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대첩2’ 그저 그랬던 식당에서 맛집 되기까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한식대첩> 시리즈는 익숙한 세트 위에서 펼쳐진다. 연예인 스핀오프까지 나왔던 <마스터세프코리아> 시리즈의 세트에 몇 가지 간판만 바꾸고 심사위원, 도전자, 팬트리까지 거의 동일한 구성이다. 여기서 차이라면 정감 가는 MC 김성주가 있다는 것, 그리고 도전자들이 인생을 걸었다며 무척 비장하게 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경쟁은 있되 정이 있고, 승부가 있되 웃음이 있고, 긴장감은 있되 정보가 있고, 평가가 있되 음식이 남는 서바이벌. 시즌 2에 이르러서 <한식대첩>은 진정 우리 밥상처럼 얼핏 소박해지만 내실은 화려하고 맛이 오래도록 남는 새로운 정서와 가치의 서바이벌을 만들어냈다.

도전자들은 얼핏 옆집 아줌마나 동네 아저씨 같지만 지방 호족 수준의 실로 엄청난 프로필과 구력을 자랑하는 검증된 고수 중의 고수다. 심사위원들은 이런 장인들을 심사해야 하니, 신입사원 윽박지르듯 <마세코>처럼 군림하지 않는다. 음식이란 원래 여럿이 모여 먹어야 하는 법. 보기 드문 진귀한 식재료가 나오면 호기심에 심사는 둘째고 일단 반가운 얼굴로 달려 나와 뜯어 살펴보고, 심지어 식재료 구할 수 있는 연락처를 받기도 한다. 요리를 평가할 때도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참가자들이야 죽을 맛이겠지만 이들은 참가자들의 요리를 음식으로 정성스레 맞이한다. 차갑게 번뜩이는 스푼으로 한 입 베어 문 뒤 흰 냅킨으로 싹 닦아내는 매정함 대신 늘 한상을 푸짐하게 비워낸다. 이것이 <한식대첩> 방식의 심사다.

바로 여기가 <한식대첩2>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정적인 한 장면이다. 간절함보다 따뜻함이 느껴지고, 눈물보다 미소가 먼저 번지며, 서바이벌보다 맛이 더 궁금한 요리 서바이벌 된 이유다. 이 따뜻함은 서바이벌쇼의 궁극적 존재의 이유인 승부에 대한 부담 대신 요리에 마음 편하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여기에 옆집 아주머니 같은 도전자들이 쏟아내는 구수한 사투리가 맛깔나게 어우러져 따뜻함을 진하고 깊게 고아낸다.

그 위에 얹히는 고명은 바로 ‘정보’다. 이 쇼에 등장하는 한식으로 아울러지는 요리들은 웰빙을 넘어 로컬푸드가 각광받는 요즘 외식 트렌디와도 밀접하다. <한식대첩2>는 양식을 기본으로 하는 음식 프로그램이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 쇼보다 우리가 즐겨먹는 ‘밥’과 밀접하기 때문에 실용적인 알찬 고급 요리 정보들이 가득하다. 고기를 익히는 법이라든가, 생선을 다듬는 법, 반죽을 하는 법 등등 식재료의 소개부터 이해까지 고급 팁을 서바이벌이라는 긴장감 있는 틀 속에서 배울 수 있다. 따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북한 팀이 TV에서 본 방법대로 키친타월로 오징어껍질을 쉽게 벗겨냈듯 즐기다보니 터득하게 되는 식이다.



엄연한 요리 경연이지만 진귀하고 풍성한 전통시장에 놀러온 느낌이 드는 건 단지 걸쭉한 입담과 사투리 때문만이 아니다. 마냥 착하기만 해서는 특색을 살릴 수 없는데 시즌2는 바로 이 정보성의 비중을 높여서 착하게 하다보니 심심해지는 맛을 잡아냈다.

<한식대첩2>는 이제는 한물 간 포맷이라는 서바이벌에 따뜻한 정서를 입히고 정보를 탑재했다. 스리슬쩍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귀여운’ 아주머니들의 도전과 내공에 세대 차에 상관없이 몰려들었고, 박수를 보낸다. 왜냐면 요리에 그들의 지난 인생이 담겨 있고, 앞으로의 인생도 중요하겠지만 걸어온 길, 지켜온 것에 대한 보람과 자존심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들의 레시피와 식재료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따뜻함과 정보와 함께 이 쇼를 특징지을 수 있는 지역에 대한 각자의 자부심은 거의 미국 힙합뮤지션 수준이다. 각 지역의 옛 음식을 만날 수 있기에 중년 시청자들이 유독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열광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결과다.

이제 30년 정도 장사한 두 팀의 마지막 대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1회부터 독특한 라이벌 구도를 구축했던 팀들이라 승부도 승부지만 그들이 또 어떤 감동의 음식을 가져올지 기대된다. 비정한 승부의 세계를 구경하는 기분이라기보다 복작이는 잔칫집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심정이다. 우리 참가자 어머니들은 언제나 그렇듯 ‘쎄빠지게’ 요리하겠지만 또한 ‘천천히 멀리’ 내다볼 것이고 우리는 그 따뜻한 음식을 눈으로 즐기며 마음 깊은 충만함을 느끼며 요리와 지역에 대한 관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승부보단 따뜻함, 그리고 따뜻함 그 이상의 이야기를 통해 그저 그랬던 식당이 맛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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