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아이’ 이효리·김구라도 결국 찾지 못한 그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토크쇼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제작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 효율적인 예능 포맷은 찾기 힘들다. 질문을 담은 대본은 있지만 스탠딩 코미디처럼 모든 합을 다 짤 필요가 없다. 사전 인터뷰를 통한 구성과 통제된 상황 속에서 촬영하다보니(물론 <비정상회담>처럼 가끔 힘든 경우가 있지만) 적은 물량으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 특히 <세바퀴>나 <나는 남자다>같은 ‘쇼’보다 게스트와 MC진의 ‘토크’에 방점이 찍힌 <라디오스타>나 <해피투게더>는 한마디로 용적률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토크쇼의 장점은 제작의 용이함뿐이 아니다. <썰전><마녀사냥><비정상회담>은 예능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인 JTBC 예능을 이끄는 트로이카다.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영화대사 유행어가 아니라 정적인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나 관찰형 예능만큼이나 살아서 움직인다.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그 생각들이 만나서 ‘대화’를 이루고 이것이 이야기가 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시대상이 반영된다. 사람들은 에피소드를 재밌게 들려주는 건 지겨워하고 대신 사람 자체의 매력에 호감과 관심을 보인다. 사람을 드러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당연히 대화다.

어떻게 보면 토크쇼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이기에 생생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서세원쇼>이래, ‘토크’보단 대본에 의존한 ‘쇼’로 발전했다.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에피소드와 웃기기 위해 준비한 개인기가 어느 순간 토크가 됐다. 에피소드 마련은 토크쇼 대본의 주요 뼈대가 됐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시청자들이 제작진에게 직접 의견을 피력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 토크쇼의 진짜 개념을 다시 돌려놓아야 할 때가 왔다. JTBC 토크쇼에 열광하면서 공중파의 <놀러와>나 강호동의 토크쇼가 몰락한 것은 표현만 다를 뿐 같은 말이다.



제주도로 내려간 이효리를 모셔오고 토크쇼의 믿을맨 김구라와 함께 야심차게 준비한 <매직아이>가 표류하다 결국 폐지하기로 했다. 일반 연예인 외에 연애칼럼니스트 임경선과 강연가 김창옥 교수와 함께했고, 허지웅, 곽정은 등 공중파 밖에서 성장한 방송인을 섭외했다. 스타의 신변잡기를 벗어나 시사 뉴스부터 연애, 취향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에피소드형 토크쇼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시청률에서 알 수 있듯 변죽만 울리고 말았다. 시사 문제는 첨예하게 대립될 수 없는 주제를 내세웠고, 고민 상담은 밋밋했다. 내 삶도 힘든데 딱히 와 닿지 않는 고민을 그냥 들어야만 하는 건 당연히 재미가 없다.

최근 바뀐 ‘취향’이란 콘셉트는 라이프스타일을 상품화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려준다. 누군가의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첨언하는 건 ‘생각’을 듣는 방법이 아니다. 탤런트 최원영에게 캠핑 관련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무슨 대화가 이뤄질까? 누군가가 사는 모습을 전시하듯 보여주는 건 월간지에서나 가능한 거다.

기존의 재밌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는 에피소드식 토크를 벗어나려는 포부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우리는 <매직아이>에서 그림을 찾지 못했다. 에피소드를 다루지 않는 이유가 사람을 드러내고, 공감이나 무언가를 얻기 위함인데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개인기형 에피소드를 버렸지만 누군가의 생각을 듣고,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대화가 없었다. 공중파 대표 토크쇼인 <힐링캠프>가 ‘토크콘서트’의 김제동을 배려심 깊은 청자로만 활용하는 것을 봐도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알 수 있다.



토크쇼는 살아 있어야 한다. 관찰형 예능처럼 점점 규모와 기획이 방대해지는 예능판에서 토크쇼는 결국 몸놀림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세상과 훨씬 더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 당연히 전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라디오스타>의 이번 주 특집은 유재하였다. 지금 상황에서 괜히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제작진은 홍보용 뮤직비디오 대신 신해철의 노래를 틀면서 방송을 마쳤다. 방송 이름이 이름인 만큼 90년대 라디오키드들의 지주를 떠나보내며 시청자들과 나누는 나름의 살아 있는 대화다.

케이블식 예능, 기존과 다른 차별화된 무엇을 센 이야기, 19금과 같은 금기에서 찾는 건 이제 촌스러운 발상이다. <매직아이>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생각하고, 변화에 따라가려는 몸부림으로 머물지 말아야 한다. 힙하다고 생각하는 무슨 이미지를 보여줄지 고민하는 건 또 다른 에피소드식 토크로 함몰될 뿐이다. 어떻게 하면 출연진들이 진짜 대화를 나누도록 할지, 그 이야기 속으로 시청자들을 몰고 들어갈지 <매직아이>에서 끝내 찾지 못한 고리를 찾아야 한다. 더 격차가 벌어지기 이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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