까운 이웃들을 칭할 때 쓰는 말인데 오페라 코치가 이런 의미들을 잡아줘요. 또 시칠리아에선 상대의 귀를 깨무는 게 결투를 신청한다는 의미 역시 알려줄 수 있어야 하죠. 모든 악기가 그렇지만 성악도 자기 혼자가 아니라 반주 위에 얹어져 연주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반주가 노래가 되는거죠. 성악가가 악기와 주고받고 대화하는 것 역시 컨트롤 해주는 게 오페라 코치의 임무죠.”

-우리나라는 오페라 코치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다.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장한나가 하버드 철학과를 다니면서 음악 공부를 병행하고 있듯, 균형감각을 키우고 지적인 걸 골고루 갖춰야 해요. 성악과와 피아노과를 함께 전공해야 하구요. 그래서 오페라 코치를 찾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본 공연의 지휘자가 붙기 전에 연습을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우도 많아요. 음악 하는 사람을 기능인으로 전락하게 만든 경우라고 봐요. 앞으로 굉장한 아티스트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이런 인식부터 바뀌어야 하겠죠. 예술 이라는 게 연주만 기능적으로 한다고 해서 가능 한 게 아니거든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선 기능 이외에 지적인 것, 정서적인 것, 철학적인 것 모든 걸 충족시킬 수 있어야죠.”

-피아노 전공이랑 오페라 반주는 또 다르다고 들었다.
“내 음악 뿐 아니라 다른 음악을 이해 할 수 있어야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그것과 내 것을 타협할 수 있어야 해요. 악기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악기의 특성도 다 이해해야 하구요. 여기선 독주 악기가 살아야 한다면, 최대한 그 악기가 돋보일 수 있도록 해줘야죠. 악보 상에 다 나와 있기도 하지만, 오페라도 옛날처럼 전해오는 습관이랄까. 전통이 있어서 악보에 표시는 안 돼 있지만,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있다면 따라야 하는 것도 있어요. 이런 부분들은 반주 하면서 저절로 습득 되죠.”



■ “제작자와 가수들부터 솔선수범해서 오페라에 대한 가치 높이기”

-2006년 솔오페라단을 창단한 이래 지금까지 해마다 2편 이상의 오페라를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오페라단을 창단하게 됐어요. 한국에서 성악가로 노래를 하기도 했지만, 피아니스트로 쭉 활동하다 이태리에 계시던 선생님이 어느 날 한국에 들어와 전국의 제자들이 모여 공연을 올리게 됐어요. 제가 뮤지컬 멘토라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협찬 자금도 받을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오페라단을 만들게 됐어요. 2005년 APEC 정상회담 지원 오페라 4작품 중 '춘희'를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처음엔 사람들의 권유에 떠밀리기도 했고, 오페라가 이렇게 힘든지 모르고 시작했죠. 사람들이 표를 살 수 있는 공연을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십자가의 길을 짊어진 삶을 걷기 시작한 거죠.”

-솔 오페라단은 직접 발로 뛰며 홍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산에서 먼저 창단을 하긴 했지만, 2008년부터 서울에 사무실을 내고, 서울 과 부산에서 같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지방 오페라단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나 봐요. 저희 단체가 역사가 짧다보니, 우선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자분 들에게도 메일이나 전화로만 보도 자료를 전달하는 게 아닌, 잠깐이라도 직접 만나서 저희가 어떤 공연을 준비했는지 말 하는 게 맞다고 봤어요. 다행히 기자분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셔서 즐겁게 하고 있어요.”

- 솔 오페라단 직원들도 열정이 대단하더라.
“저는 직원들과 재미있게 일을 하고 싶어요. 직원들에게 ‘너희는 계속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공장에서 기계 닦는 일도 아니고, 돈 계산하는 일도 아니고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지 않냐. 미래에 가장 해 볼만한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해요. ‘문화’는 굴뚝 없는 공장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걸 하기 위해선 ‘정말 내 일이다’는 열정과 재미가 필요하죠. 직원들과 오래도록 함께 해 여기서 2대 단장, 3대 단장이 나올 수 있는 단체가 되고 싶어요.”

