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별세, 신대철이 분노를 애써 참고 있는 건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우리들의 마왕, 신해철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멀쩡하게 잘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고 그렇게 몇 차례 병원을 찾았으나 퇴원을 반복하다가 결국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는 건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사실 신해철이 고인이 됐다는 것을 믿기조차 힘든 것은 너무나 졸지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의혹을 제기한다. 특히 신대철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했다. ‘너를 떠나보내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이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만 해철아 복수해줄게.’ 그는 복수라는 표현을 썼다.

또 그는 ‘병원의 과실이 명백해 보인다. 문 닫을 준비해라. 가만있지 않겠다. 사람 죽이는 병원. 어떤 이야긴지 짐작하시라.’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글을 남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신해철이 문제의 S병원을 내원하게 된 까닭은 장협착증 수술 때문이다. 즉 장협착증이 누군가를 사망에 이르게까지 하는 중대한 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수술 후 통증으로 신해철은 병원을 찾았지만 적절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고 그러다 심정지로 쓰러지게 됐다.

사실 대중들 입장에서 고 신해철 사망 관련해 나오는 각종 의학 전문 용어들은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대중들이 이해하는 건 그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5년 전 있었던 수술의 후유증 때문인지 아니면 최근 일어난 장협착증 수술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병원측은 이것이 신해철 본인의 과실인 것 같은 뉘앙스의 입장을 밝혔다. ‘환자 본인이 아무래도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만큼 병원측에서 주의를 당부한 사항에 소홀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밝힌 것. 이 얘기는 병원측이 주의사항을 다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신해철이 그것을 소홀히 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병원측의 이런 대처는 대중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즉 사인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이유를 설명해주기보다는 ‘자신들은 책임 없다’는 식으로 회피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왜 S병원은 명명백백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는 걸까. 병원에서 벌어지는 의료사고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렇게 유야무야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적어도 이번 사안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일단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애도의 시간을 갖고 있지만, 이 시간이 지나가면 그간 꾹꾹 눌러두었던 사인에 대한 의혹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대철이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애써 참고 있는 것은 고인을 애도하는 마음이 우선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소속사도 마찬가지고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애도 후에 고인의 사인 규명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는 죽음이 아닌가. 그것은 고인을 보내고 마음 아파하는 대중들을 위해서도 또 유족과 고인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OBS, 신대철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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