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팬심인가 이승철의 잘못된 대처인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리메이크는 원곡가수를 표지하지 않는 게 상례다. 무엇보다 팬들이 시아(준수)의 '사랑하나 봐'를 1등 만들어서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인데 나이 50에 데뷔 30년 된 가수에 대한 존경심이나 배려가 전혀 없이 공개 사과하라는 방식은 좀 씁쓸하다.”

이승철이 팬 카페에 올린 이 글은 어쩌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사안에 다시금 불을 붙이는 격이 됐다. 갑자기 불거진 이승철과 JYJ팬들과의 갈등. 그 갈등의 첫 단추는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OST에 수록된 이승철의 ‘사랑하나 봐’가 원곡가수인 김준수에 대한 언급 없이 마치 신곡처럼 홍보된 데서 비롯됐다.

만일 JYJ 팬들의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이 노래가 누구의 곡인가하는 건 팬들만이 아는 사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실 리메이크곡의 경우 이승철의 말대로 대놓고 원곡가수를 언급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결국 이건 OST 제작사 리웨이측의 실수가 만들어낸 오해에서 비롯된 일일 가능성이 높다. 즉 JYJ 팬들 입장에서는 이런 명확한 고지 없이 이승철의 곡처럼 발표된 OST가 이상하고 부당하다고 여겼을만한 일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오해를 풀면 되는 일이다. 원곡가수가 누구라는 사실이 이미 알려졌으면 그것으로 일단락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승철이 다소 감정을 섞어 올린 글은 이 본래 사안과 상관없는 감정싸움을 유발시켰다. 선배에 대한 ‘존경심’ 운운하는 대목은 젊은 팬들에게는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다. 선배면 ‘선배 대접 받을 행동을 하라’는 비난이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이승철측도 억울한 입장일 수 있다. 마치 의도적으로 신곡인 양 홍보를 했다는 주장이 기정사실처럼 유포되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보기도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이건 이승철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일도 아니다. OST 제작사의 홍보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기에 대해 데뷔 30년된 가수가 팬클럽과 대립하는 인상을 보이는 건 결코 현명한 행보라고 말하기 어렵다.

결국 JYJ의 김준수나 이승철은 이 사안 때문에 본인들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오히려 불편해져버렸다. 이승철이 트위터에 “웃으며 말한 얘기에 이렇게 격분하는 이게 과연 누굴 위한 격앙인가”라며 “준수와 나를 영원히 볼 수 없게 만드는구나. 안타깝다”라고 적은 내용이나, “김준수는 이번 리메이크 관련 하여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선배님과 음악 인연이 된 것에 영광이라 밝힌 적 있으며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저희 또한 이승철씨 측에 곡의 권리 등에 이의제기를 한 바 없다”는 소속사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사자들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때론 소통 과정이 사안 자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이번 사안이 그렇다. OST 제작사가 제대로 된 해명을 적극적으로 초기부터 나서서 했다면, 또 JYJ 소속사측에서도 오해가 없도록 팬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줬다면, 그리고 이승철도 가요계 선배로서 팬 클럽의 입장을 공감해주었다면 이런 불편한 사안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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