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진짜사나이’ 동반 위기, 다른 듯 같은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일밤>의 위기다. 인천 아시안 게임이 끝나고 정상화된 주말 예능 경쟁에서 <일밤>은 9.3%(닐슨 코리아) 한 자릿수 시청률로 추락해 KBS <해피선데이> 15.9%와의 격차가 훌쩍 벌어졌다. SBS <일요일이 좋다>는 7.4%로 시청률에서 꼴찌지만 지난 시청률보다 1% 정도 상승함으로써 <일밤>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시청률만 갖고 모든 걸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돌아온 일요 예능의 콘텐츠 면면을 들여다보면 <일밤>의 추락과 위기가 근거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진짜사나이>의 ‘여군특집’이 그나마 <일밤>을 지켜내고 있었지만 다시 남자 편으로 돌아오면서 그 힘이 빠진 건 분명하다.

결전부대에 입소한 멤버들이 장갑차를 몰고 화기교육을 받는 등, 스펙타클한 볼거리는 분명 있었지만 그것은 ‘여군특집’에서 김소연이 구름사다리를 건너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 땀과 감동을 느끼던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었다. 즉 시청자들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스펙타클이 아니라 군 체험이 주는 힘겨움의 공감이라는 것.

무엇보다 ‘여군특집’의 그 강렬함이 잠시 가려두었던 ‘군대 미화 논란’은 남자편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이렇게 된 것은 이제 김수로, 서경석, 샘 해밍턴이 병장을 달았고, 또 천정명, 케이윌, 박건형, 헨리까지 일병을 달면서 군대 체험이 훨씬 여유로워 보이는 점도 한 몫을 차지했다. 훈련이 약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훈련 이외에 잡담을 하거나 농담을 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괴리감을 만든다는 것이다.

한편 <일밤>의 <아빠 어디가> 역시 예전만큼의 재미를 뽑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아빠 어디가>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건,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새로운’ 친구에 대한 주목도가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빈이의 친구인 예서의 다소곳하면서도 거침없이 회에 마늘을 넣어 쌈을 싸 먹는 반전은 성동일을 기막히게 만들 정도로 큰 웃음을 주었다.

반면 <아빠 어디가>에 고정적으로 출연하고 있는 아이들의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다. 새로운 아이들이 투입된 지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아빠 어디가> 시즌2는 과거 민율이, 준이, 준수와 지아 그리고 윤후가 보여줬던 그 풋풋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대신 아빠들의 ‘청춘여행’처럼 아이들보다 아빠들이 더 존재감을 보이면서 <아빠 어디가>의 본질적인 재미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인상이다.



이것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승승장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여기에는 같은 육아예능이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가진 각 가족을 분리해서 보여주는 형식이 <아빠 어디가>의 늘 함께 모여 보여주는 팀 형식보다 더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빠 어디가>의 팀 형식은 구성원의 변화를 주기가 용이하지 않다. 반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각각의 가정과 아이들을 나누어 보여주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인물 교체의 유연함은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은 팀 형식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것은 여행을 반복하면서 차츰 이 팀이 가족적인 유대관계를 만들어가고 그 안에서 대립하고 성장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계속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사나이>의 팀 형식은 역시 족쇄가 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신병 때의 낯선 군 체험이 주는 힘겨움이지 이제 병장 달고 능숙해진 이들의 ‘요령’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위기에 처한 <아빠 어디가>와 <진짜사나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팀 형식이 갖고 있는 새로운 인물 수급에 있어서의 일종의 ‘동맥경화’다. 좀 더 자유롭게 새로운 인물 수급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요즘처럼 늘 새로움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에게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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