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테니스 선택,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월드컵 특수를 노리며 장장 4개월간 내달렸던 축구편이 이제 막을 내렸다. 이제 겨우 축구다운 축구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이벤트가 본질을 넘어서면서 다소 지루하기도 했지만 농구 편처럼 멤버들의 실력 향상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종목이었다. 방송은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기광, 두준, 민호, 시강, 상국, 지석, 규혁 등의 멤버들이 여전히 ‘우리동네FC’ 축구단을 지키며 공을 차고 있다고 하니, 사회인 스포츠 문화와 저변을 알리고자 하는 <우리 동네 예체능>의 골을 성공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예능의 입장에서 축구를 다룬 <우리 동네 예체능>의 전술은 다소 아쉬웠다. 사회인 체육,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과 저변확대를 목적으로 멤버들이 캐릭터를 잡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쫓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지탱하는 정서는 일본 스포츠 만화물의 그것과 같다. 갖춰진 것은 없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열정을 다해 부딪치고, 전력을 다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그 사이 느끼는 우정과 성장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축구편은 월드컵을 보러 브라질까지 가고,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FC서울 창단 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레전드 선수들을 모시고 경기를 하는 등 스케일은 커졌지만 기본적으로 축구에 대한 재미와 멤버들의 캐릭터의 드라마 부각에는 실패했다. 워낙 많은 선수들이 필드 위에서 뛰는 종목의 특성도 문제긴 했으나, 근본적으로 스포츠를 콘텐츠화하는 제작진의 기본 눈높이에서 오차가 발생한 부분이기도 하다. 거기서 축구의 재미와 예능이 만나지 못했고 시청자들에게 그들의 땀방울과 재미가 제대로 전이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진짜 축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경기나 성장 스토리의 빈틈을 이영표를 위시해 2002년 월드컵과 그 시절의 추억으로 채우려고 했다.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경기에서는 아예 최용수 감독부터 시작해 여전히 틈만 나면 12년 전 월드컵 이야기를 하고, ‘도쿄대첩’ ‘을용타’ 등 과거 에피소드를 사골 우려먹듯이 끄집어낸다. 이에 멤버들은 황송해하며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80년대부터 필드를 누볐던 반가운 선수들이 대거 등장해 축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또 그 선수들을 직접 본 적 없는 시청자들에게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이벤트긴 했지만 우리동네FC 입장에서 마지막 경기의 여운, 마침표에 어울리는 그림은 아니었다.



K리그 팬으로서 최용수, 아디, 이을용이 뛰는 것을 다시 봐서 반가웠다. 별로 뛰지도 않고 패스 몇 번에 진영을 넘어와 여유롭게 경기를 이끌어 가는 왕년의 축구 도사들을 보면서 클래스에 감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민호가 멋진 스트라이커라는 점, 이시강은 선수급이라는 점 등을 제외하고 우리동네FC쪽으로 부각되는 그림을 찾기가 힘들었다. 방송을 이끌어야 할 강호동과 정형돈은 게임 중에 묻혀 있었고, 강호동의 애교어린 몸짓과 과장된 행동들은 영양가가 없었다. 아무것도 아닌 무에서 점점 높은 곳으로 치닫는 스포츠 드라마의 성장 그래프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

문제는 앞서 말한 전술이다. 스포츠를, 축구를 어떻게 담아낼까, 스포츠팬의 입장에서 무엇이 재밌을까가 아니라, 축구를 단지 예능의 틀에서 한 편의 소재로만 바라보면서 다가간 것이 패착이었다. 축구팬은 축구 경기의 묘미와 발전하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아 그 나름대로 아쉽고, 일반 시청자들은 특별히 챙겨볼 이유가 없는 평범한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스포츠 콘텐츠에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이 있음에도 해당 스포츠팬들을 자극하는 특유의 정서를 4개월 동안 만들지 못했다. 이덕화 씨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캐스팅은 제작진의 이해도 부족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

공중파 예능이라면 다양한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기획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스포츠를 다루는 <우리동네 예체능>은 그 종목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먼저 사로잡지 못하면 게임은 끝난다. 다시 말해 <우리동네 예체능>이 더 많은 관심과 뜨거운 애정을 받기 위해선 스포츠에 중심을 두고, 팬들의 정서와 문화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해당 스포츠와 문화에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이는 인터넷 카페와 게시판에 몇 주만 머물러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스포츠와 예능이 시너지를 일으킬 길은 기존 예능과 당연히 다르다.



다음 주부터 펼쳐질 테니스는 위와 같은 이유에서 기대된다. 개인 스포츠인 테니스는 캐릭터의 성장을 드러내기 적합하고, 승부의 재미를 시청자들과 함께 느끼기 아주 좋은 종목이다. 무엇보다 테니스는 원톱 MC 강호동이 오랫동안 정진해온 텃밭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명절 예능이 아니다. 최소 몇 달간 긴 기간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스포츠에 반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조연은 조연이고 반짝 스타는 말 그대로 반짝일 때 빛난다. 주인공이 그 드라마를 이끌지 못하면 당연히 재미는 반감된다. 축구편은 주인공 격인 강호동과 정형돈이 중심에 서지 못하면서 드라마가 어려워졌다. 이영표를 투입하고 아이돌들이 참여하는 스타마케팅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테니스 편은 모든 상황이 좋다. 종목도 캐릭터 잡기 좋고, 주인공이 중심에 설 수 있고, 헨리라는 예능 실타래도 있으며, 선생님이 윤종신과 결혼한 전미라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할 정도다. 이러한 테니스에서도 승부를 못 본다면 <우리동네 예체능>의 클래스는, 포텐셜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