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문제는 사생활이나 신비주의가 아니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아직까지 서태지의 신곡은 발표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서태지와 관련된 사안들이 나올 때마다 대중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런 사실은 포털 다음에 게재된 서태지 관련 투표에서 먼저 확인된다. 9월25일부터 30일까지 투표된 ‘해투 출연하는 서태지, 기대된다 UP 글쎄 DOWN’에서 총 참여자 17,635명 중 76%인 13,465명이 DOWN을 눌렀다.

KBS <해피투게더3> 단독 게스트 출연 소식이 논란으로 치달을 즈음, 서태지 측은 아이유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태지가 작사 작곡한 ‘소격동’이란 곡을 아이유와 서태지가 두 개의 노래로 부른다는 것. 서태지의 홍보대행사측은 이것을 그동안 가요계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즉 남자의 입장과 여자의 입장에서 한 가지 이야기를 테마로 각각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두 개의 노래와 두 개의 뮤직비디오가 있다’거나, ‘두 가지의 비밀 이야기를 퍼즐처럼 풀어나가는 형식’이라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사실 새롭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하나의 스토리를 남자와 여자가 노래로서 연결시켜 나간다는 건 작금의 스토리텔링화된 음악만 살아남는 음악시장에 괜찮은 시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역시 시큰둥하다. 지난 29일부터 포털 다음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태지와 아이유 협업, 기대된다 UP 글쎄 DOWN’ 투표에서는 30일 오후 5시 현재까지 총 3,395명 중 70%인 2,377명이 DOWN을 눌렀다. 투표란 따라붙은 댓글들도 호의적이지 않다. 심지어 이러한 콜라보레이션을 아이유에 서태지가 기대는 뉘앙스로 읽는 반응들이 더 많다.

왜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걸까. 이미 노래가 발표된 연후라면 논란의 이유를 기대감과 노래가 주는 결과물의 관계에서 찾아낼 수 있을 것이지만 서태지에게 계속되는 반감은 그런 것이 아니다. <해피투게더> 출연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미 나온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대중들은 반감을 표시한다.

가장 큰 것은 신비주의에 대한 불편함이고 그 밑바닥에는 서태지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재혼에 관한 사생활이 주는 불편함이 있다. 과거야 어쨌든 사생활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이 사생활의 영역이 음악인으로서의 활동에도 정서적인 제약을 만드는 시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구태의연한 홍보방식에서 나온다. 과거라면 서태지가 방송에 나온다거나, 음반을 발매한다거나, 누구와 콜라보레이션을 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대중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서태지는 이미 신비주의가 벗겨진 지 오래고, 심지어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갖게 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홍보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은 무리수가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조용히 음악을 발표하고 대중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입소문에 의지했다면 어땠을까. 요즘의 대중들은 좋은 음악은 홍보를 하지 않아도 기막히게 찾아 듣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태지가 아닌가. 조용히 노래를 발표해도 대중들은 알아서 찾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홍보는 여기서 자꾸만 먼저 설레발을 친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홍보는 기대감으로 연결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라면 반감만 더 크게 살뿐이다. 이럴 경우 오히려 콘텐츠에 더 집중시켜야 하는 것이 맞는 홍보 방식이다.

최근 <비긴 어게인>이라는 다양성 영화가 화제다. 이 영화는 별다른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저절로 퍼져나갔다. 노래는 스토리를 부각시켰고, 스토리는 노래를 강화시켰다. 영화를 본 이들이 노래를 찾아듣자 이색적이게도 우리 차트에 <비긴 어게인> OST의 전곡이 랭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서태지라는 이름에 기대어 노래가 팔려나가던 시대는 지나갔다. 문제는 콘텐츠다. 콘텐츠가 좋다면 서태지는 다시 부각될 것이고, ‘역시 문화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 이전에 너무 과도하게 벌어지는 서태지 마케팅은 심지어 콘텐츠가 정당하게 평가받을 기회마저 빼앗고 있다. 문제는 사생활도 아니고 신비주의도 아니다. 소통방식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서태지 컴퍼니, 로엔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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