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아이’, 추락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SBS <매직아이>에서 이효리는 시청률 추락의 원인이 김구라가 맡았던 후반 코너 ‘숨은 얘기 찾기’ 때문이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숨은 얘기 찾기’ 코너를 폐지하고 김구라가 본 코너에 합류했지만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급기야 3%라는 최저시청률까지 나왔다. 이건 단순히 후반 코너의 문제가 아니라 <매직아이>라는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문제는 MC들의 조합이 가진 부조화다. 사실 처음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이 토크쇼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세다’는 인상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센 언니들의 토크’라는 것을 프로그램의 정체성처럼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센 언니들의 토크’가 보편적인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남성 시청자들은 불편하게 다가오는 면이 더 많고, 여성시청자들도 여성의 이야기보다는 남성의 이야기에 더 끌리기 마련이다.

여기에 김구라가 투입되자 토크는 더 센 느낌을 만들었다. 토크쇼의 조합이란 ‘강한 것’만으로는 어렵다. 한쪽에서 강한 느낌을 만든다면 다른 쪽은 그걸 받아주는 느낌도 있어야 한다. 마치 <해피투게더3>에서 유재석이 강하게 나오면 박명수는 한 풀 접어주는 식이다. ‘강 대 강’으로 이어지는 대결식의 토크는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토크쇼는 아직까지 공감대가 우선이지 말싸움 같은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이렇게 센 토크를 구사하는 MC들이 포진한 자리에 투입되는 토크 주제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도촬’(도둑촬영) 같은 문제를 갖고 찬반식의 토크를 한다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도촬’ 자체가 범죄인데 이것을 두고 어떤 찬반 토크가 가능할 것인가. 김수용이 ‘눈높이에서 찍은 사진도 도촬인가?’라는 질문이나, 김구라가 ‘자극적인 의상도 문제’라는 지적은 자칫 잘못하면 당사자들의 상식 수준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어떻게든 찬반 토크로 이어가다보니 이런 식의 무리한 토크가 나오게 되는 셈이다.



사실 <매직아이>는 뉴스와 예능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살짝 보였지만 그것은 그저 제스처일 뿐 사실은 별 의미 없는 토크들로 채워져 있다. 즉 개인이 갖고 온 뉴스에서 박건형이 ‘위생적인 차세대 인사법’으로 엉덩이를 부딪치는 인사를 소개한다거나, 김수용이 ‘콜라텍’이 아닌 ‘우유텍’ 이야기를 하는 건 그저 우스갯소리일 뿐이지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의미 있는 뉴스는 아니다. 또 ‘땔감뉴스’라고 뉴스를 내세우고 있지만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너무 개인적인 신변잡기에 머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은 잘못된 토크주제 선정과 무관하지 않다.

세 번째 문제는 <매직아이>의 토크 형식이 그리 새롭지 않고 또 세련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땔감뉴스’라는 형식은 ‘이야기로 불을 질러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러려면 제대로 된 이슈들을 건드려줘야 한다. 그것이 없이 땔감을 던져 넣고 CG로 불꽃이 나오는 것을 가장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건, 토크 형식으로서 그다지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매직아이>가 뉴스와 토론을 표방하며 그저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벗어나려하는 건 지금의 토크쇼들이 가진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러려면 좀 더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진짜 토크 주제를 가져와야 하고, 그 주제에 대한 토크 역시 좀 더 진지해져야 한다. 그저 뉴스나 시사적인 것을 얘기하는 척 흉내 내고 있는 것으로는 요즘처럼 민감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지금 현재 <매직아이>는 과거 연예인 신변잡기 토크쇼와 뉴스를 표방하는 정보형 토크쇼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는 중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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