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프랑스 원작과 비교하며 보는 의미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한국 영화 중 가장 의외인 작품은 <고사: 피의 중간고사>의 감독 창감독이 만든 <표적>이다. 척 봐도 내수용 액션 영화인 이 영화는 어떻게 보더라도 칸 영화제라는 행사와 그리 맞아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가 초대된 행사가 주로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는 것을 알고 보면 조금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의외로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점은 프랑스 액션 영화 <포인트 블랭크>(동명의 존 부어맨의 영화와는 연관이 없다)의 리메이크라는 것이다. 그것도 <내 아내의 모든 것>, <감시자들> 같은 비슷한 부류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원작의 제목을 밝히고 넘어간다. 아마, 이를 칸 영화제 초청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 영화의 동양 리메이크라면 보면서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작인 <포인트 블랭크>는 밀도가 상당한 히치콕 스릴러다. 주인공 사뮈엘은 대학병원에서 일하며 간호사 시험 준비를 하는 간호조무사인데,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아내를 납치당하고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는 총상을 입고 교통사고까지 당해 실려온 위고라는 환자를 병원에서 꺼내라는 협박을 받는다. 나중에 위고가 다른 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있으며 두 사람 모두를 쫓는 또다른 악당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파리의 지형지물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뤽 베송 이후 프랑스 장르 액션물 특유의 감정과다와 과장으로 젖어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무국적인 이야기라 어느 나라에 이식해도 기본적으로는 먹힌다.

이런 리메이크 작업에서 가장 먼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멜로드라마의 추가이다. 위에서 감정과다라고 지적하긴 했지만 <포인트 블랭크>는 경제적이고 빠른 영화이다. 주인공과 액션에만 집중하고 부수적인 묘사는 생략한다. 하지만 <표적>은 상당한 시간을 들여 주인공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관계 묘사에도 공을 들인다. 그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화장실에 갈 시간 여유도 없이 질주하는 것처럼 보였던 원작과는 달리 종종 액션이 산만해지거나 정지하는 부분들이 있다. 같은 이유로 <표적> 쪽이 원작보다 더 신파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이를 통해 얻는 부분도 있다. 멜로드라마가 들어가다보니 캐릭터들이 더 입체적이 되었고 그 때문에 관객들의 감정이입 정도도 높아졌다. 그 때문에 원작에서는 단순한 소모품이었던 캐릭터들이 훨씬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 때문에 구질구질해진 부분도 있지만 얻는 것이 더 많다. 특별히 연기 지도가 좋다고는 할 수 없고 배우의 연기력이 더 좋았다고 확신할 수도 없지만 적절한 스타 캐스팅과 깊어진 캐릭터의 결합이 주는 시너지는 상당하다.

멜로드라마 말고도 한국 리메이크에서 일반화될 수 있는 성격이 하나 더 발견되기도 한다. 그건 주인공의 계급과 관련되어 있다. 원작에서 사뮈엘은 간호조무사다. 하지만 <표적>에서는 그에 대응하는 인물 태준(이진욱)을 의사로 바꾸어놓는다. 노동자 계급 주인공을 중상계급으로 옮겨놓는 것이다. 이로서 부족해진 '남성성'을 채우기 위해 위고 역할의 여훈(류승룡)의 비중을 늘리는데, 여훈도 왕년에 용병으로 활동한 적 있는 나름 엘리트 출신으로 위고처럼 평범한 범죄자와는 종류가 다르다. 다시 말해 노동자 계급의 평범한 남자라는 주인공의 설정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이는 한국 장르물에서 '주인공 남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이다.

<표적>은 칸에 갈만한 영화인가. 그건 그렇게 중요한 질문은 아니다. 대부분 비슷한 영화제 행사가 그렇듯,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의도적으로 절충적이고 잡다한 밤샘파티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특별한 감상없이 이 영화를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원작과 한국 리메이크를 각각 꼭짓점으로 삼아 영화를 만들고 상상하는 우리의 입장과 위치를 삼각측량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표적>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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