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동경비구역 JSA’ 배우 정상윤, 작곡가 맹성연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지난해 12월 초연돼 평균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하며 흥행 성공을 거뒀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 병사간의 인간적 유대와 금기된 우정이라는 판타지와 함께 아버지 세대의 전쟁과 증오가 다음 세대에까지 여전히 이어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편의 미스터리이자 휴먼 코미디, 네 남자의 멜로드라마이자 한 이방인의 가족사이다.

영화와는 달리, 50년 동안 계속된 ‘증오의 조건반사(Operant Conditioning)’와 이로 인해 반복되는 비극을 이야기한다. 이 속에서 남북한의 ‘동포애’와 중립국 수사관의 개인사가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여전히 전쟁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단국가, 그 안에 살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더더욱 공감을 느낄 작품이다.

호기심 많고 호탕한 성격을 가진 남한 병장 김수혁 역을 맡은 배우 정상윤과, ‘JSA’의 드라마를 음악 안에 제대로 살려 낸 작곡가 맹성연을 만났다.

■ 의리의 남자 정상윤, 드라마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작곡가 맹성연

-정상윤 배우는 ‘JSA’ 시작부터 함께했다.
정상윤: 맹성연 작곡가님과 양준모 배우와 처음부터 함께 했어요. 양준모 배우는 이번에 참가하지 못했지만요. 두 분이 부부세요.

맹성연: 창작 작품을 디벨롭하는 건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잖아요. 상윤 배우는 독회공연 때부터 함께 했어요. 다른 공연 일정 때문에 시간이 없었는데도 함께 해주셨어요. 진짜 힘든데도 새벽연습을 할 정도로 열의가 대단했어요. 첫인상이 깍쟁이 서울 남자처럼 시크해보이고 도도해 보이는 외모인데, 실제 성격은 굉장히 털털한 게 매력적인 배우예요. 같이 작업 해보니 정말 의리남 이였어요. 일정이 안 되면 안 된다고 말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강행군을 해줘서 감사했죠.

정상윤: 의리도 의리지만 작품 하는 게 재미있어요. 같이 만들어가는 게 좋거든요. 시간이 안 되고, 내가 몸이 축 날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형수님과 연출님, 준모형, 이렇게 함께 하는데 충분히 할 수 있죠. 예전에 피콜로 공연 끝나고 쫑파티 때 할 때도 준모 형한테 말했는데, ‘진짜 형 때문에 한 것’도 있어요.

맹성연: 그러니까 의리 있는 사람인거죠.

-극장이 바뀌면서 구성도 음악도 수정이 됐다.
정상윤: 이 작품 자체가 원래 1막과 2막이 나눠져 있어서 인터미션이 필요한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피콜로에서 쇼케이스 개념의 공연을 하면서는 불가피하게 인터미션 없이 이어간 거죠. 극장사이즈도 그렇고, 공연러닝도 고려해서 타이트하게 보여줘야 했거든요. 베르사미의 첫 곡도 첫 버전에 있었던 겁니다. 피콜로 첫 공연 때 딱 한번 공개했었죠. 그런데 여러 사정을 고려 해 작품 전체적으로 볼 때 없이 가는 게 낫다는 결정을 내려 둘째 날 공연부턴 없앴어요. 지금 노래랑 전혀 다른 노래였지만요. 동숭아트센터로 극장사이즈가 커지면서 1막 2막 이렇게 제대로 나눠지며 새롭게 작곡한 곡이 들어왔어요.

맹성연: 본 공연으로 오면서 넘버 몇 개가 추가 됐어요. ‘내 아버지’ 넘버도 새롭게 썼고, 김수혁 넘버인 ‘담배나 한 대’, ‘엄마’가 추가됐어요. 음악적으로 중간중간 자잘하게 수정된 부분이 많아요. 그 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았어요.

정상윤: 작곡가 분이 상황에 적절한 대사 같은 음악구성을 잘 짠 거 같아요. 넘버를 받고, 무엇보다 상황에 맞게 곡을 써줘 참 좋았어요. 전체적으로 형수님이 작곡한 곡들이 다이나믹하고 입에 잘 붙어요. 동숭 공연을 올리면서 수혁이가 자살을 하기 전에, 혼잣말을 하는 아리아가 생겼는데, 되게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줬어요. ‘펜트하우스 와 지포라이터’ 넘버, 피날레에서 ‘언제 우리 집에 한번 놀러와’. 가사도 너무 좋아요. 우리분단의 현실과 어우러지는 인상을 줘요.

