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고도 즐거운 ‘무한도전’ 라디오 데이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무한도전> 라디오데이에서 노홍철은 라디오 방송 도중 갑자기 청취자에게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나섰다. 마치 방콕의 한 마사지 샵에 온 것처럼 멘트를 날리고는, 마사지를 해주고 받는 소리를 연출했다. 사실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라디오 방송은 보통의 경우에는 방송사고라고 해도 될 만큼 파격적인 것이었다.

옆에서 노홍철이 사고를 낼까 노심초사하며 방송을 듣던 유재석과 박명수는 고성방가 수준에 머문 노래에 마무리 멘트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고 끝내버린 노홍철의 라디오 스튜디오를 찾아가 항의하는(?) 상황극을 보여줬다. 당혹스런 시간을 보낸 담당 PD는 새삼 박경림에게 잘 해줘야겠다고 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사실 이날 라디오데이에서 시도된(?) 방송들은 방송사고에 가까울 정도로 아슬아슬한 면들이 있었다. 박명수가 교통상황을 전하려는 리포터에게 “별 다른 거 없죠?”하고 묻고 별거 없다면 그냥 넘어가자는 식으로 말하는 대목이나, 1일 리포터로 분한 유재석과 나누는 사담도 평상시라면 허용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으로 먹방을 시도하는 정준하 역시 대단한 파격을 보여줬다. 원칙적으로는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준하의 먹방 시도는 꽤 참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똑같이 실제로 송출되는 라디오 방송인데 왜 이런 방송 사고에 가까운 시도들이 모두 허용되고, 심지어 그것이 웃음과 즐거움마저 주는 것일까. 거기에는 <무한도전> 라디오데이가 가진 기획적인 한 방이 숨겨져 있다. 보통의 경우 할 수 없는 방송사고 수준의 시도도 <무한도전>이라는 틀 안에서는 허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애초부터 완벽함을 추구하는 예능이 아니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슬로건에서 나타나듯 불완전함과 과정이 이 예능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따라서 평상시 라디오 방송과 똑같은 평이함을 추구했다면 <무한도전> 라디오데이라는 아이템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시도한 것은 늘 듣던 라디오 방송의 틀을 깨는 것이다. 입으로 댄스를 시도한다거나, 방송 도중 청취자에게 직접 음식을 배달해준다거나, 심지어 방송 사고에 가까운 진행으로 우리가 늘 듣던 방송의 격을 파하는 것. 이것이 <무한도전>이 라디오데이를 통해 하려는 도전의 실체다.

노홍철처럼 조금 과하게 여겨지는 파격은 보는 이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허용되는 건 청취자들이 이 날만은 그저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무한도전>의 한 부분으로서 그 방송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한도전>이 우리에게 지금껏 선사해오던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늘 틀 안에서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을 깨는 파격. 그것이 <무한도전>이 아니던가.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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