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출근’, 이건 ‘체험 삶의 현장’이 아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직장, 회사원 이야기에 관한 것이라면 tvN이 답이다. 케이블 드라마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드롬을 일으키며 도서정가제를 앞두고 원작 만화 <미생>까지 대박이 났다. 흔한 멜로라인은 물론, 대기업을 배경으로 하는데도 오너일가와 신입사원의 갈등과 사랑, 혹은 기획실장의 존재 따위는 없는 순도 100퍼센트의 직장인 이야기로 공감대를 이끌어낸 성과다.

그러한 tvN의 편성표에서 직장이란 연결고리를 따라가면 목요일 11시에 <오늘부터 출근>을 만날 수 있다. 가정, 군대, 소방서, 게스트하우스 등등 일상으로 내려온 관찰형 예능의 직장 버전인데, 백두산의 김도균부터 아이돌인 규리, 미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연예인들이 한 주간 직장체험을 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미생>이 방송을 통해 보여준 것은 회사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자, 무미건조한 일터가 사실은 다이나믹한 전쟁터이자 삶의 현장이라 재미있는 극화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사랑의 아픔만 있는 게 아니라 직장인의 아픔도 있고, 연인 관계나 집안 내 갈등을 넘어 사회생활 속에서 겪는 관계망만으로도 충분히 긴장감 있는 스토리라는 것을 보여줬다. 비슷한 문화권인 옆 나라 일본의 <한자와 나오키>같은 역작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 직장물이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이처럼 훌륭하게 빠진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이 현실감각은 <오늘부터 출근>에겐 뼈아픈 지점이다. 드라마보다 시청자들과 훨씬 더 정서적으로 가까울 수 있는 관찰형 예능이 관심을 사지 못하고,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나마 1%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소수점으로 급락한 것은 방송이 갈수록 일반 회사원의 삶을 보여주기보다 이색적인 볼거리로 방송거리를 만들려는 데서 나왔다.



일반적이라고 보기 힘든 완구회사나 요식업 프랜차이즈 회사에 입사해서 뭔가를 만들고 요리 대결을 하고 이러는 것들은 실제 그 회사의 문화가 그럴지라도 회사원의 삶이라기보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꼴에 더 가깝다고 느껴진다. PPL의 경계수위를 사선처럼 넘나드는 이런 장면들은 연예인들이 회사생활에 빨려 들어간 흥미로운 볼거리라기보다 <무한도전>같은 예능 방송의 체험 특집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신병처럼 회사에 입사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에는 꽤 높은 기대감이 작용하고 흥미로운 긴장감이 흐르지만 마지막으로 에피소드로 갈수록 클라이막스라고 설정된 장면들이 나올 땐 오히려 바람이 빠지고 만다. 이는 시청률 추이로도 증명된다.

초근접 직장 리얼리티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사실 직장생활의 반 밖에 다루지 못한다. 직장생활의 묘미와 관계란 원래 관계에서 나타나는 법이다. 직장이 힘든 건 마치 <라쇼몽>처럼 같은 사안과 같은 장면을 두고도 처해진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게 전부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오는 직장처럼 알고 보면 모두 다 착하고 훌륭한 사람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생존의 세계에 ‘정도’가 없듯 입장에 따라 비열하거나 난폭하거나 부당하거나 그런 관계를 견뎌내는 데 직장인들의 공감대가 있다. 뒷담화 없는 회식은 스트레스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 <미생>이 극화하는 장면들을 이 체험 프로그램은 그려낼 수도 없고, 누군가를 지목해 악역을 만들 수가 없으니 <체험 삶의 현장>의 화이트칼라편 가까운 지점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관찰형예능은 어떤 볼거리와 웃음을 마련할지보다 어떤 정서로 공감대를 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군대, 직장, 학교 뭐가 됐든, 일상으로 들어가서 그런 공감대 위에서 무언가를 마련하지 못하면 예전 어니스트 시리즈 같은 황당한 모험담이라도 있어야 한다. 봉태규와 은지원이 영업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JK김동욱과 박준형은 회의를 하고, 인형을 만든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활약 중이다.

그런데 동질감이 만져지지 않는다. 그들의 땀방울을 보면서 연예인이 타이틀을 버리고 상당히 역할에 철저하게 달라붙었다는 것을 즐기며, 그들의 엉뚱한 활약상을 기대해야 하는 것은 맞다. 유병재의 투입 등은 그래서 제작진이나 시청자나 피차 기대하는 바다. 그러나 동질감,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면, 다른 리얼리티 예능보다 밋밋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정서적 만족감을 채우는 바탕이 이제 다음 주 찾아올 3기 멤버들에게선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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