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퀸과 달인의 꿈이 이뤄지길 응원합니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국민 요정 김연아의 첫 예능 도전인 SBS <일요일이 좋다>‘키스 앤 크라이’. 피겨 퀸이 자칫 잘못했다가는 명성에 흠집을 남길지도 모를 예능 프로그램을 왜 할 마음을 먹었느냐는 MC 신동엽의 질문에 김연아는 국민의 관심과 열정이 ‘보는 피겨’에서 ‘즐기는 피겨’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고 싶다고 답하였다. 옳은 얘기다. 아직 우리나라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이 ‘피겨 스케이팅’이 아닌 김연아 개인에 머물고 있는 건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 아니겠나.

물론 김연아라는 선수에게 매료되어 피겨 스케이팅 전문가로 거듭난 분들, 꽤 많다. 그러나 그런 분들조차도 이론을 파고들뿐 직접 스케이팅을 즐길 엄두는 내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지 않을까? 그간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자리 잡은 스키 인구의 꾸준한 증가와 비교해 볼 때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고, 그런 안타까움 때문에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는 피겨 퀸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리라.

김연아는 진심을 다한 땀과 노력이 뒤따른다면 ‘운동이나 하지’라는 우려들은 부지불식간에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기색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늘 최선을 다해 왔고 결과는 항상 정직했으니까. 그러나 99 퍼센트의 노력과 1 퍼센트의 운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와 달리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은 누구 혼자만의 노력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물며 연령과 성별과 사연이 제각기 다른 유명 연예인이 열 명이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지 않은가. 따라서 스케이터로 데뷔하는 열 명의 연예인 도전자들의 남다른 각오와 책임 의식이 성패의 열쇠일 수밖에 없는데, 2개월이라는 부족하다 싶은 연습 기간을 통해 탄성이 나올 만큼 대단한 성과를 이룬 도전자가 있는가 하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결과를 보인 도전자도 있었다.

그중 돋보였던 도전자를 꼽자면 우선 연예계 데뷔 8년 차로서 터닝 포인트가 절실했다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를 들 수 있겠다. 두 달 전 난생 처음 스케이팅을 접했다는 그는 익히 알려진 근성을 입증하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쳐 출사표부터 독보적인 우위를 선점했다. 그런가하면 손담비와 에프엑스의 멤버 크리스탈 역시 댄스 가수답게 만족할만한 연기를 선보였으며 어린 딸과 함께 등장한 연기자 이아현도, 그리고 도전 자체만으로도 칭찬 받아 마땅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현빈 엄마 박준금도 손색이 없는 무대로 감동을 끌어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달인 김병만의 도전이다, 기술과 춤과 연기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그리고 유달리 아름다운 선이 부각되는 종목이기에 그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했지만 피겨에 쿵푸를 접목시킨 참신함으로 체격의 열세를 극복해낸 달인에게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그의 진지한 연기를 본 순간 그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노력을 했을지 가히 짐작이 가는 터라 한편으론 안쓰럽기까지 했다,

사실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의 피겨 스케이팅 도전기라 해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가 청중평가단의 표정에 주목한다면 ‘키스 앤 크라이’는 김연아의 반응이 관건인데, 그녀가 감탄한 표정을 지으면 시청자들은 ‘아, 놀랄 정도로 어려운 동작인가보네!’ 하게 되고 그녀가 새침하니 바라보면 ‘마음에 안 드나보군. 열심히 안한 티가 나나?’ 하게 되는 것이다. 털털하고 가식 없는 평소 성격만큼이나 리액션도, 감상평도 군더더기 없이 솔직한 김연아는 달인 김병만의 스파이럴과 점프 때 가장 열렬히 환호했고, 즐거워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당시 수리야 보날리가 선보였던 백플립을 반드시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는 김병만의 간절한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그러나 그가 김연아를 도와 피겨 스케이팅의 대중화에 앞장서주길 바라는 마음만큼 그의 발목 부상도 걱정이 된다. 도전과 성공도 중요하지만 더더욱 소중한 건 국민 달인의 건강이 아닐는지.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