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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라비아타’ 상상 초월한 폭력성 보여줄 것”
기사입력 :[ 2014-04-19 14:46 ]


“비올레타, 폭력성 내재한 ‘라트라비아타’ 폭풍의 눈”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국립오페라단은 2014년 시즌공연 두번째 작품으로 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2006년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원작은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알렉산더 뒤마 피스의 『동백꽃 여인 La Dame aux Camelias』으로 우리나라에서는『춘희』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트라비아타’란 ‘길을 잘못 든 여자’라는 뜻으로, 1853년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했을 당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상류사회의 위선과 이중윤리를 메시지로 담아 내 당대의 문제 오페라란 평을 받고 흥행에 실패했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라트라비아타> 연출을 맡은 프랑스 연출가 아흐노 베르나르는 “모든 남자들은 비올레타의 성적 즐거움을 주는 능력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에서 그녀와 관계를 맺게 된다”며 “기이하게도 관객인 우리 또한 어떤 면에서는 비올레타의 고객이고 그녀를 관찰하면서 관음적인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가 간결하게 들려주는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끊임없는 고민 끝에 나온 나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 현장엔 아흐노 베르나르 연출가, 파트릭 랑에 지휘자, 소프라노 조이스 엘 코리(비올레타), 테너 강요셉(알프레도), 바리톤 유동직(제르몽)이 참석해 <라트라비아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외 국립오페라단 <라트라비아타>는 메조소프라노 백재은(플로라), 베이스 안균형(그랑빌 의사), 테너 민경환(가스통), 바리톤 한지만(듀폴), 베이스 김재찬(도비닉 후작), 메조 소프라노 홍유리가(안니나)가 함께 한다.

■ “<라트라비아타>의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성을 보여 줄 것”

-‘우리 시대의 작품’으로서의 <라트라비아타>를 선보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아흐노 베르나르: 관객들은 <라트라비아타>의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무대를 보며, 작품 내용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라트라비아타>는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로맨틱한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지금 우리 시대를 건드리는 작품이다. 그 당시의 ‘트라비아타’를 죽게 만든 부르조아의 이야기이자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가 담겨있다. 그렇기 때문에 베르디는 출연 가수들이 당대의 의상을 입고 소개되길 원했다. 하지만 이러한 베르디의 열망은 당시 검열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베르디는 자기가 원했던 <라트라비아타> 공연이 올라간 걸 보지 못했다.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이야기의 폭력성과 인물의 폭력성 그리고 엄청난 악몽이다.



-‘폭력성’을 강조했다고 했는데, 작품 안에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아흐노 베르나르: 작품 자체가 폭력적이고 사회의 폭력성 자체도 크지만, 여성의 리액션도 굉장히 폭력적이다. <라트라비아타>는 창녀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아름다움이 주제보다 우위에 놓이면서 ‘매춘’에 대한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끔찍한 측면이 숨겨지는 것이다. 관객이 프로그램 북을 보지 않는 이상 이 특이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비올레타는 그녀의 직업세계에서 꽤 유명한 창녀이자, 병든 창녀이고 그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거기에서 비롯되는 폭력을 드러내지 않고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를 무대장식으로 덮어버리는 격이다. 현재 오페라 작품을 보면, 연출가는 물론 지휘자나 가수들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고통과 육체의 폭력성에 대해 제대로 보여주는 게 없다. 오페라가 사실 콘서트가 아닌 극인데 극적인 요소가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이태리에서 올렸던 작품 중에, 아버지가 딸에게 침을 뱉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랬더니 관객들이 그 장면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누군가의 면전에 침을 뱉는 것 자체가 폭력적인 것 아닌가.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오페라에서는 사실 상대 가수의 얼굴에 침을 뱉는 장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많은 가수 분들이 이런 요구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런 상황이 더 많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사실 관객들은 오페라에 대해 수동적이다. 연출가로서 오페라 음악들이 담고 있는 텍스트를 더 강조하고 있다. 음악과 텍스트 안의 폭력성도 그렇고 시적인면도 그렇고 더 풍부하게 표현하고 싶다.

