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도경수 출연 장단점을 모두 계산해보니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얼마 전 1박 2일로 부산 국제 영화제에 다녀왔다. 딱 세 편을 봤는데 <내 생애 최초의 마가리타>, <퀸 앤드 컨트리>는 만족스러웠고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침묵의 시선>은 걸작, 적어도 걸작의 일부였다. <침묵의 시선>과 곧 개봉될 전편 <액트 오브 킬링>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둘 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봐야 할 영화이다. 하지만 오늘은 부산에서 직접 보지 못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내 생애 최초의 마가리타>를 보고 잠시 해운대를 찾았을 때 해변에 빼곡하게 모여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잠시 뒤 검은색 밴이 다가오고 한 명씩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맨 처음 내린 사람은 올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 중 한 명인 <한공주>의 천우희였다. 하지만 군중 속에서 비명소리가 터지고 사람들이 앞으로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한다. 이들 절반 이상이 기다리고 있던 스타가 도착한 것이다. 부지영의 신작 <카트>의 야외무대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건 영화 속에서 염정아의 아들로 나온 도경수였다.

한 시간 뒤 <퀸 앤드 컨트리>를 보러 영화의 전당을 찾았을 때 아이돌 그룹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긴 줄을 보게 된다. 거의 전적으로 10대나 20대 여성으로 이루어진 긴 줄. SNS에 이 줄의 정체가 뭐냐는 질문을 던졌고 곧 답변이 돌아온다. 해운대에서 <카트>의 무대 행사가 끝나면 영화의 전당에서 야외 상영이 있을 예정이었고 저들은 그 상영을 노리고 몇 시간 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았으니 도경수의 연기가 어땠는지 말할 수는 없다. 사실 그의 이름과 무엇이고 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최근에야 알았다. <카트>에 아이돌이 한 명 나온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몰랐다. 토론토 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상영된 뒤에야 그가 보이 그룹 엑소의 멤버라는 것을 알았지만 엑소 멤버들의 얼굴을 구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내가 드문드문 보았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나온 걸 안 뒤로 드디어 구별이 가능해졌다. 여전히 아이돌로서 그가 어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신인배우 도경수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는 대충 알겠다. <카트>에서 그가 어땠을지도 대충 상상이 가고 본 사람들 말에 따르면 괜찮게 했다고 하고 그 괜찮은 연기가 상상이 간다.

그렇다면 굳이 신경 써야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토론토 영화제에서 <카트>의 반응을 검색하다가 종종 짜증이 터졌다는 사실은 고백해야겠다. 찾으려고 하는 것은 영화의 반응인데 검색에 걸리는 것은 아이돌 팬들의 환소성일뿐이라면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을 보는 기분이랄까. 아이돌 팬으로서 그 영화를 보는 것은 좋은데 최소한 중간중간에 영화 이야기, 적어도 그 아이돌의 연기가 어땠는지 정도는 말해주면 안될까?



하지만 장단점을 다 계산해보면 플러스가 남는다. 응원하는 배우들이 몇 명 참여하고 있어서 그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이 영화가 내용만으로 이 정도 관심을 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지금의 관심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를 수가 없다. 그리고 스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일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 역할을 주인공의 아들로 나오는 조연배우가 하고 있고 그 때문에 주관심사가 영화가 아닌 관객들이 몰려드는 것은 여전히 좀 괴상해 보인다.

하지만 '순수한 영화 관객'이 어디에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이 영화의 목적은 이런 영화들을 찾는 고정된 관객을 넘어서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돌 팬들과 겹치는 10대와 20대 여성은 결코 쉽게 버릴 수 없는 타겟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관객 펀딩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들은 단순한 타겟을 넘어 투자자인 것이다.

<카트> 개봉까지는 한 달 정도 더 남았다. 영화제의 인기가 극장 상영의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으니 이 영화에 대한 지지를 밝히기엔 너무 이르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얼굴을 간신히 구별하는 이 신인배우의 스타성을 관찰하게 된다. 영화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이 과정을 연구하고 다음 캐스팅에 반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일 것이다. 좋건 싫건 우린 아이돌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카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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