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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 파격 오페라인가, 퇴폐 삼류 오페라인가
기사입력 :[ 2014-05-07 14:44 ]


‘살로메’ 변태적 비밀의 베일을 찾아 나선 험난한 여정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성악가들의 음악은 감미로웠으나, 출연 성악가들도 알 수 없는 비논리적 공연의 미로 속에서 해석의 실마리와 비밀의 베일을 찾는 건 지나친 고역이었다. 오페라 <살로메>에 대한 간단 평이다.

올해로 5회를 맞은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지난 2일 오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했다.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다섯 편. 한국오페라단의 <살로메>, 호남오페라단이 선보이는 지성호의 <루갈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의 푸치니의 <나비부인>, 베세토오페라단의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임준희의 <천생연분>이 순차적으로 공연된다.

오페라 축제의 문을 연 한국오페라단의 <살로메>가 지난 주말,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빅 이슈로 떠올랐다. '파격적인 오페라냐? 그게 아니면 퇴폐 삼류 오페라냐?'로 의견이 양분 돼 화제가 된 것.

특히, 유명한 '일곱 베일의 춤' 장면을 상상 이상으로 변형시켜 네 명의 벗은 몸으로만 선보인 점(여성 출연자 4명이 정면과 측면을 보고 정지한 채 8분간의 모두 벗은 장면을 선보인다), 남녀는 물론 남남 커플의 지저분한 관계를 연상시키는 장면, 대부분의 출연자들이(심지어 세례 요한까지) 담배를 입에 문 채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다는 점, 굉음을 내며 등장하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2대, (2114년에 날아든 ‘살로메’ 라고 억지 해석을 할 수 있는)비둘기를 불러 낸 마술사의 등장, 연출자가 직접 연기자(역할을 알 수 없는)로 등장하는 점 등으로 인해 더욱 의견이 분분했다.

<살로메>가 초연 때부터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오페라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파격적인 선정성’과 ‘비 논리성’은 엄연히 다르다. 그 중에서도 네 명의 벗은 몸을 선보인 여성 무희들은 작품 내용과의 연계성을 찾기 힘든 것에 그치지 않고, 놀라움을 넘어 노여움을 갖게 만들었다.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이 창단 25주년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 기념작으로 올린 <살로메>는 원작의 시대적 배경을 초월하여 범죄가 난무하고 온갖 욕심에 모든 것이 파괴된 2114년 미래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연출가 마우리지오 디 마띠아는 “모든 여성 연기자와 무용단은 변태적 행위와 광기, 사랑과 죽음,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살로메이며, 모든 남성들은 그 비밀의 베일을 알기 위해 찾아나선다”고 연출노트를 전했다.



연출가의 말을 따르면, 모든 관객들은 무대에 등장하는 않는 일곱 베일의 비밀을 찾기 위해 마치 고시 공부에 몰두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공연이란 게 연출가가 꼭꼭 숨겨 놓은 의도를 보물찾기 하듯 보러 와야 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되면 문화생활이 아닌 문화노예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나라보트의 자살이 아닌 타살, 헤롯이 반지를 던지는 게 아닌 헤로디아가 훔쳐가는 장면, 헤롯의 갑작스런 자살 등 원작 내용과 다른 부분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연출의 심오한(?) 깊이를 과연 알아차릴 관객이 몇 명이나 될 지 의심스러운 오페라였다.

물론 새롭게 눈 여겨 볼 시각도 분명 있다. 문제는 ‘출연 성악가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한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이다’는 점이 함정이다. 요한 역 베이스 바리톤 박준혁과 오승용은, "연출가로부터 비틀즈의 멤버인 '존 레논'이 되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말 했다. 추가적으론 “‘존 레논’의 어떤 부분을 닮으라는 건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출 노트나 보도자료엔 그 어떤 설명도 없는 ‘그 의미’를 추측하자면, 예수님을 신이 아닌 사람으로서 비교했던 비틀즈의 이전 발언과, (오페라에서 권총 소리가 난무하듯)권총 피살 된 점, ‘존 레논이 행위예술가 아내 오노 요코와 꼭 껴안고 있는 벗은 몸 사진에서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볼 뿐이다.



그리그의 '페르귄트' 중 '오제의 죽음'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곡으로 막을 연 한국오페라단의 <살로메>는 음악평론가 장일범의 사회로 진행 됐다. 15분이 넘게 진행 된 사회자의 해설에 대한 평 역시 의견이 양분되기도 했다.

지휘자 마우리지오 골라산티가 지휘한 서울필하모닉은 관현악부가 삐거덕거리며 몰입을 방해했다. 다만 이게 오케스트라의 역량 미흡 보다는 제대로 음악을 조율하지 못한 지휘자의 책임이 더 커보였다는 점이 문제였다.

소프라노 카티아 비어(Katja beer) 살로메, 테너 이재욱(헤롯), 베이스 바리톤 오승용 박준혁(요한),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김선정(헤로디아스), 테너 강동명(나라보트), 베이스 손철호 유준상 이세영 양석진 권서경, 테너 구자헌 류기열 등은 열악한 연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관객의 힘찬 박수를 이끌어냈다.

한편,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살로메 역 소프라노 카롤라 글레이저와 헤롯 역 테너 한윤석은 연출자 지시를 거부하며 연습 도중 사퇴의사를 밝혔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한국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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