-무대는 어떻게 연출할 계획인가
아흐노 베르나르: 시각적인 측면에선 굉장히 심플하게 가려고 한다. 그렇다고 빈약한 무대를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다. 연기하는 사람이 집중할 수 있게 심플하게 연출할 것이다. 의상(카를라 리코티 Carla Ricotti)은 모던하지만 컨템포러리는 아니다. 1940년대 말 크리스찬 디오르(Christian Dior)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불쌍해 보이는 ‘트라비아타’가 아니고 모던한 19세기를 표현하는 스타일이 될 것 같다. 원래 작품의 철학에 충실하게 번역했다고 생각한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에 의해 말러 청소년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발탁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파트릭 랑에 지휘자가 오페라를 사랑하는 이유를 물어본다면?
파트릭 랑에: 오랜 시간 동안 아바도의 조수로 일했고, 초창기엔 심포니 같은 오케스트라 지휘하기도 했지만 그 뒤론 오페라만 지휘했다. 오페라는 마치 하나의 세계와 같다. 극에 매료되고 나면 그 극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이 작품의 템포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 조이스 엘 코리 “‘비올레타’는 <라트라비아타>의 폭풍의 눈”

-세계 오페라 무대의 디바, 소프라노 리우바 페트로바와 조이스 엘 코리가 비올레타로 활약한다. 최근 네덜란드국립극장에서 빌리 데커 연출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로 활약하고 국립오페라단 작품에 출연하는 소프라노 엘 코리의 자기 소개 부탁한다.
조이스 엘 코리: <라트라비아타>는 한국에 첫 방문하게 해준 공연이다. 지금까지 ‘비올레타’ 만 40번 이상 공연했다. 비올레타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합적인 인물이라 매번 캐릭터뿐 만 아니라 극 안에서도 비올레타의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된다.
연출자가 말한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은 작품이다. 오페라의 초반엔 비올레타가 고민하고 갈등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사실 나쁜 남자는 없다. 단지 사회가 나쁜 사람을 만들 수는 있다. 이 공연을 통해 제가 경험했던 모든 걸 나눌 수 있어 기대가 크다. 또한 (연출가의 의도대로)정말 많이 움직여야 해서 끝날 때 쯤 기절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 무대에서 ‘비올레타’의 어떤 매력을 선사할 건가?
조이스 엘 코리: ‘비올레타’ 역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을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보고 싶어 한다. 마찬가지로 극중에서 도덕적인 면이나 또 다른 면이 더 나아지는 걸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별히 폭력적인 부분을 강조한다고 했는데, 주목할 부분은 비올레타가 ‘폭풍의 눈’ 같은 역할이란 거다. 제가 보여주고 싶은 비올레타는 극도의 고통과 직면하는 여인으로 이 여인이 어떻게 거기에 직면하게 되는지 지켜봐주길 바란다.



■ 강요셉 “어마어마한 ‘라트라비아타’가 나올 것”

-알프레도 역엔 루치아노 파파로티를 사사한 미성의 테너 이반 마그리와 함께 테너 강요셉이 더블캐스팅 됐다. 특히 강요셉은 2003년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국립극장 전속 가수로 발탁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으며 올 초에는 바리톤 사무엘 윤과 함께 미국 유명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인 젬스키 그린과 계약하여 미국 오페라 무대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강요셉 알프레도의 자기 소개를 해 달라.
강요셉: 저와 국립오페라단의 인연에 빠질 수 없는 게 <라보엠>이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작품으로 국립오페라단 데뷔 무대를 가졌다. 그 작품을 잘 하고 나서 <라트라비아타>를 하게 된 것 같다.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한국에서 좋은 공연을 마치고 약 1년 동안 유럽에서 <라보엠>을 공연 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작년 12월 와이프랑 강아지랑 산책을 하고 있던 중 비엔나 국립극장에서 급하게 <라보엠>의 로돌포로 서 달라는 연락이 왔다.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의 대타로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그랑 한 무대에 선 거다. 공연 5분 전 극장에 도착해서,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무대에 올랐다.

제 자랑 같은 감도 있지만, 말하고 싶은 건 국립오페라단에서 잘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공연이 인정 받아 이후 <라보엠>과 <호프만 이야기> 공연을 비엔나 국립극장에서 하게 됐고, 메트로 폴리탄에서 오퍼를 받기도 했다. 국립오페라단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경험이었다.