-솔 오페라단의 철학이나 원칙이 있다면?
“처음에 오페라단을 창단하고 부딪친 건 합창단과 성악가들의 밥을 챙겨줘야 한다는 것과 초대권을 달라는 출연자분들의 요구였어요. 설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무슨 오페단이 밥도 안 주냐’는 항의를 했거든요. 그래서 전 ‘계약서를 잘 읽어봐라. 거기에 이미 다 적혀있다. 우리는 기획을 하는 곳이지 당신들의 밥을 챙기는 곳이 아닙니다. 공연 작업에 들어가면, 기획사 직원들도 바쁜데 다른 쪽으로 신경을 쓰게 되면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지게 되지 않겠어요? 작품을 생각해야죠. 이렇게 설득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저희는 출연하는 성악가들에게도 초대권 2장 외에는 안 나가고 있어요. 기자와 후원회원들을 위한 초대권을 만들 땐 처음부터 상품권처럼 예쁘게 만들어요. ‘매진인데 귀하게 드립니다’라는 마음을 담아서요. 초대권도 20만원 현금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요. 초반엔 의례히 초대권이 나오는 줄 알고 기대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이젠 솔 오페라단은 초대권이 안 나가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전 그렇게 말해요. ‘공짜로 뿌릴 그럴 자신 없는 작품을 만들었냐? 학예회 작품을 만들었냐?’ 직원들도 보고 싶으면 표를 사서 보러 와요. 야박한 것 같지만, 이런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페라를 제작하는 사람도 그렇고 가수도 그렇고 자기 작품에 대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할 땐 안타까워요. 오페라도 제작비가 드는데 공짜로 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저희가 초대권 없애기 제도를 도입하고 국립오페라단도 초대권이 없어졌어요. 그게 맞다고 봅니다.”

-후원이나 협찬이 들어올 때도 무조건 OK 하지 않을 것 같다.
“저는 힘들게 협찬 받지 말고, 정당한 공연을 만들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순환시키자는 원칙을 갖고 있어요. 협찬을 듬뿍 듬뿍 받아도 좋지만 그에 따르는 반대급부도 있어요. ‘아무나 솔 오페라단을 후원하게 만들지 말라’는 말을 해요. 평생을 오페라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저희와 함께 갔으면 해요. 협찬하면서 같이 술 마시자는 단체도 물론 있어요. 그럴 땐 건방지게 보는 분도 있겠지만 ‘구멍가게 돈 안 받겠다’을 말을 하며 거절을 해요. 협찬에 목숨 거는 게 아닌,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올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게 꿈이니까요.”

■ “기자의 눈, 출연진의 눈, 제작자의 눈은 다르다”

-간혹 사립 단체들을 보면, 냉철한 리뷰 보다는 예쁘게 포장된 프리뷰 기사에 신경쓰는 경우도 많더라. 오페라 리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유럽에선 동네 공연조차도 리뷰가 나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페라 리뷰가 잘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특히 사립단체의 공연은 리뷰가 잘 안 나오죠. 하지만 전 리뷰 기사는 꼭 나와야 한다고 봐요. 다만 중요한 건 기자의 눈, 출연진의 눈, 제작자의 눈은 다 다르다는 점이죠. 오페라 공연이란 게 제한된 장소와 제한된 재원으로 하는 거라 콤비네이션이 잘 나온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그걸 조금만 감안해서 리뷰를 써주면 좋죠. 유럽처럼 70~80퍼센트 지원금을 받고 나머지는 단체의 돈으로 오페라를 만든다면 좀 더 괜찮겠지만, 우리나라의 사립 단체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처럼 100억이 넘는 예산을 들여 만드는 것과는 다르죠. 리뷰가 나오면 저 역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데, 다만 이런 사정이 있다는 걸 감안해달라고 제가 부탁드리죠.

초창기에 야외오페라 ‘아이다’랑 ‘투란도트’, 그리고 ‘나비부인’ 등 몇 100억을 갖다 쓰며 오페라를 올리고 하다보니, 언론에서도 엄청난 호평을 받았어요. 그걸 보며 저희 남편이 하는 말이 있어요. ‘이젠 그만 해도 되지 않냐?’ 그래서 전 ‘대신 작품 잘 만들었지 않냐’고 반응 했더니, ‘돈 많이 투자하면, 다 잘 만들어’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결국 제한된 재원 안에서 얼마나 잘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죠.”

-유럽의 까다롭고 냉혹한 리뷰와 달리 우리나라는 헌사에 가까운 리뷰도 자주 보인다. 놀랐던 건 많은 경우 성악가들이 본인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기 보다는 스스로 실력이 뛰어나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혹평 리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수들도 많이 봤다.
“한결같이 자기가 잘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긴 해요. ‘도대체 왜 저래?’ 그러지만 않는다면 본인은 잘 했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물론 참혹하게 표현 된 기사를 보면, 가수들도 몇 개월 밤 새워 집중했을텐데... 하는 마음도 들고, 순간에 지나간 노래가 그렇게 평가 받았다는 것에 마음이 좋지는 않겠죠. 표현 수위가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가수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은 나와야 한다고 봐요.”

