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레이먼 킴과 샘 킴의 놀라운 복불복 세계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1박2일> 역사상 이런 복불복은 처음이다. 식재료를 두고 벌인 복불복에서 요리사 레이먼 킴은 놀라운 직업적 안목(?)을 드러냈다. 삶은 계란과 날계란을 고르는 복불복에서 삶은 계란은 “숨구멍이 닫혀있다”며 정확히 골라내는가 하면, 식혜와 식초를 고르는 복불복에서도 ‘구입한 식혜’라면 과당이 들어갔을 것이라며 식혜를 정확히 골라냈다. 또 까나리카노와 아메리카노 복불복 역시 거품이 낀 까나리카노를 발견해낸 레이먼 킴은 “염분이 있어 공기가 찼을 것”이라며 정확히 아메리카노를 선택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과학적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지 제작진들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복불복이라고 하면 일단 당하는 장면이 지금껏 <1박2일>에서의 재미를 만들어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레이번 킴의 놀라운 복불복 세계는 그 반전을 만들어냈다. 모든 복불복을 요리사의 경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해냄으로써 오히려 제작진의 낭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반면 요리 대결에 상대편 요리사로 나온 샘 킴은 레이먼 킴과는 전혀 다른 ‘허당 매력’을 드러냈다. 바지락을 각각 선택해 불판 위에 올려놓고 어느 것이 먼저 입을 여는가로 재료를 얻는 복불복에서 샘 킴은 나름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조개가 작을수록 또 불판의 세기가 셀수록 입을 더 빨리 열거라는 것.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무렇게나 선택해 올려놓은 제작진의 조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후 샘 킴은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버리고 대신 요행수를 바라는 진짜 복불복의 세계를 보여줬다. 레이먼 킴이 모두 과학적 안목으로 통과한 복불복에서 그의 선택은 그래서 첫 번째 삶은 계란을 찾는 것만 빼놓고는 전부 틀려버렸다. 이 비교점은 이번 충남 홍성에서 ‘최고의 가을밥상’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복불복 요리대결의 특별한 재미를 선사했다.



<1박2일>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복불복이 빠진 적이 없었다. 점심 혹은 저녁 식사를 놓고 벌이는 복불복 대결은 <1박2일>이라는 여행 버라이어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복불복 게임의 연속은 또한 <1박2일> 본연의 여행이라는 소재를 흐릿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즉 복불복은 적절하게 가미되어 양념 역할을 해야지, 그것이 너무 과도해지면 프로그램이라는 음식은 조미료맛만 나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최고의 가을밥상’의 복불복은 그런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된 것은 일단 ‘가을밥상’이라는 주제가 시의 적절했고, 무엇보다 충남 홍성이라는 지역 특색에 맞는 식재료들을 얻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행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레이먼 킴과 샘 킴이라는 요리사들을 출연시킨 것은 이 특별한 여행의 새로운 묘미를 선사했다.

아마도 여행을 하는 이들이라면 가질 법한, ‘요리 잘 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이 미션에서는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저 간단한 채소만으로도 최고의 맛을 만들 것만 같은 요리사들과의 여행. 하지만 정작 이들이 여행에 맛을 낸 것은 요리 그 자체가 아니라 두 사람의 개성이었다. 어딘지 완벽함을 추구하는 승부사 기질의 레이먼 킴이 있다면, 그저 <1박2일>의 여행이 즐거워 마음을 턱 놓고 있는 허당 기질의 샘 킴이 있었다. 두 사람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여행의 묘미.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만이 가능한 여행의 맛이 아닐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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