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출근’ 왜 직장인의 아침처럼 찌뿌드드할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종편을 포함한 케이블 예능이 늘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공중파의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있고, 신선함이 없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예를 들어 가상 재혼을 다룬 JTBC의 <님과 함께>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모티브를 갖고 금기에 도전하는 듯 했지만, 지금은 특이한 조합만 남은 <우결>과 다를 바 없는 데이트 정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임현식·박원순 커플의 이후, 너무 방송용 그림에 몰입하다보니 현실성을 담보하지 못한 <우결>에서 한 발짝 나가지 못한 그냥 ‘가상’의 리얼버라이어티가 되고 말았다.

tvN의 <오늘부터 출근>도 아직까지는 직장인의 아침처럼 찌뿌드드한 프로그램이다. 조직생활을 해본 적 없는 연예인들이 신입사원이 되어 ‘회사생활’을 경험한다는 콘셉트는 가족, 군대, 경찰, 소방서, 학교 등 점점 더 일상을 파고드는 관찰형 예능의 또 한 번의 도전이라 볼 수 있다. <진짜 사나이>부터 시작된 일종의 역할극들인데, 우리가 익히 아는 경력과 위치를 가진 연예인이 전혀 낯선 환경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그것도 신입의 자세로 풀어간다는 맥락의 뒤틀림을 즐기는 장르다. 그 속에서 삐져나온 연예인의 의외의 모습에 호감을 갖게 하는 게 포인트다.

문제는 회사생활이 군대나 학교처럼 누구나 다 비슷하게 살아온 획일화된 보편적 경험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생존이라는 명제 하에 봉급생활자가 겪는 쓴맛과 단맛, 그리고 그 사이 온갖 오묘한 맛들을 마치 사내행사처럼 투입된 연예인들이 짧은 시간 안에 예능의 그릇으로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첫출발은 그래서 산뜻하지 못했다. 우리가 선입견으로나마 아는 군대 문화가 잔존한 회사의 경직된 분위기를 담아내려고 애썼지만 정장차림에 대기업에 취직해 대형 오피스 빌딩에서 일하는 것이 직장생활의 표준은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1기 입사생들은 회사생활과 방송 양측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시청자들과 공감대 형성이 잘 이뤄지지 않았고, 볼거리는 군대나 소방서만큼 특별하진 않았다. 회사로 간 연예인들이 고생하고 눈치 보는 것을 즐기는 카타르시스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난 목요일 두 번째 출근한 회사에서는 분위기를 좀 바꿨다. <미생> 풍의 숨 막히는 생존 정글이나, 군대 같은 직장생활을 그려내기보다 특색 있는 볼거리가 있는 기업을 택했다. 기업을 두 군데로 나눠 볼거리를 배로 확장했다. 요식업과 완구 회사에 취직한 연예인들은 요리를 하고, 유아용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 여기에 신입 회사원들이 겪는 어색하고 낯설고 뻘줌한 상황들과 전화 응대를 배우고 회의 참관하는 회사 생활의 기본적 모습들이 어느 정도 균형을 찾았다.

일반 사무직과 다르다보니 색다른 그림이 나왔다. 홍진호는 칼을 처음 쥐어본 듯 깍둑썰기나 돌려깎기를 기상천외한 그립으로 보여줬다. 당연히 결과는 엉망이었다. 봉태규는 장남감 가게에 가서 회사 제품들을 사전 조사했고, 근육질의 박준형과 JK김동욱은 온통 핑크빛 회사에서 유아용 장난감을 갖고 놀아야 했다. 여기에 입구 찾는 것부터 주차장 이용, 컴퓨터 사용법 등 모든 걸 새롭게 배워야 하는 해맑은 51세 신입사원 김도균의 어리바리함은 애초에 회사 예능에 기대한 그림이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실제 회사생활을 관찰하기보다 자막과 편집을 활용한 캐릭터 생성 노력이다. 잘 모르는 것, 낮은 자세로 열심히 진지하게 행하는 연예인들을 쫓아다니는 카메라가 담아온 그림에 이런저런 장치로 감정을 부여한다. 자막을 변사의 해설로 삼아 캐릭터를 만들어간다. 봉태규의 소심함을 부각하고,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는 상남자 JK김동욱의 변화를 포착한다. 김도균과 홍진호의 좌충우돌을 더욱 재밌게 만드는 것도 자막이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회사생활’을 보여주겠다는 관념에서 벗어나다보니 좀 더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내 삶과 비교하기보다, 저런 곳이 있구나하는 볼거리로서 즐기게 된 점이 두 번째 출근이 첫 번째 출근보다 나아진 점이다. 할 일이 없었던 지난 출근에 비해 각자 사내에서 맡은 역할도 확실해 업무를 수행하는 연예인들을 보고 있자면 웃음을 짓게 된다.

그런데 <진짜 사나이>가 폭죽처럼 터질 수 있었던 건 군문화에 대한 추억과 관심이라는 공감대 위에서 발사했기 때문이다. 회사에는 그것이 없다. 공감대를 얻을 만한 그림을 만들 수가 없다. 각자의 개별화된 축적된 삶인 데다 누군가의 입장 차에 따라 전혀 다른 각도로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지는 복잡한 진짜 세상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자신을 지우고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얼마나 더 즐길 수 있을까? 이런 역할극 관찰예능이 또 어떤 재미와 흥미의 물꼬를 틀지, 시청자들의 결제를 받아낼 수 있을지, 괜히 상사의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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