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불 ‘한공주’ 청소년들에게 자극보다 위험한 건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김새론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만 나와 자기 출연작을 못 보는 아역배우로 알려져 있다. 종종 농담거리가 되는 이 경력은 생각보다 과장되었다. 본격적인 데뷔작이며 대표작인 <여행자>는 12금이다. <여왕의 교실>, <천상의 화원 곰배령>, <엄마가 뭐길래>, <내 마음이 들리니?> 같은 텔레비전 드라마도 당연히 청불에 해당되지 않는다. <아저씨>, <바비>, <이웃사람> 같은 영화들이 있지만 사실 이 배우의 장기가 잘 살아난 작품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들 중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아저씨>와 <이웃사람>은 연기지도가 좋다고 할 수는 없으며, <나는 아빠다>는 단역수준, <바비>의 무게감은 같이 출연한 동생 김아론에게 쏠려있다.) 그래도 새 영화 <도희야>가 또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딱지를 받았으니 농담은 계속된다.

이런 상황은 이상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영화 등급은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고 여기에서는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그 미성년자가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었고 영화 제작 과정 내내 참여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그런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래야 한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도희야>의 수위가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필자는 이 영화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이야기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는 가능하다. 김새론의 비중을 고려하면 주연배우는 이 영화의 내용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완성되도록 기여했을 수밖에 없다. 그 정도의 나이가 그 내용을 소화할 수 있다면 같은 나이의 관객들이 그 영화를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도희야>의 등급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실제 내용보다 등급이 높게 정해졌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개봉된 <한공주>의 등급에 대해서는 보다 자신있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영등위에서 이 영화에 청불을 준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에 대해 아무도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다. 영화 내에는 그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상당한 수위의 장면들이 실제로 있다. 부산 국제 영화제 때 이 영화의 등급은 15금이었지만 이들이 안전함을 따른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안전함은 공무원들의 기준이다. 하나의 예술작품이 올바른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돕는 것이 시스템의 역할이라면 안전함은 고려해야 할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그리고 <한공주>라는 영화가 가장 먼저 만나야 하는 것은 공주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영화에 들어있는 자극적인 장면들은 어떻게 되는가. 여기에 대한 가장 뻔한 답은 자극 자체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극보다는 잘못된 사고와 편견이 더 위험하다. 이미 수많은 청소년 관객들이 부산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그들에게 <한공주>가 정말로 나쁜 영향을 끼쳤을까. 이들이 두려워하고 잘라낸 것들이 오히려 청소년기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해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안전함이라는 기준은 모든 종류의 검열과 등급 결정에 우스꽝스러운 자국을 남긴다. 담배와 칼에 필사적으로 블러 처리를 하는 방송국의 이상한 집착 역시 그런 안전함에 대한 집착의 결과이다. 그렇게 해서 세상이 더 안전해졌는가? 정반대이다. 하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을 기계적으로 안전하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다. 후대에 놀림감이 되는 건 그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기계적인 등급 구분을 포기하고 청소년 관객들의 지성을 믿어보는 것이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보다 융통성있는 등급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만 해도 R등급 영화는 미성년자 관객이라도 보호자 동반하에 관람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영화에 출연한 미성년자 배우들도 비교적 안전한 조건에서 자신의 영화를 공식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는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한 예술가의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한공주><도희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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