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시간이 점점 시청자들에게서 잊혀지고 있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SBS <룸메이트>는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서 화요일 밤 11시로 편성을 옮겼다. ‘새 출발’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주말의 격전지에서 상대적으로 한산(?)한 주중으로 옮겼지만 시청률은 되레 추락했다. 5.6% 시청률에서 3.3%(닐슨 코리아)로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이 시청률은 지난 주 폐지된 <매직아이>의 마지막 시청률과 같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마치 이건 지상파의 11시대 주중 예능 편성이 하나의 붕어빵 틀 같은 느낌마저 준다. 뭐든 집어넣으면 그 성과물의 경중과 상관없이 똑같은 결과를 찍어내는 틀. 이것은 경쟁 프로그램이 된 KBS <우리 동네 예체능>의 상황도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도 농구를 했을 때는 6%까지 나왔던 시청률은 매회 조금씩 떨어지더니 지금은 4%대로 추락했다.

이 3%대 시청률은 동시간대 JTBC <유자식 상팔자>가 기록하는 시청률이다. 이제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시청률이 별반 차이가 없게 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동시간대 교양프로그램인 MBC <피디수첩>이 대단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3%에서 4%대를 오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주중 11시대는 아예 본방 시청자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음식점으로 치면 절대적으로 손님이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어떤 맛집이라고 해도 매상이 나오지 않는 시간대라는 것. 이렇게 되면 사실상 어떤 걸 넣어도 시청률은 그 틀에 맞춰서 나올 수밖에 없다. <룸메이트>가 이 시간대에 들어와 그 시간대의 시청률인 3%대를 기록하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어쩌다 지상파들은 한때 황금 시간대였던 11시대를 이렇게 시청률의 늪으로 만들어버린 걸까. 물론 비지상파들이 대거 이 시간대를 공략하면서 지상파가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주로 그저 그런 연예인 신변잡기 토크쇼를 전전하면서 과거의 패턴만 반복하던 지상파를 시청자들은 외면했다. 대신 비지상파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렸다.

TV 시청은 하나의 습관이다. 즉 편성 시간대란 사실상 그 시간대에 대한 시청 습관을 만들어내는 전략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상파는 시청자들의 11시대 시청 습관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굳이 본방을 보려하지도 않고, 본다고 해도 본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다른 시간대에 본다는 것이다.

지상파의 주중 11시대 프로그램들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제 이 편성시간대를 다시 되살리는 노력을 먼저 해야 될 시점이다. 이것은 파괴력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일이다. 즉 좀 더 과감한 투자로 지금의 틀을 뛰어넘는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지상파 예능은 비지상파와는 달리 좀 더 보편적인 시청자들을 폭넓게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더 많은 투자는 선결조건이다.

지상파는 오히려 역발상을 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재 너무 주말예능 경쟁에만 치중되어 있는 전장을 주중으로 다시 끌고 와야 한다. 지금 같은 편성 시간 자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형태로는 지상파의 미래 자체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프로그램 몇 개의 문제가 아니다. 지상파의 시간이 점점 시청자들에게서 잊혀져 가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