맹성연: 너무 칭찬을 해 주시는 데, 여기에 저 없다고 생각하고 솔직히 말해 주세요.(웃음)

-상윤 배우랑 성연 작곡가 두 분이 무척 친해 보인다.
맹성연: 양준모 배우가 상윤 배우보다 1살 많은데 두 분이 워낙 친분이 있으세요. 그래서 저에게도 도련님 같은 분이죠. (1살 차이라는 것에 놀라자) 준모 씨가 갈수록 동안이 되고 있어요. 우스갯소리로 중학교 때 얼굴이 그대로 간다고 말하고 있어요. 이석준의 이야기 쇼에서도 중학생 시절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는데, 진짜 그 얼굴이 그대로 가고 있어요.

-뮤지컬 작업을 하며 양준모 배우를 만난 건가?
맹성연: 다른 쪽에서 만나 2009년 결혼했어요. 작곡가를 나왔긴 한데 남편의 권유로 뮤지컬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거죠.

정상윤: 이대 나온 여자입니다.(웃음)

맹성연: 이대 작곡가를 나와 클래식을 전공했어요. 실은 대학 다닐 때부터 밴드 음악을 하고 싶어 서울예전을 가고 싶어했어요. 소위 ‘딴따라’란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 부모님 권유로 클래식 공부를 하게 됐어요. 학교에선 클래식을 공부하면서, 밴드 작업을 쫓아다녔어요. 그래서 졸업 후에도 그 쪽으로 일을 하다가 남편을 만나고 그 다음에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주변에서도 드라마가 있는 음악과 어울릴 것 같다는 권유도 받고 저 역시 그런 음악이 좋았기 때문에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면서 공부를 했어요. 닥치는 대로 외국 음반 과 악보들을 가지고 공부 했어요. ‘여기서는 왜 그런 음악이 나올까?’ 의문을 가지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여러 음악을 접했어요.

-공연 음악을 공부하고 작업하면서, 클래식 혹은 가요 음악들과 다른 점을 느낀 게 있다면?
맹성연: 가요 쪽은 만족감이 크지 않았어요. 영화 음악에 대한 갈망도 있었는데, 뮤지컬 음악을 하면서 드라마로 표현 되는 음악의 매력을 더 크게 느꼈어요. 음악으로 드라마틱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대단했어요. 단편적인 매력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남편이 많이 도와주고 타이밍도 좋았던 것 같아요. ‘JSA’도 연출님이 다른 작곡가들의 곡도 받았는데 운 좋게 제가 간택이 됐다고 들었어요.



■ 블랙아웃으로 이어진 김수혁의 겉잡을 수 없는 슬픔

-김수혁이 진실을 말하는 장면이 쇼케이스와 달라졌다. 이번엔 원작 소설보다 영화 속 수혁이의 모습과 닮은 구석이 있다.
정상윤: 피콜로 공연 때랑 달라졌어요. 어쩌면 겁쟁이일 수도 있는데 그 만큼 힘들기 때문에 수혁의 의지로 진실을 뒤틀어버렸다면, 지금 공연은 ‘블랙 아웃’에 가까운 수혁이의 내면을 보여줘요. 겉잡을 수 없어 무의식에서 진실을 밀어낸 거죠. 영화랑 비슷한 점이 있긴 해요.

맹성연: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겪은 김수혁의 마음이 느껴져 너무 아파요. ‘수혁이의 일이구나’ 라고 봐도 힘든데, 우리 민족 수많은 사람에게 일어났던 슬픔이라고 생각하니 더 슬프더라고요. 그냥 한 사람의 일이 아닌 우리 민족에게 다 있는 슬픔이죠.

정상윤: 그거 하나로 가는 게 아닌, 이데올로기적으로 교육 받았던, 훈련 받았던 조건반사가 들어가 있어요. 베르사미 아버지의 과거와 관통되면서 이 작품의 주제가 소설의 주제와 만나요. 총을 든 남성식이 부들 부들 떨었던 장면까지 다 연결 돼 있죠. 그 마지막에 정말 사랑하는 형제인 경필이 형을 쏘고, 정우진 전사를 미친 듯이 난사하는 괴물이 되는데, 지금 공연하면서도 그 충격이 어마어마해요. 남한과 북한이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나라로 여기고 있는 점도 떠오르고요.

맹성연: 이런 사건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 사실들을 또 우리가 잊고 살잖아요. 또 무관심하기도 하고, 그런 게 조금 안타깝죠.

