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 좋은 취지만큼 재미도 잡아야 산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밀리언셀러>는 과연 진정한 밀리언셀러가 될 수 있을까. KBS 파일럿 프로그램 <밀리언셀러>의 형식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이미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대중들은 삶의 이야기가 가사가 되어 노래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익히 보았기 때문이다. 삶의 이야기와 노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이루는 중요한 두 요소가 되었다. 노래는 그저 불려지는 것보다 그 노래에 사연이 덧붙여졌을 때 그 감흥이 배가 된다.

작곡을 콘셉트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이미 Mnet <슈퍼히트>를 통해 시도된 바 있다. 일반인 참가자가 작곡을 하면 가수가 그 노래를 불러주고 이것으로 오디션을 치르는 형식이었다. <밀리언셀러>는 오디션 형식을 갖고 오지만 <슈퍼히트>와는 약간 결이 다르다. 일반인 참가자는 작사를 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사연을 제공하는 것이고 노래는 작곡가와 프로듀서에 의해 만들어진다. 또 노래는 한 명의 가수가 마치 단독 콘서트를 하듯 모든 작곡된 노래를 부른다.

<밀리언셀러>가 지극히 KBS라는 공영방송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이 조명되고, 그 삶이 노래로 만들어지는 감동적인 장면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선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선한 의도나 의미도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담보하지 못하면 퇴색될 수밖에 없다. 파일럿 프로그램 <밀리언셀러>가 정규편성을 받으려면 몇 가지 보완점과 수정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는 사연과 노래의 구성이다. 파일럿이기 때문에 그렇게 꾸며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2회 분량의 전반부 1회는 거의 사족 같은 느낌이 강하다. 사연으로만 온전히 꽉 채워진 1회는 이 프로그램이 오디션 형식의 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게 만든다. 1회만 보면 노래 미션을 받은 <1박2일>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러니 프로그램의 색깔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1회 사연 2회 노래 같은 느슨한 구성을 좀 더 압축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바로 2회의 무대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편이 그래서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보인다. 사연과 노래는 곧바로 이어질 때 더 힘을 발휘한다. 그러니 사연을 보여주고 노래가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 후 곧바로 무대로 이어지는 편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강화할 수 있는 방식이 된다.



두 번째는 가수를 좀 더 다양하게 출연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주현미 한 사람으로 네 곡을 모두 소화하는 것은 자칫 다양한 사연들을 비슷한 톤으로 채색하는 느낌을 준다. 결국은 노래가 남는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연에 맞는 곡이 쓰여지고 그 곡의 성격에 맞는 가수를 선정하는 게 좀 더 노래의 감흥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 된다. 필요하다면 이 가수를 선정하는 과정 자체를 프로그램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작곡가와 프로듀서도 그저 고정적으로 유지하기보다는 유연하게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작곡자에 따라서 다양한 색깔의 곡을 만드는 이들도 있지만 반복되다보면 비슷비슷한 톤의 곡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열린 형태로 만들어 다양한 작곡자가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취지가 중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프로 작곡가건 아마추어건 상관없을 것이다. 아마추어 작곡가들에게도 어떤 기회를 주는 무대라면 더 풍요로운 프로그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밀리언셀러>는 일단 그 취지가 좋고 형식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취지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서는 일단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야 한다. 사연과 노래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나 가수와 작곡가의 풀을 넓혀 좀 더 다양한 결의 음악을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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