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 시놉시스 공개가 기대할만 한 일일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의 막장 전개로 심지어 퇴출운동까지 벌어졌던 임성한 작가지만 오는 10월 새로운 드라마로 그녀는 다시 돌아온다. 방송사는 또 다시 MBC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다 막장 논란을 달고 다니지만 그래도 그런 논란에 힘입어 오르는 시청률에 승복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임성한 작가가 이례적으로(?) 새 드라마에 대한 시놉시스를 출연배우들에게 공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실 시놉시스 공개야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출연배우로서 시놉시스조차 보지 않고 작품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작가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면 배우로서의 직무유기로 보이기도 한다.

임성한 작가는 시놉시스 공개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작품의 스포일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 수 있다. 도저히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게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어제 멀쩡히 살았던 인물이 다음날 갑자기 쓰러져 죽거나 해외로 발령이 나는 식의 전개는 실로 임 작가 작품의 예측 불가능성을 가장 잘 말해준다.

하지만 이것은 어찌 보면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작법 스타일인 것처럼 보인다. 애초에 꽉 짜인 스토리를 갖고 드라마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충의 인물 설정만 갖고 들어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일종의 드라마 게임을 하는 것이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가 갖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포일러라기보다는 애초에 보여줄 시놉시스가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처럼 철저한 비밀에 부치는 임성한 작가에 대해 ‘신비주의’라는 수식어가 덧붙여지는 건 그래서 어딘지 잘 맞지 않아 보인다. 신비주의가 아니라 드라마 작법의 전략인 셈이다. 실시간 드라마에 능숙하고 어떤 자극을 덧붙여야 시청률이 나오는지에 익숙한 작가라면, 게다가 어떤 완성도 높은 작품을 그리겠다는 것보다는 시청률 많이 나오는 것을 아예 목적으로 하는 작가라면 굳이 시놉시스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러한 신비주의(?)가 지난 <오로라공주>의 무수한 논란 때문에 더 이상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살생부 얘기까지 나왔던 <오로라공주>가 만들어내는 교육효과는 중견이라고 해도 배우로서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 들어가는 것이 과연 괜찮은 선택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사실 그나마 중견이야 이런 고민은 덜할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 이미지가 자칫 배우에게는 해가 될 수 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주인공들에 유명배우가 들어가지 않고 대신 신인들이 들어가는 것은 작가의 의도라기보다는 배우들이 꺼리기 때문이라는 게 더 공감 가는 해석이 될 것이다. 사실 제 아무리 시청률이 나온다고 해도 막장드라마의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게 되면 차기작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

즉 임성한 작가의 이례적인 시놉시스 공개는 지난 번 <오로라공주>가 만들어낸 후폭풍을 상당부분 의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여주인공으로 임수향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임수향 측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힌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시놉시스 공개가 임성한 작가에 대해 새로운 기대를 갖게 만들 수는 없다. 그저 전략을 살짝 수정한 것 같은 느낌을 줄 뿐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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