정상윤: 반대로 생각하면, 군용 견 백두 역시 이 작품의 주제를 전달하고 있어요. 베르사미가 백두가 주인이 없어 단식투쟁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길들여져있는 기계 같은 거죠. 남한군 북한군 다 그래요. ‘건드리면 터진다’와 같이 베르사미 아빠 김영우도 바로 총을 당겨버려요.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뇌와 정신 모든 것들이 길들여져 있는 거죠. 그걸 뒤틀면 반대로 지워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수혁이에게 블랙 아웃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콜로 공연 때와는 다른 수혁이의 뇌와 정신으로 들어간 거죠.

맹성연: 그 장면의 곡 쓰기가 힘들어 계속 수정을 했어요. 배우로서 상윤 씨가 납득하고, 세팅하는 시간이 필요하듯 저도 곡을 쓸 때 시간이 필요해요. 음악으로서 전달해야 하는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 해 그 곡이 제일 마지막에 나왔어요, 새로운 콘셉트고, (작곡가로서도)수혁이를 새롭게 이해해야 하는 거라 시간이 걸렸어요.

-넘버를 들으면, 형제이자 적인 인물들의 대비되는 요소가 잘 살아있다.
맹성연: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해야 해서 잘 대비되도록 신경 썼어요. 형제이기도 하고 적이기도 한, 이렇게 상반 된 지점도 있지만 같은 모습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이걸 음악적으로 표현을 해야 해서, 실제로 곡을 쓸 때 모티브를 많이 가져왔어요. 예를 들어 총소리의 모티브와 ‘펜트하우스와 지포라이터’의 모티브가 같아요. 따뜻함을 나타내는 같지만 각기 다른 상황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정상윤: 넘버들이 훌륭합니다. 이번에 추가된 엄마를 생각하며 수혁이가 부르는 2중창이 되게 짠해요. 국적이 다르든, 원수지간이든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나 있어요. 우주를 통틀어서 똑같을 것 같아요. 그 마음이 담겨있는 곡이죠.

맹성연: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느끼는 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적처럼 치부된 북한이나 제 3자 같은 베르사미나 남한의 김수혁이나 모두 ‘엄마’라는 정서를 같이 느끼고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요. 그걸 보면 짠한 마음이 느껴져요.

정상윤: 아이러니 한 게 며칠 전 백령도 미사일 사건을 보면서, 나는 지금 이 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왜 그럴까?’ 뭐지?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데, .... ‘말해주세요' 넘버에서 베르사미에게 이야기하기 전에 이래도 되는 건지 말해주세요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배웠잖아. 증오해야 한다고 해요. 현실에선 지금도 적대관계이고 서로에게 미사일을 쏴요. 그런데 그들을 만나봤는데 두렵지 않아요. 그럼 증오 안 해도 되지 않나요. 월요일 백령도 사건이 터지고 나서 더 기분이 이상하고 답답했어요.

맹성연: 저희 작품이 상윤씨 고민이 그대로 들어있어요. 적인지 친구인지 의심을 하게 되고,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미워하라고 하니 고민을 하게 되는 거죠. 저희 작품을 보며 함께 고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작년에 고양예술의 전당에서 박상연 작가의 원작을 가지고 이태리 작곡가가 만든 오페라 ‘JSA’가 공연됐다. 혹시 공연을 봤나.
맹성연: 작품 일정이 바빠서 공연은 보지 못하고 포스터만 봤어요. 저 역시 처음에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 이 작품은 전 세계인들이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했어요. 어떤 음악으로 만들어졌을 지 궁금하네요.

정상윤: 이태리인들의 시각에서 만든 ‘JSA’일텐데 흥미롭네요.



■ 뜨거운 형제애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 공동경비구역

-작곡할 때 등장인물 중 누구를 좀 더 중심에 둔 게 있었나
맹성연: 작품의 주제를 중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를 중심에 두느냐는 의미는 없다고 봤어요. 앞으로 드러나는 주인공은 수혁이고, 뒤의 주인공은 베르사미죠.

정상윤: 베르사미가 주인공이 맞아요. 음악적으로 봐도 중간 중간 내레이터 적으로 객석에서 이야기 하는 이는 베르사미입니다. 전체적으로 봐도 사건에 빠져들고, 아버지에 대한 일기장을 읽고 이해하게 되고, 자기 나름의 치유를 받고 떠나는 큰 틀로 진행 되거든요. 음악적으로도 짧긴 하지만 베르사미 노래인 아리아 같은 게 많아요.

