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눈만 살짝 돌리면 통할 무대 여전히 많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한마디 더 얹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최근 강호동에 대한 말이 많다. 비주류 정서의 <라디오스타>를 흥행시킨 황선영 작가와 손잡고 야심차게 내딛은 <별바라기>가 불과 3개월 만에 시청률과 이슈, 모든 면에서 대참패 끝에 폐지되면서 위기설이 다시금 대두된 것이다. 분명 다시금이다. 복귀 후 계속된 변신 시도에도 불구하고 흥행 참패가 이어지면서 웅성임은 더 심해졌다.

사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별바라기>에 더 이상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추억과 정서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토크쇼는 특별한 시도였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안 돼 갈 길을 잃고 소진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추억은 가끔 돌아봐야 아련한 것이다. 게다가 ‘빠순이’였던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그 안에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다. <응답하라> 열풍을 타고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은 금방 사라질 토네이도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기획의 핵심 정서도 힘을 받지 못했고, 일반인의 반짝 입담에 프로그램의 명운을 건 전략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8090’의 추억만으로 안 되자, 팬심의 끝인 아이돌을 끌어안으며 승부를 보려고 했다. 문제는 요즘 아이돌 예능은 명절 때도 안 하는 장사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콘셉트의 뿌리부터 흔들렸다. 함께할 정서가 없으니 공감대를 붙잡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추억은 흘러간 에피소드로 다가왔고, 일반인들의 에피소드와 입담은 볼거리로는 빈약했다. 팬심, 출연자에 대한 관심이라는 후크가 기본적으로 마이너한 데다 내밀한 정서와 맞지 않는 <스타킹>식 진행이 펼쳐지니, 콘셉트는 신선하나 이내 지루한 그저그런 에피소드형 토크쇼가 되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강호동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의 진행 스타일은 기획 의도와 어울리지 않았다. 일상의 공유, 정서적으로 접근하는 요즘 예능 토크쇼의 경향을 여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복귀 후 가장 선방 중인 <우리 동네 예체능>도 제작과 촬영장에서의 영향력은 지대하지만 호들갑스런 몸개그와 진행 방식이 재미의 중심인 프로그램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이 강호동 위기론의 핵심이다. 호탕한 웃음으로 스튜디오 분위기를 휘어잡고 윽박지르듯 에너지로 몰고 가는 진행 스타일은 서로 가깝게 다가고, 자신을 열어야 하는 요즘 예능, 요즘 토크쇼의 내밀한 정서와 방식에 맞지 않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가겠다는 건 박수칠만한 의지이지만 변화에 대한 강박에 조급한 나머지 자신의 한계와 장점에 대한 기준을 잃은 것 같다.

요즘 잘나가는 신동엽이 어떤 모양이나 색으로도 변해 보일 수 있는 ‘물’과 같다면 강호동은 무엇이든 자신의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컵’이다. 그만큼 세고 틀이 확고하다. 변화를 추구하며 시작한 프로그램들이 전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안정적인 프로그램이 <스타킹>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스타일을 바꾸려는 고민보다 눈을 돌려서 무대를 달리하는 것도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쇼’에 어울리는 인재다. 에너지로 출연자와 방청객을 압도하는 유일한 MC다. 젊은 세대보다는 강호동의 진행에 익숙하고, 전통적인 ‘버라이어티쇼’에 익숙한 중년 세대를 공략해야 한다.

이런 포지셔닝에 대한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예전처럼 대중 전체의 사랑을 먹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그런데 강호동의 부침이 이슈가 되는 이유를 살펴보자. 사람들이 강호동의 실패에 주목하는 것은 단지 어느 프로그램의 재미 여부가 아니라 그의 수난이 예능계 지각변동의 징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의 어려움은 영원할 것 같던 공중파 예능이 침체, 도전, 잠식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2000년대 중반, 남희석으로 대표되는 스튜디오형 MC들이 몰락했을 때는 스튜디오 쇼가 야외 버라이어티로 넘어가는 장르적 전환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르는 물론이고 무대, 즉 채널파워 자체가 변화하는 시대다. 변화 자체가 유례없는 만큼 더 유연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공중파 예능의 마지막 남은 아성이다. 이들이 공중파에서만 활동한다는 점은 종편과 케이블을 여전히 내려다볼 수 있게 하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이들은 마치 몰락하는 대제국의 최정예 호위무사와 같다. 문제는 그들의 무력과 전투 스타일이 올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확고한 틀과 과장된 리액션을 진행의 중추로 삼는 강호동 쪽 상황은 누가 봐도 심각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스타일의 변화? 아직 그것에 성공한 MC는 단 한 명도 없다.

당연히 변화는 해야 한다. 스타일의 변화만 생각할 게 아니라 다른 시점에서 더 큰 판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별바리기>의 콘셉트는 추억과 공감이었지만 강호동은 최근 활동하는 MC 중 이러한 정서적인 측면에서 가장 취약하다. 에너지로 아우르고 몰고 가는 타입이지 세심하게 다가가고 끌어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달빛 프린스>부터 자신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계속 도전하고 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눈만 살짝 돌리면, 자신의 고객을 좀 더 명확히 한다면, 그가 먹힐 무대는 여전히 많다. <세바퀴>와 종편의 일명 ‘떼토크’ 쇼를 보라. 강호동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무대와 콘텐츠들이다. <비정상회담>의 장위안의 말처럼 외모도 되는데, 그의 스타일에 맞는 프로그램이 즐비한 중국 진출 모색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자신의 장점을 최대화할 수 있는 무대와 시장을 찾는 것도 강호동이 그렇게 추구하는 변화다. 현실과 자신의 역량을 어떻게 계산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지 변신보다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하는 편이 급변하는 시대에 더 현명한 대처 전략이 아닐까 싶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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