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 출연료 50% 삭감, 누구를 위한 고통분담인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종영 드라마 <감격시대>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제작사인 레이앤모측이 출연자들에게 출연료를 기존의 반으로 조정하자고 확인서를 보냈다는 것. 방송 도중 불거진 출연료 미지급에 대해 레이앤모측은 매번 ‘곧 지급’한다고 말해왔고 지연되는 것에 대해 끝없는 변명을 늘어놓았었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출연료는 지급한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출연료의 50%를 삭감하자는 얘기는 모두를 황당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이런 얘기는 결국 그 많은 변명들이 그저 드라마를 어떻게든 끝내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해주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제작사 입장에서야 일단 한 숨 돌리게 되겠지만 출연자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일은 더 해줬지만 돌아오는 건 출연료 반을 삭감하겠다는 얘기니 말이다.

분명히 말해 <감격시대>는 결코 실패한 작품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12%대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으니 말이다. 또 평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오랜만에 보는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남성 시청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 특히 김현중의 연기 변신도 꽤 성공적이라 평가됐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애초부터 이런 일들이 예고되어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만들어낸다. 작품도 괜찮았고 시청률도 그런대로 괜찮았으며 평도 나쁜 게 아니었는데도 이런 문제가 생겼다면 그건 결국 제작사의 부실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제작사가 애초에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드라마를 무리하게 제작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KBS도 공동의 책임이 있다. 그것은 만일 KBS의 편성을 받지 못했다면 레이앤모라는 신생 제작사가 200억 대작이라는 <감격시대>를 제작하기는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 KBS라는 간판이 있었기에 믿고 참여한 출연자들도 가능한 일이었을 게다. 그러니 출연료가 본래 제작사와 출연자와의 계약이라고는 하지만 KBS가 이에 대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제작사가 배우들과 고통분담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출연료는 엄밀히 말해 제작사와 출연자간의 계약이라 KBS가 관여하는 것은 하도급 위법행위”라고 한다. 그럼에도 KBS는 ‘도의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통분담’이라는 단어가 이 사안에 과연 어울리는 것일까. 출연자들은 그저 혼신을 다해 몸을 던져가며 연기를 했을 뿐이다. 문제는 출연자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제작사가 무리하게 진행을 해놓고 지금 와서 고통분담 운운하는 건 너무 뻔뻔한 행위다. KBS의 ‘도의적’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도의적으로 바라봐야 할 사안이 아니다. KBS라는 채널이 없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감격시대>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감격시대>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벌어진 일련의 KBS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사태의 문제들을 빼다 닮았다. 드라마가 성공해도 출연료 50% 삭감 운운하며 ‘고통분담’이나 ‘도의적’이니 하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이제 너무 많이 나와 식상한 느낌마저 준다. 이런 결과가 뻔한 데 뭐 하러 이런 드라마를 이런 제작사에 하게 만드는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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