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렬 “인연이 되면 ‘나가수’ 다시 나간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나는 가수다>와 <리얼 키즈스토리 레인보우>는 비슷하면서도 극과 극인 프로그램이다. 비슷한 점은 잠깐이라도 레이더를 놓고 있으면 고장 난다는 것. 아이들도 예민하지만 매번 경쟁을 해야 하는 가수들도 예민하기는 매 한가지다. 방송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도 세심하게 신경 쓰려고 노력한다. 두 프로그램 다 그 무게가 만만치 않다.” (인터뷰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정석희: 한동안 임재범 씨가 온 인터넷을 흔들었는데요. 임재범 씨의 매니저 일을 하는 것이 버겁지는 않았어요?

지상렬: 한 마디로 영광입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방송에도 잠깐 나왔지만 원래 좋은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보고 싶었고 밥 먹고 싶었다고. 조금 전 <놀러와> 촬영에서 배우 황정민씨도 같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게 다 제 복이죠 뭐. 정말. ‘저 사람은 수컷 냄새가 나는데?’ 하는 멋진 분들이 저를 마다 안 하시다니, 말씀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특히나 재범이 형은 만나 보기도 힘든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카리스마로 말하자면 김건모 씨도 마찬가지에요. 카리스마 작렬이죠. 고수들은 고수인 이유가 다 있어요. 임재범 씨는 원래 카리스마 있는 분이라고 많이들 알아주시는데 건모 형 카리스마 또한 굉장합니다. 말하자면 같은 까만 띠 인데 종류가 다른 거예요.

정석희: <나가수>에서 개그맨의 역할에 대해 항간에 말이 많은데요, 개인적으로는 <나가수>에서 개그맨의 역할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더군요. <나가수>도 결국은 예능인데 예능을 할 줄 아는 분들이 별로 없기에 말입니다. 매 회 한 명씩 가수와 함께 무대 밖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 주던가 하는 것들은 어떨까요?

지상렬: 동감이에요. 개그맨들 다 빼라는 얘기도 들리지만 실제로 <나가수>에서 개그맨 없이 가수들이 경연을 하기만 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러면 <열린 음악회>, <가요콘서트>와 다를 바 없죠. 별로 분량이 많지 않더라도 개그맨들의 액션이 쉼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매번 숨차게 경연만 할 수는 없으니 제작진도 여러 각도로 고민을 하겠죠. 시간이 흐르며 차차 다양한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요?

정석희: 임재범 씨가 건강 관계로 잠정 하차했어요. 이젠 매니저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인가요?

지상렬: 또 기회가 있겠거니 해요. 인연이 되면 일은 찾아오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를 믿고 가요계의 대 선배들 매니저를 맡겨 주신 것에 일단 감사합니다.



정석희: 저는 사실 김건모 씨가 탈락하던 날 혼자 ‘그럼 지상렬은 어쩌누’ 했어요. 머리까지 잘랐거늘 바로 퇴장이니 말이에요. 그런데 탈락자 발표가 나고 모두 우왕좌왕, 경황이 없는 와중에 지상렬 씨가 ‘우리가 쿨하게 빠져야지’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지만 상황판단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상렬: 네. 제가 그랬습니다. 그게 옳다고 판단했어요. 큰일이나 대세에는 결정이 빠릅니다. 비록 내가 손해를 볼지라도 말이에요. 친구들을 워낙 좋아하는데 그래서 만약 여자 친구가 있다면 그녀가 외로울 것 같아요. 양다리는 절대 못하지만 같이 어울려 온 친구들과의 세월 또한 무시할 수가 없거든요. 이해를 바라지만, 독립군의 아내는 외롭다 하잖아요. 하하.

정석희: 그렇다면 경제관념은 있나요?

지상렬: 물론 경제관념은 있어요. 아무리 밖에 나가 어울리고 돌아다녀도 내 가족 먹고 살 것은 갖다 놓고 하는 성격이라 책임감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정석희: <세바퀴>에 다시 나오고 있더군요. MC와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설정이 들어가니까 나름 재미있던데요?

지상렬: <세바퀴> 패널은 쉬운 자리가 아니에요. 정신줄 안 놓고 내내 집중해야 하는데 녹화 시간이 워낙 기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죠. MC들과는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사이라 가끔 프로그램 중에 설정을 넣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개그평가단’ 같은 건데요, 제가 아무리 희한한 이야기를 던져도 이휘재가 웃지 않는 것 같은 거예요. 그러면 자막에는 ‘민망해서’가 들어가고 ‘꺼리’가 되는 거죠. 이휘재는 웃지 않으려고 손등을 꼬집기도 해요. 하하.



정석희: 전쟁터 같은 <세바퀴>에서조차도 누군가를 찍어 누르려 하지 않던데, 천성적으로 감싸 안는 성격인가요?

지상렬: 술자리에서도 다른 사람들 뒷이야기가 나오는 걸 극도로 싫어해요. 기왕이면 좋은 이야기로 칭찬을 하지, 뭐 하러 안 좋은 소리를 하나요. 누군가가 말을 꺼내도 ‘그건 너 혼자만 느껴. 말하지 마. 알리지 마’라고 해요.

정석희: 연기 얘기를 해 보죠. 꽤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사극에서는 비슷한 톤의 연기였지만 현대극에서 선량한 역할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요?

지상렬: 사극에서는 맡은 역할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대부분 주인공을 좋아하는 감초 역할이라 ‘장금아! 장금아!’ 하며 촐랑대는 식이니 진지할 수가 없죠. 긴장을 풀어주고 털고 가는 게 제 임무였기도 하고요. 연기 또한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전 해보고 싶습니다.

정석희: 머리는 어떤 계기로 잘랐나요? 자른 다음 일이 더 잘 풀리는 것 같은데요.

지상렬: 머리를 자를 마음은 먹고 있었어요. 마침 <나가수>의 도원결의도 있고, <세바퀴> 투입 시점이었고, <레인보우> 하면서 상투 틀고 선생님 노릇을 할 수도 없는 거니까요. 어쩌다 타이밍이 딱 맞았죠.


인터뷰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정리 최정은 기자


[사진=정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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