-상윤 배우는 처음부터 김수혁이란 인물만 생각했나? 베르사미 역과는 스스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나
정상윤: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제가 베르사미를 하게 되면, 정말 20대 배우가 수혁 역을 해야해요. 그런데 김수혁이란 인물이 극중 23~24세로 나오는 데 실제 그 나이대가 하면 안 돼요. 그것보다는 좀 더 나이 있는 배우들이 하는 게 어울리죠. (이번 공연에선 이정열 배우가 베르사미로 분했다. 캐스팅이 공개됐을 땐 이전 베르사미랑 나이대가 달라 놀라기도 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잘 어울렸다.)이정열 선배님은 중후함은 물론 워낙 뜨거운 분이세요. 그런 피가 흐르는 베르사미죠. 냉정하려고 해도 따뜻함이 보이는 베르사미, 한국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서범석 형도 와서 이 공연을 보시고 너무 좋다고 하셨어요.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어떤 이야기라 생각하나?
맹성연: 조건반사, 공포에 대한 이야기다고 말 하는데 전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북한이 단위로 보면 국가인데, 좁혀보면 형제입니다. 그런데 형제가 떨어져있어요. 형제란 개념이 좀 멀리 나간 지 모르겠는데, 북한 주민들이 핍박 받고 탄압 받고 하는데 우리는 모른 척 하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굉장히 밑바닥엔 이런 마음이 담겨있는 작품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도 베르사미처럼 제 3자의 입장처럼 바라보고 있지 않나. ‘이건 간단한 수학문제야’ 표현할 정도로 베르사미가 냉정해요. 그런 무관심이 우리 안에도 있지 않나? 란 생각이 들어요. 연출님하고 이야기 했던 건데, 여러 가지 주제가 있지만, 저희는 ‘뜨거운 형제애와 사랑’, 거기에 비중을 두고 이야기 하고 있어요.

정상윤: ‘뜨거운 형제애’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게, 이게 모두 우리의 이야기거든요. 어쩔 수 없는 상황과 현실 때문에 답답하고 화나는 게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죠. 정말 그냥 좋은 형제고 형 동생 사이인데,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많이 답답할 것 같아요. 배우로서도 답답하고 화나지만, 관객으로서도 답답하고 화나는 게 맞아요. 대사 중에 ‘가슴이 터질 것 처럼 답답해’라는 말이 있어요. 그 마음이 제 마음입니다.

맹성연: 대부분 당장의 일상생활이 있기 때문에 가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을 잊고 살아요. 그런 걸 기억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대한민국 모두가 봐야 할 작품인 것 같다.
정상윤: 여자 관객들이 많이 보러 오세요. 같이 울고 웃고, 가슴 속 뜨거움을 이해해주시고, 같이 공연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또 나이드신 어르신들도 오시는데, ‘그 분들도 얼마나 더 답답할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맹성연: 50대 관객과 젊은 사람들이 아픔을 느끼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요. 서로 다른 걸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전쟁에 대해 잘 모르고, 20년 이상의 세월의 갭이 있지만 저희 작품을 통해 그런 모습들도 서로 이해를 할 수 있음 해요.

-군대를 다녀 온 남자 관객들이 좀 더 강하게 느끼는 지점도 있을 것 같다.
정상윤: 군대를 다녀 온 남자 관객들이 더 이해를 할 수 있는 건 ‘총’에 대한 생각이겠죠. 총이라는 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건데, 무기라는 이름으로 그걸 만들잖아요. 참 그래요. 그 무기를 손에 잡아봤던 사람으로서 아이러니 한 기분을 느끼죠.



■ 작곡가에게 필요한 건, ‘드라마를 제대로 파악하는 힘’

-작곡할 때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리나?
맹성연: 수혁이의 넘버를 만든다고 하면, 수혁이의 대사를 연기하면서 곡을 써요. (혼자 연기하고 있는 모습은)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지만, 그렇게 해서 갔을 때 상윤씨는 크게 설명하지 않아도 읽어내는 능력이 대단해요. 처음에 공연 준비할 때부터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음악 속에서 작곡가가 생각하는 드라마를 금방 읽어낸다고 해야 하나.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 당시에는 (깜짝 놀랐던 걸)말 하지 않았지만, 작곡가의 의미를 캐치해낸다는 게 어려운 거거든요. 수혁 그 자체인 정상윤 배우는 그래서 더 치명적인 매력이 있죠.

