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빌미 제공한 SM, 멤버들과의 신의 저버린 크리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예정된 결과였던 걸까. 엑소의 크리스가 지난 15일 법원에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부존재확인소송을 냈다. 이로써 크리스는 과거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였던 한경이 선택한 길을 걸어가게 됐다. 소송에서 승소한 한경은 현재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의 선택을 한경과 연관지어 거론하는 이유는 이것이 이미 하나의 성공사례처럼 만들어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국적 아이돌 그룹으로 SM엔터테인먼트 같은 거대 기획사에서 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후 소송을 통해 독립하게 되어도 자국으로 돌아가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례다.

만일 독립 후에도 국내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국적의 가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연예계의 얽히고설킨 관계의 속성 상 이런 활동은 음으로 양으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가 아닌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해외 국적의 가수라면 상황이 다르다. 결국 손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이번 크리스 사태에 대한 중국측 대중들의 반응은 그래서 호의적인 면이 더 많다. 한 중국 인터넷업체의 투표설문에 의하면 독립해 솔로로 활동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렇다면 국내 팬들의 반응은 어떨까. 크리스에게 그럴만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온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늘 상 있어왔던 해외 브로커들의 개입을 거론하며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팀과의 신의를 저버린 그를 비판하는 여론도 있다. 또 나아가 이번 사태가 크리스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엑소에 남은 중국 멤버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향후 다국적 아이돌 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마치 신곡 ‘중독’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의 크리스의 선택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반응이 있다. 그것은 크리스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를 비판하는 것이다. 팬들은 이전부터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들에게 SM엔터테인먼트가 가혹한 스케줄을 강요한다는 불만을 토로해 왔다. 그리고 이것은 한경 때도 그렇지만 이번 크리스 사태에서도 소송의 빌미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크리스 측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크리스의 소송 이유는 “SM이 연예인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부속품이나 통제의 대상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수익분배금을 지급할 때도 구체적인 설명과 정산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왕성한 활동에 비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것은 과거 한경의 사례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같은 이유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현실이 어떻든 SM엔터테인먼트로서는 변화를 모색하지 않음으로써 계속되는 소송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된다.

결국 이 상처는 온전히 엑소와 엑소 팬들에게 또 크게 보면 K팝 전체에 돌아가게 된다. 크리스의 선택을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또한 SM엔터테인먼트가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먼저 때만 되면 이러한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SM엔터테인먼트는 향후 해외 전략을 위해서도 관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런 사례가 하나의 흐름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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