-오페라 관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생각하나.
“오페라 공부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소사이어티도 만들어 공부하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고무적인 건 젊은 사람들이 오페라 공연을 보러 온다는 점이요. 한국 20대~30대 오페라 관객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유럽에선 미리 리브레토 내용을 다 읽고 오는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누구나 리브레토를 가지고 있고, 가판대에도 다 판다는 점이 다르죠. 그래서 유럽에선 리브레토를 들고 극장으로 온다면, 우리는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서 오페라 관련 정보나 대본을 다 읽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 “올바른 신념과 소신으로 앞으로 더 좋은 무대 찾아 낼 것”

-솔 오페라단의 차기작들은 어떤 작품들이 있나?
“2015년엔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에 참가해 푸치니 <일 트리코>를 무대에 올려요. 오페라 축제 참가는 2010년 참가 이후 5년만입니다. 일단 3개의 작품(오페라 ‘외투’, ‘수녀 안젤리카’, '잔니스키키')을 동시에 올려야 해서 예산이 많이 들어요. 3 작품이 각자 느낌이 달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요. 예산이 많지 않은 민간 오페라단체에서 하기 쉽지 않은데 솔 오페라단에서 꼭 하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올 8월엔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토스카>를 올려요. 서울 공연 이후엔 12월에 부산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작품을 올리고요. 서울 무대에 오를 가수는 아직 확정 되지 않았고, 부산 <토스카>는 소프라노 김유섬, 바리톤 고성현 선생님이 출연하기로 결정 됐어요. 국내팀, 이태리팀 두 팀으로 갈 예정입니다. 김유섬 선생님은 정말 최고의 것을 가지고 있는 분이세요. 스카르피아는 고성현 선생님만큼 잘 하는 서양 가수가 없다고 해요. 몇 년 전 한국에서 바리톤 레오누치가 고 선생님과 같이 무대에 올랐는데, ‘레오누치가 고성현에게 한수 배워야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죠. 외국 극장팀들 과 이야기 할 때도 보면, 다들 ‘바리톤 코 좋지’ (이태리 분들이 ‘고’라는 발음을 잘 하지 못해 ‘코’라고 말한다) 라는 답이 돌아와요.“

-카바로도시 역 테너는 아직 구하지 못했나? 수차례 <토스카>를 봤지만 카바로도시 하면 바로 떠오르는 감동적인 국내 테너를 찾기 힘들었다.
“<토스카>는 스카르피아랑 카바로도시의 대결을 보여줘야 해서 소신 있는 성격의 카바로도시가 필요해요. 카바로도시와 스카르피아의 드라마가 잘 살아나야 재미있거든요. 노래도 잘 하고 연기도 잘 하는 테너 찾기가 힘드네요. 성악 파트 중 테너가 가장 좋아요. 악기 중에선 격정적인 바이올린이 좋고요. 테너가 격정적인 면이 있죠. 테너는 로맨스를 하는 당사자니까, 연기가 정말 중요해요. 그런데 한국 사람이 하면 그게 안 나온다는 말을 해요. 소리가 좋으면 음악성이 떨어지거나, 음악성이 좋으면 연기가 안 되거나, 연기가 좋으면 발음이 너무 안 좋은 경우를 봤어요. 테너를 너무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좋은 테너를 찾지 못했어요.”

-맞다. 소리, 음악성, 연기, 발음 이 모든 게 완벽한 테너를 찾기 힘들다. 지금 바로 생각나는 좋았던 테너는 노블아트오페라단 <리골레토>에서 만토바 공작을 했던 테너 안드레아 신(신상근), 국립오페라단 <박쥐>에서 알프레드로 분했던 테너 김기찬 씨다.
“(인터뷰는 곧 테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으로 바뀌었다. 부단장은 테너 조중혁 씨의 연기파 분장 사진을 보여주며, ‘소리와 연기 모두 대단한 분’이라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안드레아 신과 김기찬, 조중혁씨는 잘 모르는 분들이세요. 유투브로 그 분들 소리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몇 년 전에 테너 김지호 선생님이 저희 <토스카>공연의 카바로도시로 데뷔 한 적이 있어요. 당시 카바로도시였던 테너 마리오 말라니가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해 문제가 생겨, 갑작스럽게 김지호 선생님이 무대에 오르게 됐어요. 그날 너무 잘해서 ‘이 사람이 누구냐’고 많이들 물어봤던 적이 있죠. 전 기억나는 테너로는 박지응(루디 박)씨요. 직접 극장에서 들었는데, ‘한국에도 저런 테너가 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하신 분이던데요. (박지응씨는 국립오페라단 <투란도트>의 칼라프 왕자 이후로는 국내 무대에 서지 않고 있다)국내 공연을 했었는지는 몰랐어요.”

오랜 시간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며 이소영 단장은 “앞으로 더 좋은 무대를 찾아 낼 것”을 전했다. “노이룸 부단장과 다른 많은 직원들과 함께 올바른 신념과 소신을 담아 오페라단을 이끌어가고 싶어요. ‘오페라단 운영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같은 트렌드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리고 ‘ 4월엔 <사랑의 묘약>을 봐주시고, 꼭 사랑을 하십시오’ 저희 작품의 멘트가 그거예요. 4월엔 정말 사랑을 해야 될 것 같아요. 오페라와 한번 사랑에 빠져보세요.”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솔 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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