-또 다른 수혁인 오종혁, 강정우 배우는 어떤가?
맹성연: 종혁배우가 늦게 투입되고 그 뒤엔 제가 연습실에 많이 가지 못해 컨택을 못했어요. 정우 씨는 굉장히 순수한 매력이 있는 수혁이죠. (남편 분인 양준모 배우는 어떤 매력이 있나)남편은 최고의 매력이죠. 결혼 5년 차이면 많이들 편한 가족이라고 여긴다고 하던데, 저에겐 아직 남자입니다. 그래서 신혼 같다는 이야기도 들어요(웃음)

-작곡가에게 필요한 능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맹성연: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테크닉적인 것 외에 음악에 있어서 드라마를 잘 이해하는 능력 아닐까요. 음악의 여러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기본 자질을 지니고 있다고 했을 때 이 드라마에 어떤 요소들을 가져다 쓸 것인가?가 중요하죠. 드라마를 파악하는 게 가장 큰 힘이라 생각해요. 그걸 마스터 하고 이해를 할 수 있어야 바로 바로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죠. 그 외의 것들은 개개인 작곡가들이 준비해야 하는 거죠.

정상윤: 배우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곡을 작곡가가 가지고 왔을 때, 이 상황에서 드라마적으로 음악이 매치가 돼야 할 수 있어요. 음악이 단순히 노래처럼 불려지는 게 아닌 말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뮤지컬의 매력이죠. 뮤지컬 대사를 하다 노래로 이어질 때 그 갭이 적은 게 가장 좋아요. 갑자기 ‘나 노래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아야죠. 뮤지컬을 오래 보다 보면, 뮤지컬의 특성을 알고 봐서 어색하다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뮤지컬을 자주 안 보던 분도 그런 갭을 안 느껴야 베스트인 것 같아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음악이 좋아요.

-상윤 배우는 연극 <썸걸즈>에 캐스팅 됐다. 혹시 이석준 배우가 추천한 건가
정상윤: 초연 <썸걸즈>를 재미있게 봤어요. 그러다 작년에 석준 선배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할 사람 너 밖에 생각 안나’ 라면서요. 이전 공연과 기본적인 틀은 똑같은데 인물들의 이름들도 그때랑 다르고 그 외에도 조금씩 다를 겁니다. 그 전엔 주인공 직업이 영화 감독이었는데, 이번엔 소설가로 각색 됐어요. 연극을 전공해서 연극 무대에 대한 부담은 없고,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돼 많이 설레요.

-‘JSA’에서 남자배우들과만 생활하다 오랜만에 여자 배우들과 작업하게 되니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
정상윤: 오랜만에 여자 배우들이랑 함께 연습 하니 좋아요. 제이에스에이는 분장실도 뭐 내무실 같고 엠티는 동원훈련 가는 것 같아요(웃음)

-남자 배우들만 있는 공연은 엠티 가도 재미 없다고 엠티를 생략하기도 하던데.
정상윤: 순수하게 남자 20명이 갔으면 연습 핑계로 안 가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긴해요. 스태프는 여자가 있거든요. 그런데 남자들만 있어서 장점들이 너무 많고 엠티란 게 팀워크 다지는 거니까 갔을 것 같아요. 남자들만의 의리가 느껴지고 다이렉트로 이야기 할 수 있고, 말하지 않아도 눈만 봐도 통하는 그런 게 좋아요.

-<썸걸즈>는 여 배우들과 스킨십도 있는데, 상대 배우들(태국희, 김나미, 이은, 노수산나)과는 어떻게 친해지는 편인가
정상윤: 연습 과정 속에서 점점 친해지는 편입니다. 여배우들과 지금도 친한데, 연습 때 편하게 장난도 많이 치고, 작품 이야기도 많이 하고 일상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라 그렇게 친해져요. 장난도 되게 많이 쳐요.

맹성연: 조용히 뻥 터트리는 스타일이랄까요. 장난을 터트려주고 가요.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한다면
맹성연: 이 작품을 하며 항상 생각한 건 많은 사람들이 와서 봤으면 해요.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저 와서 감동 받고 가는 작품이 아니라 우리가 고민하는 걸 같이 보고 느끼셨으면 해요. 이제 공연이 얼마 안 남아서 아쉽죠.

정상윤: 이 작품의 주제가 무겁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즐거운 한 때도 있고, 재미있는 장면도 있습니다. 관객과 배우가 같이 만들어 가는 공연이라 더 좋아요.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허영옥, 컴퍼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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