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인력관리가 심하게 삐걱거리고 있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의 시스템 문제가 드라마, 예능, 교양까지 전방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수목드라마 <감격시대>는 출연료 제작비 미지급 사태로 끊임없는 논란에 휘말렸고, 월화드라마 <태양은 가득히>는 JTBC <밀회>에게도 시청률에 밀리는 굴욕의 애국가 시청률로 구설수가 되었다. 특히 KBS 드라마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이미 7편이나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어 이것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고질적인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드러내고 있다.

KBS의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부실을 드러낸 건 예능 부문의 인력관리였다. 능력 있는 예능 PD들이 대부분 KBS를 빠져나간 건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명한 PD를 시작으로 신원호 PD, 나영석 PD같은 스타PD들이 줄줄이 KBS를 떠났고 최근에는 <불후의 명곡2>를 연출한 고민구 PD 또한 이 대열에 합류했다. KBS가 자신의 기량을 좀 더 펼치고픈 능력 있고 야심 있는 PD들을 받아주지 못하는 경쟁력 없는 인력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KBS의 인력 운용 문제는 최근 불거진 <6시 내 고향> MC 교체, 이전 ‘TV쇼 진품명품’ MC 교체, 또 전현무의 KBS 월드컵 중계 추진 문제(물론 전현무의 고사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등으로 불거진 반발과 논란을 통해서도 쉽게 드러난다. 이것이 그간 방만한 인력 운용을 최근 들어 다잡기 위해 생겨난 변화인지, 아니면 여전히 방만한 인력 운용으로 인해 생겨난 반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잡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장수 교양 프로그램에서조차 계속 터지는 잡음들은 KBS의 인력관리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실제로 이렇게 바뀐 MC에 대한 대중들의 호응도 그다지 좋지 않다. 예를 들어 ‘TV쇼 진품명품’의 MC가 김동우 아나운서로 바뀐 것에 대해 과거 윤인구 아나운서가 훨씬 나았다거나 그 이전 왕종근 아나운서가 좋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잘 하고 있는 MC가 교체되는 것은 프로그램으로서도 손실이다. 그것은 일종의 축적된 노하우를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동네 예체능>의 PD가 이예지에서 조성숙으로 바뀐다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 교체는 이예지 PD가 스스로 육아문제 때문에 선택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그 후임으로 들어오는 조성숙 PD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는 높지 않다. 그것은 신원호 PD가 퇴사하면서 조성숙 PD가 <남자의 자격>의 바통을 이어받고는 그 결과가 사뭇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꽤 많은 대중들의 지적과 질타가 있었지만 소통되지 않았던 문제는 조성숙 PD에 대한 불신으로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시청률은 낮지만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 동네 예체능>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인사가 만사다. 결국 좋은 프로그램은 좋은 PD에게서 나온다. 그런데 그 좋은 PD를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조직의 좋은 시스템이다. 잘 하는 PD가 인정받고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더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에서는 높은 이적료를 제시한다고 해도 PD들이 떠난다거나, 인사이동에 있어서 불만이 터져 나와 논란으로 이어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 예능, 교양까지를 통틀어 최근 KBS에서 계속 생기는 논란들은 그간 쌓이고 쌓였던 것들이 고름이 되어 터진 것이다. 이제 그 뼛속까지 파고든 고름을 짜내는 일만이 새 살을 돋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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