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 김영희PD와 신정수PD의 차이점

[엔터미디어=최명희의 대거리] 임재범이 떠난 자리를 옥주현이 차지했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경연 참여 얘기가 아니다. 출중한 실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애끓는 스토리로 지난 몇 주간 세상을 지배하던 ‘임재범’이라는 키워드가 ‘나가수’ 새 멤버 옥주현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임재범은 등장에서부터 퇴장결정에 이르기까지 찬사와 아쉬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뜨겁게 달군 반면 옥주현에 대한 반응은 무섭도록 싸늘하다는 큰 차이가 있기는 하다.

옥주현이 솔로 가수로서 마땅히 내놓을 대표곡도 없는데 ‘나는 가수다’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반응부터 ‘나가수’의 기존 멤버들이나 프로그램 특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까지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일부 인신 공격성인 평가도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옥주현의 등장은 지난주부터 알려졌고, 이미 지난 23일 첫 경연 녹화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불가피한 소모전 양상을 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작진이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린 만큼 선입견을 버리고 첫 무대를 지켜본 뒤 평가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나가수’는 그러나 장안의 화제를 넘어 신드롬을 보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출연 가수 섭외나 제작 방식 변화 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만큼 제작진이 ‘고유 권한’임을 내세워 대중들의 관심이나 의견을 일방적으로 밀어내기는 이미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나가수’는 시작부터 온갖 논란 속에 시달리다 결국 한 달간 휴식기까지 갖으며 재기에 성공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가수’ 신정수 PD가 반대여론을 알면서도 옥주현을 섭외한 이유를 밝혔다. 신 PD는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어준의 뭔가 색다른 상담소'에 출연해 “옥주현이 노래 잘 하는 가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뮤지컬이나 여러 노래를 하는 모습을 봤을 때 실력이 좋은 가수다”라고 설명했다. 옥주현의 가창력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신 PD는 “잊혀진 가수와 실력은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가수를 커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가수들 중 과소평가 됐거나 잊혀지고 있는 사람을 재발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돌 출신 가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PD가 기준으로 삼은 노래 실력, 잊혀진 가수나 아이돌 가수의 재발견 등은 모두 맞는 얘기다. 잡을 꼬투리 조차 없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기준을 되풀이해서 말한 것일 뿐 역시 ‘그래서 왜 옥주현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설득력 약한 해명으로 오히려 논란만 증폭된 셈이다.




이미 수많은 가수들이 ‘나가수’에 합류할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한 상태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들 중에는 ‘나가수’ 참가의사 자체를 마케팅에 활용할 뿐 섭외가 들어가면 거절하는 가수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경연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섭외가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방송 초기보다는 섭외가 수월해 보인다. 초기에 ‘나가수’에 부정적인 견해를 견지하던 이승철 조차 참가에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위대한 탄생’에 5분 출연만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 김경호는 출연 의사는 있는데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이승철, 김경호 외에도 그 이름만으로도 열광을 이끌어낼 가수들이 대한민국엔 더 많다.

방송 기획단계에서 가수들을 섭외하기 위해 2~3개월씩 따라다니며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설명하고 정말 어렵게 한 명 한 명을 섭외한 ‘나가수’의 산파 김영희 PD에 비하면 훨씬 나은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가수’의 초기 기획자이자 연출자인 김영희 PD라면 어땠을까. 옥주현은 김 PD의 기준에 부합할까. 김영희 PD는 ‘나가수’ 초기 엔터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돌이나 트로트 가수에게도 문을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녀시대의 태연, 씨스타의 효린, 아이유, 창민 등 가창력 좋은 아이돌 멤버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 PD는 출국하기전까지도 아이유를 섭외하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 PD가 섭외를 고려한 건 퍼포먼스에 가창력이 묻혀있는 현역 아이돌이지, 이미 중견가수가 돼 버린 10년 전 아이돌이 아니다.

김영희 PD는 방송 기획단계에서 조용필부터 아이유까지 수백명의 명단을 적어 놓고 섭외를 고심했다. 김 PD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아티스트적인 성향이 있는 가수, 대중적인 인지도보다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가수를 선정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김 PD의 기준이 절대 가치일 수는 없다. 이미 녹화까지 마친 옥주현 출연을 번복하자는 의견도 아니다.

하지만 향후 새 멤버를 섭외할 때에는 프로그램 기획 초심으로 돌아가 김 PD의 세 가지 선정기준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김영희 PD의 기준과 더불어 이소라, 정엽, 김범수, 윤도현, 백지영, 김건모, 박정현, 임재범, BMK, 김연우 등 ‘나가수’ 출연자와 출신 가수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향후 어떤 가수에게 출연 요청을 해야 할지 어느 정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


최명희 기자 enter@entermedia.co.kr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