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이슈에만 목소리 크다고 한숨 쉴 필요 없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주 연예계는 이슈와 논란의 시대였다. 월요일, 병역기피 문제로 방송활동을 쉬었던 MC몽이 ‘내가 그리웠니’라는 본인의 상황과 묘한 대구를 이루는 제목의 곡으로 컴백해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그러자 그 꼴은 못 보겠다는 사람들이 횃불을 들어올렸다. 4년여만의 컴백이었지만 병역 기피 관련해 오랜 법적 진행상황을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 결과 의외의 곡이 실시간 검색어와 음원차트 1위 고지를 탈환했고, MC몽의 복귀를 축하했던 백지영, 하하 등의 동료 연예인에게 뭇매가 날아들었다. ‘어떤 잘못을 했던 연예인들은 서로 감싸준다’며 하하가 출연하는 <무한도전> 게시판에 항의글이 도배되기에 이르렀다.

MC몽과 연관된 작곡가그룹 ‘이단옆차기’의 실체에 대한 이야기도 쏟아져 나왔다. MC몽이 겉으로는 대인기피증을 앓으면서 그 어떤 사회활동도 못한 것처럼 안쓰럽게 말하고선 실제로는 작곡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부를 축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뒤를 이었다. 이 의혹이사실로 밝혀진다면 대중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화요일 밤 이후, 수요일부터는 칼럼니스트 곽정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녀의 한마디는 남녀 간 성희롱의 기준 차이,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성적 수위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당사자인 곽정은은 우리 사회에 드리운 성적 엄숙주의에 대한 불만과 섹스칼럼니스트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힌 글을 내놓으면서 불을 활활 지폈다. <마녀사냥>의 곽정은을 아무런 가공 없이 그냥 센 언니 캐릭터로만 소비하려했던 <매직아이>의 함량과 갈피를 못 잡은 방향은 마른 장작이라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섹드립’에 내놓은 다소 엄숙한 해명은 함께 모여 얘기를 나누는 캠프파이어의 불씨가 된 셈이다.

그리고 지난 주말, 토요일 새벽에 대표적인 예능 선수, 긍정의 아이콘, <무한도전>의 멤버 노홍철이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방송 하차를 선언했다. 방송일 새벽에 비보를 전해들은 <무한도전>은 급하게 그가 출연한 분량을 덜어내야 했다.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회원 회장이자 2000년대 문화 아이콘이자 캐릭터쇼 <무한도전>의 상당한 지분을 가진 그가 빠진다니 분노보단 당황스러움이 앞섰다. 지난 4월 같은 사안으로 문제를 일으킨 길이 하차할 때나, 다른 연예인들이 문제를 일으킨 것보다 다른 관망하는 분위기가 나타났고 안타깝다는 여론이 싹 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었던 경찰을 취재한 보도가 나가고 나서는 냉랭하게 식어가는 중이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연예인이었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한 주 안에 대형 이슈가 웨하스처럼 겹겹이 쌓이다보니 두드러지는 현상이 포착된다. 서로 좋아죽겠다던 연예인과 수용자(시청자 및 대중)의 대립 구도가 먼저 그려지고 수용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왜 유독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가?’에 대한 가혹성 논란이 뒤이어 나타난다. 이 둘은 선후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맥락과 논리의 길에 놓여 있다. 사람들은 왜 유독 연예인들의 사건사고에 철저한 정의구현과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일까?

