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수학여행이 보여준 ‘1박2일’의 힘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우리에게 수학여행이란 무엇일까. <1박2일>이 던진 질문이다. 사실 특별히 대단할 건 없는 여행이었다. 그저 함께 떠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놀았던 1박2일. 하지만 함께 한다는 건 그 자체로도 좋은 어떤 경험이자 추억이 아니던가. <1박2일>은 그 단순하지만 또 하나의 추억이 되는 수학여행을 담담히 보여줬다.

저녁 복불복에서 져 밥만 먹어야 하는 아이들이 ‘군침과 입맛’, ‘가난’, 그리고 ‘맑디맑은 시골공기’를 반찬 삼아 먹은 기억은 그 어떤 산해진미의 식사보다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 때를 기억한 한 학생은 간장에다 밥 비벼먹을 때 “가족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반찬 없이 밥만 먹는 친구들이 눈에 밟혀 자신들의 반찬을 나눠 함께 먹은 기억은 더더욱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독하디 독한 <1박2일> 복불복도 못 이긴 아이들의 마음이다.

짝 피구에서 함께 팀을 이룬 짝을 지켜주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기억들도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몸과 몸이 부딪치고 함께 뛰었던 기억들. 그 때 살짝 피어났던 설렘 같은 것들은 그 기억의 향기처럼 코 끝에 남을 것이니 말이다.

역시 수학여행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장기자랑 시간. 멋진 연주와 노래 실력을 뽐낸 양산고 밴드 소나기와 여장을 한 남학생이 돋보였던 미스터 추를 부른 문화고, 색색 쫄쫄이를 입고 후레쉬맨 몸 개그를 펼친 충남고, ‘신촌을 못가’를 개사해 ‘매점을 못가’로 부른 서초고, “따이 따이”를 외치며 차력쇼를 선보인 전주공고, 그리고 멋진 엑소의 ‘으르렁’ 춤솜씨를 보여준 영동고까지. 늘 장기자랑이 벌어지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풍경이 <1박2일> 수학여행에는 그대로 재연됐다.



“너무 짧아요. 피곤하긴 한데 너무 아쉬워가지고...” 그 특별할 것 없는 추억들을 그러나 마지막 돌아오는 길에 학생들은 아쉬워했다. 한 학생은 “학교 학원 집이었는데 엄청 좋았고 스트레스 다 풀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우리네 교육현실에서 수학여행이라는 작은 일탈이 주는 힘은 의외로 적지 않다.

“되게 별거 아닌데 그냥 좋았어요.” 아마도 한 학생이 말한 이 소회가 수학여행의 진면목을 얘기하는 게 아닐까. 누구나 앨범을 열면 거기 함께 모여 찍은 수학여행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 때의 별것 아닌 기억들에 마음이 푸근해질 것이다.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는 것은 그래서 별거 아니어도 특별한 추억이 된다.

이것은 <1박2일>이 지금껏 오랜 시간동안 여행을 해오며 우리에게 보여준 것과 다르지 않다. 그들이 지나왔던 여행길들을 하나하나 되돌려보면 그 왁자했던 기억들이 이제 같은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에게 하나하나 공유된 추억으로 남아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소소함을 기억으로 남긴다는 것. 그것이 <1박2일>의 힘이 아닐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