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씨에게는 김태희 씨라는 누나가 있고 엄태웅 씨에게는 엄정화 씨가 있잖아요. 누나들이 도움도 많이 되고 힘을 많이 준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못하니까 그게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렇다고 막 표현을 하고 싶은데 표현을 하면 특이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고. 열심히 노력해서 언젠가 특이가 힘들고 지쳐 있을 때 누나의 그늘에서 쉴 수 있게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 SBS <강심장>에서 박인영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연예인 가족의 방송 출연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일까? 단순히 토크쇼에서 신변잡기를 전하는 경지를 넘어 이젠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해 가며 스타의 호감도 올리기에 적극 동참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저 단순히 연예인으로만 비춰질 때는 그들이 내세우는 이미지가 설정으로 여겨지기 십상이지만 가족과의 관계를 솔직담백하게 만천하에 드러냄으로써 좀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연예인 가족이 연예인과 시청자를 밀착시키는 하나의 아이템임을 이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 싶다.

또한 이런 서포터 식 출연이 천재일우의 기회가 되어 아예 가족이 연예인의 길로 들어서는 예도 꽤 있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를 꼽아보자면 개그맨 김구라의 아들 동현이를 들을 수 있는데, 귀엽고 천진난만한 동현이의 등장이 이미지 쇄신에 결정타로 작용하였다는 사실은 그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가 아니겠나. 모든 연예인 가족의 등장이 이처럼 서로에게 윈윈으로 흐뭇하게 마무리 된다면 좀 좋을까. 하지만 일일이 예를 들긴 어려우나 반대로 오히려 가족이 연예인 당사자의 이미지에 누가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본다.

MBC <스친소 서바이벌>에 출연한 이래 뜻하지 않게 ‘특이 누나’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게 된 연기자 박인영도 늘 밝은 기색이었지만 실은 남모를 속앓이가 심했던 모양이다. 연기자의 길을 한 걸음씩 준비해온 자신에게는 이특의 누나라는 타이틀이 여러모로 득이 된 반면 혹여 누나라는 존재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그룹 슈퍼주니어의 리더 이특에게 폐가 되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언젠가 영화에 캐스팅 되었을 때 동생 이특을 까메오로 섭외해주기만 한다면 출연 분량을 대폭 늘여주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받고 돌아서며 많이 울었다는 고백은 서글프기 그지없다. 특급 스타 김태희나 엄정화처럼 누나로서 도움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동생을 앞세워야 겨우 앞길이 트이는 처지에 놓이다니, 그 심정이 오죽 착잡했겠는가.





그러나 특이 누나 박인영이 짐작 못할 일이 한 가지 있으니 나 같은 아줌마에게는 그저 아이돌 그룹의 일원일 뿐이었던 슈퍼주니어의 이특이 특별하고 남다르게 다가온 순간이 바로 누나가 <강심장>에 처음 출연한 날이라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활발하다 싶은 누나를 민망해 하며 바라보는 모습이, 그리고 끈끈한 가족의 정을 애써 과시하려 들지 않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졌었다. 마치 연예인이 아닌 내 아이들이 실제로 티격태격,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도식적인 아이돌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일단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을 떼버린 후 찬찬히 관찰한 결과, 매번 ‘특 아카데미’로 몸 바쳐 분위기를 띄우는 <강심장>에서는 물론 tvN <오천만의 대질문>에서도 MC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이특은 참 괜찮은, 매력 있는 청년이다. 아직은 어린 나이이고 워낙 활동이 가지각색인지라 간혹 이런저런 실수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남자답고 진중하게, 그리고 올바른 판단으로 앞길을 잘 헤쳐나가리라는 믿음이 간다. 아이돌 춘추전국시대인 요즈음, 끝까지 살아남을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임이 분명한 이특, 그리고 동생이 지치고 힘들어졌을 때 힘이 되어주겠다는 누나 박인영. 서로 성격이며 성향은 다르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자세만은 똑 닮은 두 남매의 밝은 미래를 기원한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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