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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가지 향기에 취하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기사입력 :[ 2014-06-13 17:59 ]


2014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을 돌아보며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지난 5월 한 달 내내 오페라 잔치가 벌어졌다. 다섯 가지 컬러의 오페라를 연달아 만날 수 있었던 것. 각각 오페라에 이름을 붙여준다면, 비둘기의 등장과 함께 무한 호기심을 자극한 오페라 <살로메>, 숭고한 믿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루갈다>, 독수리처럼 강렬하게 날아든 오페라 <나비부인>, 감미로움과 웅장함이 조화된 괴력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음악과 인물의 수수께끼를 즐겁게 풀어나가게 만든 긍정 오페라 <천생연분>이라고 할까.

올해로 5회를 맞은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5월 한 달 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렸다. 지난해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던 신세계스퀘어 무료 야외 공연은 올해도 토요일 2차례에 걸쳐 이어졌다. 바리톤 김동규가 <카르멘>의 유명 오페라 아리아는 물론 친근한 막간 토크를 펼쳐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축제에서 주목할 점은 각기 다른 여성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 욕망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살로메’, 신앙의 힘으로 동정을 지키고 순교한 ‘루갈다’, 사랑을 기다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나비부인, 초초상’ 당대의 영웅 삼손을 유혹한 ‘데릴라’, 시대적 요구에 상관없이 진실한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천생연분>의 ‘서향’ 등 모두 강인한 생명력과 뚜렷한 개성을 지닌 여성 캐릭터들이 관객을 유혹했다.

오페라 축제의 문을 연 한국오페라단의 <살로메>는 난해하고 선정적인 연출로 인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긴 했지만,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세인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화제의 오페라 인 건 분명했다. 또한 매번 <라트라비아타>,<리골레토>,<아이다>,<투란도트>, <토스카> 등 비슷한 오페라만 돌림노래처럼 무대에 올려지는 국내 현실에 비춰볼 때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호남오페라단이 선보인 지성호의 <루갈다>는 호남의 전통인 판소리를 도창(導唱)으로 가미함으로써 한국적 미를 살렸다. 젊은 남녀가 겪어야 했던 육체적 욕망에 대한 갈등과 신앙을 위해 죽음으로 가기까지 과정이 조금 더 치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음악적인 완성도와 서정미가 그 이상의 감동을 줬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축제 참가작 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 중 하나였다. 연출가 다니엘레 드 플라노는 배경영상으로 19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일본의 화가 겸 판화가인 안도 히로시게(安藤廣重)의 작품을 사용해 백색무대에 생기를 불어넣고 객석의 집중력을 높였다. 마지막은 독수리 그림(eagle flying over the fukagama district)이 장식하며 비장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작품의 일등공신은 초초상 역을 맡아 열연한 소프라노 김은주였다. 소리와 연기가 함께 살아 움직이는 감동적인 연주였다.

베세토오페라단이 선보인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는 우아하고 관능적인 메조소프라노 자비나 빌라이트, 국내 첫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룬 삼손 역 테너 이 헌, 다곤의 대정승 역을 카리스마 있는 보이스와 연기로 소화한 베이스 바리톤 박태환의 활약이 한 몫했다. 김복희 무용단의 요염하고 관능적인 율동, 마에스타합창단이 함께하는 대규모 합창의 효과 역시 눈에 띄었다.



페스티벌의 마지막은 국립오페라단이 준비한 임준희의 <천생연분>이 장식했다. 한국 서정 오페라 부파의 탄생을 예고한 <천생연분>은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한 청춘들에게 희망을 일깨워준 작품이었다.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 연출가와의 협업, 임준희 작곡가의 고뇌가 담긴 음악들은 고루하지 않으면서도 친숙하고,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파스텔톤의 무대 콘셉트와 어울리는 ‘천생연분’이라는 긍정적 메시지 역시 주효했다.

지난 해와 비교해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크게 변화된 부분이 없었다. 여전히 많은 대중들이 높은 오페라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우리끼리’의 축제로만 막을 내린 점이 아쉽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많은 행사들이 축소된 점도 있지만, 야외 무료 공연을 제외하고는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일례로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참가작품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관련 엽서 혹은 미니 신문 제작을 통해 대중과 보다 가까이 다가갔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역시 좀 더 다양한 아이디어로 축제를 발전시켜 나갔음 한다.

2015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선 누오바오페라단의 프란체스코 칠레아의 오페라<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 무악오페라의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로시니 오페라 <모세>, 솔오페라단의 푸치니 오페라 <일 트리티코 3부작> (외투, 수녀 안젤리카, 쟌니 스키키)을 만날 수 있다. 오페라 페스티벌이 해를 거듭할수록 풍성한 레퍼토리와 신선한 기획으로 더 많은 관객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길 기대해본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국립오페라단, 베세토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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