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멜로 드라마, 스킨십은 기본 베드신도 오케이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월화드라마 <연애의 법칙>에서 여주인공 한여름(정유미)의 친구로 나오는 윤솔(김슬기)은 남자친구에게 여행을 가자며 팬티를 선물하고 그걸 입고 오라고 말한다. 그건 대놓고 하룻밤을 보내자는 적극적인 표현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남자친구는 “우리가 그런 사이인가”하고 되묻는다. 윤솔은 그간 몇 년 동안 같이 지낸 시간들을 얘기하지만 남자친구의 한 마디는 연인과 그냥 친구 사이의 차이를 단칼에 구분해 버린다. “우린 같이 안 잤잖아.”

이건 어쩌면 요즘 달라진 연애 세태인지도 모른다. 극중 윤솔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제 연인과 그냥 친구 사이를 가르는 건 함께 잤는가 안 잤는가 하는 것으로 구분된다는 것. 과거의 드라마를 떠올려보면 상당히 달라진 면면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어찌 어찌 만나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손 한 번 잡는 데도 두근두근 하는 남녀를 묘사하다가 키스를 하게 되면 비로소 어느 단계를 넘는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베드신 같은 건 연애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들은 스킨십이 자연스럽고 심지어 베드신이 나와도 그다지 낯설게 다가오지 않을 정도가 됐다. <연애의 법칙>에서는 처음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남녀가 그 날 바로 키스를 하는 이야기도 등장하고, 다시 만난 옛 남자친구와 술에 취해 동침하는 장면도 나온다. 또 그 사실을 알게 된 현 남자친구의 집에서 화해하듯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거침이 없다.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스킨십에 대한 일종의 거부증을 갖고 있는 여주인공 지해수(공효진)가 장재열(조인성)이라는 멋진 남자와 키스를 하고 육체적 관계를 갖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것은 그저 자극적인 장면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드라마의 중요한 설정이다. 그것은 단지 육체적인 관계만이 아니라 지해수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내면적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아예 우연히 원나잇을 하게 된 이건(장혁)과 김미영(장나라)이 아이를 갖게 되면서 결혼하게 되고 그로부터 사랑이 생겨나는 이야기다. 기존의 멜로 방식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즉 이 드라마에서도 두 사람의 육체적 관계는 중요하다. 바로 거기서부터 드라마의 전체 흐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떡방아 신 같은 에둘러 표현하는 장치를 만들기도 했지만 역시 살짝 들어간 베드신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움을 보여줬다.

트렌디한 사랑을 다룰 수밖에 없는 로맨틱 코미디 같은 멜로드라마에서는 당대의 달라진 성의식이나 연애관을 무시할 수 없다. 만일 지금도 고답적으로 만나서 아주 천천히 관계가 진전되어가는 과정을 멜로를 통해 보게 된다면 그것은 조금은 비현실적이거나 지루한 감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과거에 비교해 그만큼 더 솔직해졌고 육체적인 표현에 있어서 훨씬 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달라진 사랑관이 아슬아슬하게 여겨질 때도 있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추구한다는 점은 확실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 어쨌든 어느새 드라마에서 스킨십은 기본이고 베드신도 당연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달라진 세태를 우리에게 말해준다. 이것은 또한 훨씬 더 많은 리얼함을 요구하는 대중들의 욕구와도 맞닿아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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