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균형 잡힌 드라마의 좋은 예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대중들이 원한 건 지나치게 낯선 것도 또 지나치게 익숙한 것도 아니었다. 월화극의 판도 이야기다. MBC <오만과 편견>이 시작되기 전까지 KBS <내일도 칸타빌레>와 SBS <비밀의 문>은 기대작으로 꼽혔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기대 않던 <오만과 편견>의 독주 체제다. 지난 24일 시청률이 11.3%(닐슨 코리아)로 집계됐다. <비밀의 문>이 5.5%이고 <내일도 칸타빌레>는 4.9%로 꼴찌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비밀의 문>은 사극, 특히 정치심리를 다루는데 베테랑인 윤선주 작가의 작품인데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한석규가 투입되면서 제2의 <뿌리 깊은 나무>가 될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온 작품이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뒤집는다는 도발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초반에 지나치게 ‘맹의’를 두고 벌어지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밀고 당기는 이야기에 집착하다보니 드라마가 너무 같은 자리를 뱅뱅 도는 결과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 역사적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이런 자잘한 밀당의 전개는 그다지 긴장감을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도세자가 어떤 위기에 처하든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든 그 결과는 ‘뒤주 안의 죽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광기어린 영조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사도세자라는 파격적인 설정 역시 너무 낯설게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선규와 이제훈의 호연만으로는 반등하기 어려운 작품이 됐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비밀의 문>과는 정반대로 너무 익숙한 작품이 갖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미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일본드라마 원작으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그러나 한국적인 변용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없고 원작의 재현 같은 한가로운 전개는 결국 원작과의 비교를 하게 만들었다. 만화 원작이 가진 비현실성에 국적을 알 수 없는 이야기로 대중들의 마음을 열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오만과 편견>은 다른 월화극 두 작품에 비해 기대감이 별로 없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검찰을 다룬다는 것이 그다지 정서적인 호감으로 다가오지 않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검찰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도 또 장르물과 멜로를 엮는데 있어서도 균형감각이 탁월한 작품이었다.



문희만이라는 부장검사 역할을 연기하는 최민수는 검찰이 가진 이중적인 면을 미화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일등공신이다. 그는 성공에 집착하고, 검찰의 비리도 인정하거나 또 스스로도 연루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검사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인물이다. 현실에 순응하는 듯 보이지만 적어도 “쪽팔리지 않게” 살려는 자세도 엿보인다.

한편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한열무(백진희)와 구동치(최진혁)는 현장에서 검사로서의 수사를 이끌어나가면서도 동시에 멜로의 분위기를 만드는 인물들이다. 마치 <엑스파일>의 멀더와 스컬리 같은 묘한 분위기를 가진 이들은 과거 한열무의 동생이 죽은 사건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사건을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수사와 멜로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결국 월화극의 성패를 가른 것은 ‘균형’이다. <비밀의 문>은 너무 앞서나가려 했고, <내일도 칸타빌레>는 너무 안이했다. <비밀의 문>은 역사적 사실을 과감하게 재해석하려 한 점은 신선하지만 그 전개가 흥미롭지 못했고, <내일도 칸타빌레>는 원작에 대한 참신한 재해석이 사라짐으로 해서 국적 불명의 드라마가 됐다.

반면 <오만과 편견>은 ‘균형 잡힌’ 드라마의 잘된 예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중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검찰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또 장르물과 멜로를 섞는 데 있어서도 이 드라마는 절묘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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