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김구라의 독설 예전과 같지 않은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이병진, 김태현, 사유리, 장동혁을 게스트로 초대해 이른바 ‘예능감 심폐소생 특집’을 꾸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심폐소생이 필요한 건 게스트들만이 아니라 <라디오스타>라는 토크쇼 그 자체였다. 다소 직설적이고 때로는 짓궂은 면이 있는 <라디오스타>지만 시청자가 불편할 정도의 ‘난장판’이 벌어졌다.

여러 불편한 장면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김구라와 장동혁의 설전에서 비롯됐다. 먼저 문제를 만든 건 장동혁의 블랑카 이야기. 김구라가 여러 번 블랑카의 전화를 받고 방송에서도 자주 언급할 정도로 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블랑카의 전화번호도 갖고 있지 않다고 장동혁이 폭로한 것. 하지만 김구라는 ‘지어내 이야기’라며 아예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거기 적혀진 블랑카의 전화번호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구라가 감정을 드러낼 정도로 화를 내는 게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사실 토크쇼 같은 방송에서 자신이 주목받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도 아닌 타인의 이야기를 꾸며내서 그 당사자를 곤경에 빠뜨리는 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일은 자칫 잘못하면 그 당사자에게는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될 수 있다. 요즘처럼 있지 않은 사실도 반복 확대 재생산되며 진짜처럼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김구라가 진심으로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장동혁이 사과를 하는 상황에서까지 사과를 받아주지 않고 “아직 감정이 남아있다”고 고개를 돌리는 김구라의 모습은 토크쇼 MC로서는 너무 과도하게 여겨진다. 김구라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메소드 예능’이라고 말하며 MC도 감정을 있는 대로 드러내는 방송을 하는 게 ‘솔직한 방송’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구라가 말한 대로 솔직한 방송은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더더욱 진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 진정성도 결국은 시청자를 위한 일이다. 김구라의 표현대로 솔직한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메소드 예능’을 한다고 해도 시청자가 그걸 보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면 그건 누구를 위한 솔직함일까. 결국 진솔한 방송을 한다는 건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함이다.

표현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조금 세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켜야될 선은 있는 법이다. MC가 게스트에게 면박을 주고 감정 섞인 폭언을 서슴지 않으며 오히려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는 데는 받아주지 않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장동혁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을 보며 김구라가 “그런 기개도 없이”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 말하자, 듣다 못한 김태현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기개까지 있어야 하냐”고 묻는 대목은 <라디오스타>가 넘어서 있는 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라디오스타> 심폐소생 특집은 토크를 보여줬다기보다는 한바탕 대놓고 벌이는 감정싸움을 보여줬다. 이 판에서 ‘기개’가 필요한 건 그 살벌한 말로 벌이는 치고받는 싸움에 뛰어들지 아니면 한 걸음 물러나 병풍처럼 앉아 있을 지를 게스트(혹은 MC도)가 결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어쩌다 <라디오스타>는 이렇게 밑바닥까지 드러내야 할 상황에 이르렀을까.

<라디오스타>가 게스트를 공격하고 물어뜯는 것이 시청자들로부터 허용되고 또 한편으로는 박수 받았던 건 홍보 일색의 토크쇼들 속에서 이러한 배려 없(어 보이)는 <라디오스타>가 출연자들의 진실된 속내를 끄집어내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할 때 허용되는 것이다.

김구라는 이전에 <라디오스타>에서 송창의가 나왔을 때 그의 연인이었던 뮤지컬 배우 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끝없이 꺼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리사는 이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잘 지내고 있는데 왜 그러세요...저한텐 웃기지 않아요.’라는 글을 게재해 그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김구라는 방송을 통해 리사에게 사과했지만, 그런 그가 장동혁이 블랑카의 이야기를 다소 과장되게 얘기한 것을 갖고 진심 화를 낼 자격이 있을까.

최근 들어 김구라의 행보가 예전 같지 않다. 그의 독설 혹은 직설은 언제부턴가 속 시원하지 않고 불편함만을 남기고 있다. 김구라의 ‘메소드 예능’이라는 표현처럼 이것은 그의 진심이 담긴 방송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준다면 그것은 연예인 김구라로서는 고민해야 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것은 김구라가 처음 독설을 했던 연예 생태계와 지금이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 때는 그의 다소 속물적인 이야기 하나하나가 가식에 가득 찬 연예계의 겉옷을 벗겨내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연예인들 스스로 가식의 옷을 벗어던지는 시대다. 그러니 김구라는 이 시점에서는 자신만의 새로운 특화된 영역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세고 자극적인 방식의 토크만으로는 부족하고 또 위험하다. 시사 같은 알맹이의 정보가 있는 토크를 예능으로 전화시키는 것 같은 그만이 잘 할 수 있는 특화된 영역을 찾지 않는다면 그가 말하는 ‘메소드 예능’은 불편함만 가득한 수술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심폐소생이 필요한 건 김구라 자신이고, 또 이를 오히려 부추기는 듯한 <라디오스타> 그 자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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