만만한 게 연예인이고 그래서 유독 엄격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던 연예인이기에 배신감, 실망감이 큰 거다. 연예인은 일종의 판타지 친구다. 우리 곁에 실재하진 않지만 존재하는 친근하고 친밀한 무엇이다. 특히 친밀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예능은 인지도 상승의 로켓이다. 요즘 연예인들이 발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SNS 등을 통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애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람들은 친밀했던 만큼 연예인들의 사건에는 감정적이고 정서적으로 반응한다. 변화된 미디어 플랫폼 하에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은 연예인의 가치와 즉시 연동된다. 그래서 요즘 연예계에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모르쇠와 시간 끌기 전략 대신 반 박자 빠른 사과나 고백, 사퇴나 하차 같은 책임지는 자세가 출구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더 이상 비난하는 게 무의미한 일이 되도록 감정을 냉각시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런 심보도 작용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이다. 쉽게 말해 ‘일반인’인 내가 좋아해줘서 누군가가 ‘연예인’으로 풍족하게 살아가니 잘못했을 때는 박탈할 권리가 있다는 거다. 대중의 관심과 의견 개진은 스타들의 높은 수익의 잠재적 반대급부인 셈이다.

이처럼 자신의 열렬한 의사 표현으로 무언가 원하는 바를 획득할 수 있는 곳, 정의나 법, 사회 불평등 해소 등의 가치문제를 실현할 수 있고 피드백을 투표보다 즉각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연예인 사건에 대한 발언이다. 특히나 연예인 관련 이슈는 정치사회 이슈와 달리 대부분 사안 자체가 법리적 해석과 별개로 도덕교과서만으로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데다, 세세한 내용을 공부해야 할 이유도, 개인적인 이해관계도 없기 때문에 쉽게 마음이 동하고 반응한다. 예능에서 점차 중시되는 공감이, 문제를 맞이했을 땐 이렇게 표출되는 것이다.

정치사안과 연결해 연예인 비난에 대한 비난을 하는 건 연예인 비난에 몰두하는 것 이상으로 무의미하다. 정치란 현실이다. 현실에 가까울수록 오히려 거리가 멀다.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고 각자 놓여 있는 입장에 따라 견해가 첨예하게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해관계가 연결되기도 하고 실제로 현재의 대한민국은 정권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은 법적 문제가 따를 수 있다는 경고 알람이 곳곳에 보이는 위험 사회다.



게다가 정치인 자체를 흠모한 경험이 훨씬 적거나 없다보니 그 흠결이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이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연예인 문제에 깊게 감정이입하는 건 앞서 말했듯 정서적 관계 형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치인에게 비슷한 수위의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친밀함과 같은 정서적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원순 서울 시장 같은 친밀도가 높은 정치인이 음주운전 같은 사건에 휘말린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데 그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관심을 이쪽으로 돌리지 않는 것을 한심하게 여기는 태도는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연예 이슈가 사회 이슈 전반을 잡아먹는 건 분명 나라를 생각할 때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점차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는 점을 포착해야 한다. 연예 이슈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그냥 심심풀이 돌팔매가 아니라 자신들이 바라는 사회상에 대한 바람과 그 사회에 자신도 지분을 갖고 있다는 자각의 출발이라고 본다. 물론, 열등감, 냄비근성, 도를 넘은 언행과 마녀 사냥 등 경계해야 할 것도 많다. 언제 관심사와 에너지가 다른 분야로 넘어갈 것인지, 이것이 10대부터 30대까지 동일한 욕망인지 파악해야 하는 숙제도 남았다.

하지만 대중이 사회에 목소리를 직접 내서 변화의 가능성을 보고, 감시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은 분명 무시하지 못할 경험이다. 그러니 연예인 사건에 관심을 갖고 올바른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한숨 쉬면서 볼 필요는 없다. 정도와 수위의 문제는 또 첨예하게 다퉈야겠지만 오히려 사회적 발언의 예행 연습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곽정은의 발언을 놓고, 그녀를 원색적으로 욕하기보다 그녀의 발언의 수용범위와 원인에 대해 주로 논란이 붙는 것, 음주운전과 같은 중범죄는 무조건 자숙과 하차 등의 공식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건 아니다.

연예 이슈라도 살면서 꼭 지켜야 할 것들의 가치, 사회 불평등에 대해 민감하게 굴다보면 누군가가 꿈에도 그리던 정치 사회 문제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대중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SBS,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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