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2NE1, 독자노선 가속화가 의미하는 것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최근 소녀시대와 2NE1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한때는 K팝 한류를 대표하는 양대 걸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보이던 그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최근 이들은 함께 하기보다는 분할되어 독자 노선을 준비하는 듯한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소녀시대의 제시카 탈퇴는 굉장히 상징적으로 읽히는 사건이다. 늘 함께 할 것처럼 보였던 소녀들이 이제는 성장해 여인이 되었다는 것. 더 이상 걸 그룹이라는 틀은 이들에게는 앞으로 성장해 나가는데 오히려 족쇄가 될 수밖에 없다.

소녀시대에서 프로젝트로 짜인 태티서(태연, 티파니, 서현)는 이 노래 잘 하는 성장한 아이돌들이 소녀라는 틀을 벗어나 계속해서 가수활동을 하려는 새로운 행보로 읽힌다. <내 생애 봄날>에서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수영은 이제 소녀시대 바깥에서 자신이 잘 하는 분야를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늘 밝은 모습으로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해온 써니는 일찍부터 자기가 잘 하는 분야를 찾아냈다. <청춘불패> 시절부터 <꽃보다 할배>에 깜짝 게스트로 출연하고 최근에는 <룸메이트>에 합류한 써니가 아니던가. 그녀는 MBC 라디오 <써니의 FM데이트>로 그 방송 활동 영역을 착실히 넓혀가고 있다.

한편 탈퇴한 제시카는 이제 본격적인 사업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어느새 성장한 소녀시대는 이제 각자의 길들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소녀시대라는 걸 그룹이 효용가치를 잃는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늘 함께 하는 활동이 중심이었다면 이제 그 무게중심이 독자 활동에 더 많이 치중될 거라는 점이다.



소녀시대와 늘 경쟁관계를 보이던 2NE1도 최근 박봄 사태 이후 그룹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사실상 2NE1에서 그 음악적 중심을 잡아주는 박봄이기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여전히 놓여있는 그녀와 함께 그룹 활동을 한다는 건 부담이 너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해체설까지 나온 건 이들의 독자 행보가 조금씩 전면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씨엘이 싸이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스쿠터 브라운과 손잡고 미국 진출 솔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차에 나온 공민지의 인스타그램 계정의 변화는 이런 해체설이 나온 원인이 되었다. 공민지의 계정이 ‘minzy21mz’에서 ‘21’을 뺀 ‘minzy_mz’로 바뀌었고 프로필 자기소개 란에도 ‘official 2NE1 minzy’가 아닌 ‘official minzy’로 변경됐던 것.

사실 씨엘은 이전부터 독자적인 음악 활동을 병행해왔다. 게다가 미국 쪽에서의 그녀에 대한 관심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이번 미국 진출 준비 소식은 그리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겹친 공민지 계정의 그룹명 삭제 같은 작은 사건에조차 민감한 건 아무래도 2NE1의 그룹 행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해체는 아니더라도 독자 노선들을 더 많이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



최근 들어 아이돌 그룹처럼 단체로 나와서 하는 가수활동이 예전만큼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실제로 대중들의 음악적 취향은 이제 아이돌처럼 단체로 나와 기획된 노래와 춤을 추는 것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시대에 각각의 모습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솔로 가수들이 훨씬 더 주목받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그룹 활동보다 개인 활동이 더 돋보이는 아이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최근 문준영의 트위터를 통한 소속사 비판으로 주목받은 제국의 아이들만 하더라도 팀 활동보다 더 주목되는 건 <미생>에 출연하고 있는 임시완이나, 예능 활동으로 존재감을 만든 황광희, 그리고 <진짜 사나이>와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괜찮은 모습과 연기를 보여주는 박형식이다.

이렇게 된 것은 아이돌 그룹이 유지하기는 점점 힘들고, 그렇다고 그룹 활동이 개인 활동보다 효과도 별로 없는 작금의 달라진 가요계의 현실이 들어가 있다. 따라서 명맥만 유지하며 독자 노선을 밟는 아이돌 그룹은 향후에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녀시대와 2NE1의 최근 행보들은 그 변화의 징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SBS,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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