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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로미오와 줄리엣’
기사입력 :[ 2014-10-05 17:46 ]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 스코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꿈과 사랑의 세계’로 초대 받으면 이런 기분이 들까. 나이팅게일이 아름답게 노래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황홀한 꿈 속, 종달새가 지저귀는 세상의 끝에서 만난 '단 하나의 사랑' 속으로 초대 된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지난 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개막한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희망이 가득 찬 푸른 빛부터, 뾰족한 끝을 감춘 채 검푸른 하늘에서 빛나는 별빛, 세상의 어둠 속에서 더 빛나는 코발트 빛의 운명까지를 무한하게 펼쳐놨다. 이 모든 세계로 관객의 손을 슬프고도, 부드럽게 잡은 이는 로미오 역 테너 김동원과 줄리엣 역 소프라노 손지혜였다. 이들은 청각적인 행복을 선사함은 물론 마음이 움직이는 열연으로 큰 박수를 받은 장본인이다. 마지막 2중창인 ‘슬퍼하지 말아요. 가여운 연인이여’ 는 다시 한 번 듣고 싶은 절창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오페라였다. 파릇한 봄의 정령들과 함께 차를 마실 것 같은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으로 노래하는 줄리엣, 태양도 막지 못할 뜨거운 순수함으로 줄리엣을 사랑하는 로미오는 ‘열정이 사라진 성인’들의 마음에 불씨를 당겼다. 특히, 로렌스 신부를 앞에 두고 들뜬 청춘의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비밀 결혼식을 하는 소년, 소녀의 모습은 그들에게 닥칠 비극과 대비되며 강한 여운을 남겼다. 이어서 철부지 소년과 소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곧 다가올 ‘슬픈 운명의 아침’이 오는 소리를 밀도감 있게 주고 받는 4막 장면은 달콤한 사랑의 고통을 배가시켰다.

“사랑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연출 콘셉트로 내세운 엘라이저 모신스키는 ‘사랑’이라는 법을 맨 앞에 두고 움직이는 두 남녀의 시적인 세상을 황홀하게 펼쳐놨다.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과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무대는 코발트빛 블루로 가득 채워지고 일상의 어수선함이 없는 단순하고 절제된, 오직 이상적이고 서정적인 감정 표현에 충실할 수 있는 시적인 세계로 표현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의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위한 연출인 ‘시적인 연출’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소지가 분명하다. 주인공들의 사랑의 행보에 동참하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3막의 결투 장면 외에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번 작품의 ‘서정미’가 지루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역들의 가창 외에도 흡입력 있는 연기가 그날의 객석 분위기를 결정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의 ‘열병’에서 ‘행복감’, 그리고 증오의 세상이 안겨 준 ‘혼란’의 단계까지를 한 폭의 거대한 회화처럼 펼쳐냈다. 무대 공간 사이로 움직이는 스크린 커튼은 사랑하는 커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하지만 감추고 싶은 세상의 뒷모습을 훔쳐보게 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여러 겹의 프로시니엄 아치는 무도회 장면에서 무덤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운명적 사랑 속으로 한걸음 발을 내딛게 한다. <라이온 킹>의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는 리처드 허드슨이 맡은 무대는 원작의 내용을 훼손하지도 않으면서 연출의 의도를 제대로 불러온 디자인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화가 조토의 프레스코 화에서 영감을 받아 가져온 의상은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줄리엣 가문과 캐퓰렛 가문 구분을 하고 있지만, 다소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준 점이 아쉽다. 줄리안 코바체프가 이끈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서정미와 활기'를 자유자재로 오고가는 오케스트레이션을 선 보였다.



첫날 무대에 오른 테너 프란체스코 데무로와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는 아름다운 이중창과 아리아를 들려줘 많은 박수를 받았으나, 다소 경직된 연기로 관객들을 몰입의 경지로까지는 이끌고 가지 못했다. 베이스 김철준(로랑신부), 베이스 박준혁(캐풀렛)의 부드러운 저음과 안정감 있는 연기가 눈에 띈다.

주역들 외에도 바리톤 송기창(머큐쇼), 메조소프라노 김정미(스테파노) 테너 최상배(티볼트) 메조 소프라노 양계화(거트루드), 베이스바리톤 박상욱(파리스) 테너 이원용(벤볼리오), 바리톤 안병길(그레고리오), 베이스 박진표(베로나 공작), 스칼라 합창단이 열연을 펼쳤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10일과 11일 양일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초청 돼 대구 관객들을 살아있는 '코즈믹 블루(cosmic blue)빛 ‘사랑’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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