이번 <라트라비아타>로 한국에 다시 오게 됐다. 그 동안 이 작품을 공연하며, 뭔가 제가 가진 걸 많이 내 보이지 못했던 것 같다. 다른 소프라노에 비해 테너가 가려진 면도 있었다. 이번에 와서 잘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출자를 만나고 나서 일주일 째 연습 하고 있는데, 살이 계속 빠지고 있다. 팔꿈치와 무릎에 멍이 들 정도로 힘들다. 그 동안 ‘연기라면 뒤지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연출이 그것보다 어마어마한 걸 요구 하신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된다. ‘이런 오페라를 하면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 정도 어마어마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지난 <라보엠>에선 B팀이었다. 이번에도 또 B팀이다. A팀은 외국인 가수들로 구성됐다. B팀 공연을 꼭 보러 와줬으면 한다. 한국인들이 왜 외국에 나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



■ 유동직 “익숙했던 모든 것을 버릴 때 더 좋은 게 나올 수 있다”

-제르몽 역에는 2006년 국립오페라단 <라트라비아타>에서 제르몽으로 활약해 호평 받았던 바리톤 유동직과 2000년 22세의 나이로 부세토 베르디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화제를 모았던 실력파 바리톤 한명원이 더블캐스팅 됐다. 바리톤 유동직의 소감을 말한다면?
유동직: A팀이지만 외국인은 아니다. 2006년 이후 국립오페라단 <라트라비아타>에 다시 참여하게 돼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라트라비아타>는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성악을 시작하고 극장에서 직접 봤던 첫 작품이자 유럽에서 주역으로 데뷔 한 작품 역시 <라트라비아타>이다. 그래서 <라트라비아타>하면, ‘초심’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유럽에서 약 10여개의 서로 다른 프로덕션에서 <라트라비아타>의 제르몽 역만 90~100회를 공연했다. 햇병아리 시절에 만나 지금은 고인이 된 연출가가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처음 <라트라비아타> 데뷔 할 때는 나이가 어려 젊은 아버지 제르몽이었다.

그때 연출가가 “지금 전 세계 어디에선가는 트라비아타 음악이 연주 되고 있다. 그 만큼 잘 알려진 음악이지만 반복적으로 제작이 되어선 안 된다. 절대 스테레오 타입으론 해석 해선 안 된다. 그런 작품은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했다.

당시만 해도 캐릭터에 대해 도식적으로 이해를 하고 있어 연출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현재 유럽 데뷔 16년째이고, 많은 새로운 작품을 하면서 그 말이 계속 생각난다. 반복적으로 작품을 하면서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지금까지 한 경험을 생각하기 보다 익숙했던 모든 것을 버릴 때 더 좋은 게 나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즉 모든 걸 버리고 새로운 파트너, 새로운 지휘자를 만날 때 시너지가 생겨 다른 의미로 잘 만들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첫 ‘제르몽’, 첫 <라트라비아타>에 임한다는 생각으로 준비 중이다.

-‘제르몽’이란 인물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유동직: 간단하게 제 역할에 대해 말씀드리면, 베르디 작품에서 바리톤이 타이틀 롤인 <리골레토> <시몬보카네그라>같은 작품이 아니다. 극 중 ‘제르몽’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베르디는 칼을 들고 범죄행위를 하는 역을 많이 창조했는데, 이번엔 말로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역이다. 제르몽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감이 있다.

음악적으론 강하고 직접적이기 보다는 부드럽고, 화려하기 보다는 익숙한 선율로 단순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제르몽의 노래는 아마도 세상에 대한 지혜와 노회함을 표현하고자 했던 게 베르디의 의도라 생각한다. 특히 아들인 알프레도에게 프로벤자의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부르는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와 아리아가 유명하다. 같은 음악이 두 번 반복 된다. 이 아름다운 음악을 똑같이 반복해서 작곡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라트라비아타>는 고전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세월을 이긴 고전이 가진 힘은 절대 고전을 답습하는 데 있지 않고, 새로운 시각에서 바로 볼 때 온다.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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