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뛴다’는 왜 ‘모세의 기적’을 방영했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위기에 처한 생명을 구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 그것을 우리는 골든타임이라고 부릅니다. 무엇과도 바꾸어서는 안 될 황금보다도 소중한 그 시간이 길 위에서 뿐만 아니라 하늘에서도 바다에서도 모든 재난영역에서 기필코 지켜지길 우리는 간절히 기도합니다.’

SBS <심장이 뛴다>의 엔딩을 장식한 내레이션의 내용이다. ‘골든타임’이라는 단어와 ‘바다에서도’라는 표현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이다. 사고 당시 마지막 그 몇 분을 제대로 ‘골든타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그 내레이션 속에 묻어난다.

세월호 참사 보도가 방송을 거의 가득 메우고 있는 현재, SBS는 이례적으로 <심장이 뛴다>를 방영했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실 내용상으로 보면 교양에 가깝다. 최근 <심장이 뛴다>는 아예 예능적 성격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119 대원들의 고충을 알리거나, 함께 살아가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캠페인적인 성격을 부각시켰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모세의 기적’ 캠페인이다. 사고 신고를 받은 지 5분이 골든타임인 소방대원들에게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은 거대한 장벽이자 절망일 수밖에 없다. 1분 1초에 따라 사람의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하지만 사이렌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요지부동인 차들과 심지어 그 와중에도 끼어들기를 하는 얌체 운전자는 위급상황에도 자기만을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 이기주의를 보게 만든다.

기일보다 일찍 출산하게 되어 구급차를 타고 달리던 중 사고로 오토바이가 부서진 한 노인이 수리비를 주지 않으면 못 보내주겠다고 으름장을 놨다는 사연은 급박한 상황에도 자기밖에 모르는 씁쓸한 세태를 말해준다. 결국 그렇게 늦어버린 부부는 아기를 저 세상으로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또 교통사고 현장에서 다친 사람을 챙기려다 하지가 절단되는 더 큰 사고를 당한 이종순씨의 사연 역시 왜 ‘모세의 기적’을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는 지가 절절하게 드러난 에피소드였다. 6시간의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하기 위해 박기웅은 러시아워로 가득 찬 도로 위에서 목이 쉬어라 “비켜주십시오! 부탁합니다!”를 외쳤다. 시간에 맞춰 도착하긴 했지만 결국 후유증 때문에 하지를 절단하게 된 이종순씨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길 기원했다.

좁은 골목길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화재 현장에 좀 더 빨리 도착하지 못한 소방대원들 역시 골든타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좀 더 빨리 왔다면 피해는 최소화될 수 있었다는 것. 자동차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에티켓은 아직까지 요원하기만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희망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대구에서 대전에서 일어난 ‘모세의 기적’은 당시 구급차를 운전하는 이들을 감회에 젖게 만들었다. 어쩌다 우리는 구급차에 길을 내주는 이 당연한 일을 ‘기적’이라고까지 부르게 되었을까. 세월호 참사로 인해 골든타임에 대한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느낄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SBS <심장이 뛴다>가 ‘모세의 기적’을 이 시점에 맞춰 방영한 것은 그래서 시의 적절했다 여겨진다. 더 이상 이 당연한 행위를 기적으로 부르지 않기를.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